※ 입산지: 방장산(742.8), 전북 고창군, 정읍시, 전남 장성군 북이면 일대
※ 입산일시: 2014년 9월 13일 14시 20분 ~ 14일 12시 40분
※ 입산구간: 양고살재 ~ 벽오봉, 억새봉 ~ 방장산 ~ 봉수대 ~ 관음사, 용추폭포, 입전마을 하산
※ 날씨: 맑고, 구름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 조선 양사언은 산을 이리 읊었으니 산을 좋아했을 성 싶다.
산을 접하는 느낌은 움직임이다. 게으름에 빠진 나는 이런 억지스러운(?) 움직임이 싫었던 모양이다. 산자락의 풍류가 더 좋았다.
산의 매력에 빠지면서 움직임보다 머무는 것에 더 마음이 갔다. 오래 머물고 싶은 것이다. 산의 품에 안겨 잠을 청하면 아무리 그럴 듯해도 한뎃잠이다. 그러면 짧게 자고 길게 잠을 설치곤 한다. 그래도 좋다. 그렇게 한뎃잠을 청한 지 5년째.
이대로 계속 머물고 싶은 마음이 지속될 줄 알았지만 머무는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일어났다. 머무는 것도 의미있지만 하늘 아래 뫼를 오르고 또 오르는 맛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사람 마음은 한번 일어나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번민이 되고 집착이 되는 것 아닐까?
올해 1월 이만봉, 2월 화왕산에서 한뎃잠을 청하고는 당일로 산에 들었다 나왔다. 그렇게 지내고 나니 다시 산의 품에 깊게 안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날씨가 맑고, 흐리고, 비와 눈이 오고 하듯 삶도 사계절의 연속이다. 이렇게 산이 부를 때 겸손하게 부름에 응할 뿐이다.
양고살재에 닿으니 가슴이 벌렁댄다. 방장산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된비알, 된비알. 시작이 고개라면 산등성이까지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작은 제법 된비알이다.
오랜만에 짊어진 등짐은 실제보다 마음의 무게가 더 하다.
그 짐을 산은 꽃으로 달래준다. 산과 내가 소통하는 길이다.
등골나물은 이렇게도 변하고 있었다.
등골나물의 변화를 알기까지 묻고 찾는 과정이야말로 산이 내게 준 선물이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이처럼 스스로 찾고, 묻는 과정을 담고 있는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 땅에 자라는 꽃과 풀, 나무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는가?
솔직히 등골나물보다 반가운 것은 물봉선이다.
새로 느낀 등골나물도 진정 꽃이다. 저 섬세한 꽃잎이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다.
▲ 등골나물
▲ 골등골나물
▲ 꿩의다리
이삭여뀌는 여태 파리풀 정도로 이해했다.
산꽃을 알면 알수록 더 두렵다. 산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처음 보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온다.
반갑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새로움에 대한 반가움이 처음이고, 산꽃의 정체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버겁고, 좀 더 문적인 집단에 물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 이삭여뀌
▲ 누린내풀
▲ 며느리밥풀꽃
▲ 미역취
양고살재에서 들어선 방장산은 벽오봉, 억새봉부터 나를 맞아줬는데, 멀리 보이는 방장산 능선을 보니 벽오봉, 억새봉은 한줄기로 연결되기는 하지만 기세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기도 한 억새봉은 주변에 산악자전거를 싣고 올라와 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산의 느낌은 반감된다.
오랜만에 들어선 야영산행. 속세와 가까워 수시로 자동차가 올라와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을 내려놓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우린 이곳에서 머물기로 한다.
산을 거닐다보면 머물기 좋은 곳을 많이 만난다. 하지만 만나기 전에는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삶은 신기루를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잡고 사진찍기 놀이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자연과의 공감, 휴식을 즐겨본다.
▲ 물봉선
▲ 미국자리공
억새봉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고도가 낮을수록, 접근이 쉬울수록 서로 관심이 별로 없다.
세상만사에 관심이 많은터러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산은 넓은 품으로 사람을 받아주는데, 사람은 산의 품이 낯설다. 어쩔 줄 몰라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계속 음식을 먹는다. 무엇인가 계속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일까?
속세에서 몸에 익은 모습이 산에서 드러나는 것이겠지.
돌이켜보면 산에서 엄청난 욕심을 부렸다. 그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은 시간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만큼 배낭은 가벼워지겠지. 아직 내 배낭은 무겁다. 영남알프스에서 만난 한 고수는 내 짐을 보고 반은 덜어내야 한다고 했다.
어느덧 해거름이다.
