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바라요.
나에게 사랑을 주세요.
개집의 강아지 살포시 쓰담는
공허한 사랑을 주세요.
눈웃음 머금고
연민하듯 내려보아
빈정 상한 그 미소,
그 험한 발끝으로
걷어 넘어뜨려도 좋아요.
이 몸 더럽혀지더라도
절벽에서 밀어내는 손을 주세요.
아아, 우리 함께 춤을 추지요.
말라죽은 수숫대에
아름드리 연리지 붙잡혀서
둥글게 원을 그리죠.
우리 길 방해하는 어중이떠중이들
그 따위 차라리 꿀꺽 삼켜버리죠.
빙글빙글, 아아, 우리 빙글빙글,
요정의 환원터에 우린 춤추고
어지러올 정신은 잠시 버려두어요.
어둠 잠긴 잔칫상 내버려두고
슬픔을 치덕처덕, 듬뿍 발라봅시다.
연민을 바라요.
저에게 연민을 주세요.
길 잃은 개호주 기민히 덮치는
편리한 연민을 주세요.
파르러니 떠는 입매
가만히 응시하면
기다린 듯 멸시하는 그 눈빛,
옹기 가득 들어찬 종기에
거꾸로 빠져 질식해도 좋지요.
이 이름 긍휼히 여길 이 없더라도
항아리 불 지피는 장작을 주세요.
둥지 나온 작은 새는
구걸조차 구슬피 울고
그저 기어드는 된소리로
파닥대고 바들대며 몸 수그려
숨죽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죠.
상처 입은 육신으론
세상 올바로 견디지 못하니
자비 바라는 몸가짐으로
묵묵히 조심스레 땅을 긁어보아요.
굶주린 개떼 나다니는 밤마다
언제나 꿈 속에는 다정한 세상.
진실을 바라요.
나에게 진실을 주세요.
뒤에서 찌르는 한 줄기 단도를,
비겁한 진실을 주세요.
차디찬 혓바닥
끌끌 그러모아서
이 검은 맘, 항아리에 똬리 튼
뱀거머리 찔러 죽이고
금잔에 저미는 거짓말 암송하며
고난 가득한 이 그림자
희롱할 호롱 하나 밀어내어요.
해도 없을 하늘에는
하현의 빗살 구름 빛내고
별들은 모두 지상에 내려와,
궁륭의 조명 무색케 하네.
오오, 진실, 그 모든 진실,
속삭이고 배반하는, 뒤에서 찌르는,
흑암 물든 길을 인도하세요, 고백자여.
말해요, 말해 줘요.
흔들리는 그림자들을,
스산히 우는 새소리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도록.
증오를 주세요.
나에게 분노를 주세요.
뒤엉켜 나직이 추구한 갈망을,
비틀린 관계를 주세요.
망집 절여진 심정에
아련한 그리움을 괴이고
절렬한 손가락에 그 첨단에,
오래 전 장전된 질척함을
일그러진 화살을 쏘아 보내요.
죽음 다가드는 마지막을
백조의 노래로 장식합시다.
어느 낮, 한숨 뱉어내면
고통 휘감은 검은 테이프
혼돈 부추기는 글리치에
내심의 고동은 불길하게
화려히 돌아가는 회전목마
천장의 만화경은 어지러이
거울에 비치는 내 안목
문득 키스하니 카세트는 터지고
귀 막으려도 현실은 부동
거짓도 진부함도 파쇄기에 가득이
찢고 부수어 땅바닥에 부어버릴까.
애정을 바라요.
저에게 애정을 주세요.
온실의 분재를 조심히 다듬는
알량한 애정을 주세요.
자비의 손길을
놀리듯 뿌리치고
꿈결 걷는 그 입맞춤,
효율적인 가위질로
난도질당해도 난 좋아요.
옥죄어오는 당신의 손아귀
그 안에서 안식 취할까 해요.
붙잡아 줘요, 날 붙잡아 둬요.
허랑한 탄원 칡처럼 얽히고
내버려 둬요, 날 내버려 줘요.
방탕한 폭언 연기마냥 새고
날듯이 종이 팔락대는
황혼 가득한 하늘에
말 못할 이 감상, 홀로
외로이 또 함께
정답던 그날 당신의 품에
아아, 그 시절 달큰한 입술이
나 참으로 그리워.
사랑을 바라요.
사랑을 주세요.
사랑을 바라요.
사랑을 원해요.
당신의 영육을,
당신의 심정을,
당신의 이면을,
당신의 오성을,
우리의 모든 것을,
풍랑 속 한 줄기 빛과 같이
나 간절히 바라요.
눈 내리는 하늘에
우산 하나 씌우고서
뽀드득뽀드득 밟는 소리
담장 울리는 메아리에
내 마음 고동치고,
당신의 눈동자, 동경하는 그 황금,
빙그레 웃음 지으며 나 향하여
어서 와, 하겠지요.
초대해 줘요, 들여보내 줘요.
굳은 우정을, 풋풋한 사랑을 위해서.
농익고 무르익어 끈끈해질 날을 위하여.
용기를 원해요.
고백할 용기를 원해요.
그이의 입술을 대담히 훔쳐낼
뻔뻔한 재치를 원해요.
날 허물어뜨리고
마음의 다리 지어
정답게 건너 마주해,
봄 고드름처럼 사붓이
창 너머 잔영 흩어지고
거친 설풍 몰아쳐도
남모를 기대