해는 산의 하늘금에 닿기 전에 사라진다. 지평선과 수평선도 마찬가지일게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술이 좋다, 친구가 좋다' 라는 광고 문구처럼 난 '산이 좋다. 산사람이 좋다'다.
그래서 때론 넉살 좋게 말을 붙이기도 한다.
소백산에서 만난 한 외국이이 있었다. 배낭은 50~60리터 정도. 당일 산행 같지는 않고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혹시 백두대간을 걷냐?" 고 물었다. 그들은 반갑게 반응하며 "당신도 백두대간을 걸었냐?" 고 물었다.
난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들 나라에 우리나라보다 높은 산과 산괴는 있을지언정 산줄기가 있을까?
▲ 고마리
또 하루가 밝았다.
이제 방장산을 향해 걷는다.
억새봉까지와 방장산을 걷는 길은 느낌이 다르다.
산이 벌써 깊어진다.
우연의 일치일까? 고도가 낮은 산, 산악자전거길이 닦여있는 산이라서일까?
주로 풀이름의 꽃이 가득하다.
달개비(닭의장풀),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밑씻개, 누린내풀, 이질풀까지 온통 풀이름이다.
절정을 보여주기보다는 앙증맞음을 보여준다. 화려함보다 시골의 수수함이 느껴진다.
▲ 달개비
▲며느리밑씻개
▲ 며느리씻개와 달개비
▲ 짚신나물
방장산에 서니 멀리 쓰리봉이 눈에 들어오고.. 저기를 넘으면 장성골재로 이어진다.
봉수대에서 만난 산남의 얘기를 들으니 장성골재에서 약 3시간 이상 걸었단다.
벽오봉과 억새봉의 느낌은 방장산부터 완벽하게 달라졌다. 여기서부터 방장산의 매력일 듯.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방장산이 떠오르면 또 찾자는 마음으로 봉수대 지나 용추폭포, 관음사 쪽으로 내려서기로 한다.
▲ 미타리
▲ 이삭여뀌
▲ 이질풀
▲ 가시여뀌
관음사를 지나자 숲으로 용추골이 있는데 폭포를 굳이 찾지는 않았다.
고즈넉한 마을은 입전마을이다.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며 나를 잡고 동네부터 방장산 유래, 그리고 신선과 얽힌 엣 이야기까지 제법 많은 정보를 열띠게 설명하셨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품은 동네다.
아쉬운 것은 송전탑이 대거 지나가서 마을의 운치를 망친다는 점.
아니다다를까 택시기사님도 좋은 마을인데 송전탑이 망쳤다고 한탄한다.
▲ 입전마을
움직임과 머무름의 조화. 이것이 바로 산을 찾는 사람의 자세 아닐까?
첫댓글 산에 다니면서 많이 보던 들꽃인데, 이름을 몰랐었습니다.
누린내풀, 이삭여뀌, 가시여뀌 등 새로운 이름을 많이 배웠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고밉습니다. 산꽃이 무궁무진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꽃을 정말 좋아하시네요. 고맙습니다^^
지난겨울.~방장산을 박베냥으로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나서 마음이 울컥하네요.반갑습니다 모기님.~~
그러셨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모기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렇게 꽃이름을 많이 아세요? 부러울따름입니다!!!
꽃 책 찾고, 국립수목원에 묻고 산에 한번 다녀오면 며칠 정신 없습니다^^
8.30 - 31 장성 갈재 입구 안내판만 보고 임도로 입장했다가 등로가 나오겠지 했는데, 된장! 그 길로 9킬로 걸어서 가다보니 어느새 방장산 휴양림이더군요. 거기서 다시 2.4킬로 올라가니 억새봉. 참 웃음도 안나오더이다. 억새봉에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악덕 산객들, 어쩔수 없는 살인 충동을 가라않히며 소음속에 일박하고, 다시 능선으로 장성갈재까지 마실 물이 부족하여 망설였는데, 까짓거 죽기야 허것냐는 심정으로 출발! 박배낭에 이미 정상에서 식수 아웃! 갈재까지 물없이 흐르는 땀에 사람하나 구경못하고 걸음아 날 살려라. 지금에서야 웃습니다. 님의 해박한 야생화 이름에 공부많이 했습니다. 광주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억새봉 상황을 경험하고나니까 하늘바람별꽃님의 마음이 공감됩니다. 그래도 하늘바람별꽃님과 같은 분이 계시니 우리 산은 아름답게 후대까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용추계곡-봉수대-방장산-고창고개-벽오방 1박 이렇케 다녀왔습니다^^
사진 보니 ~ 그 때의 추억이 ^^
멋진 사진 잘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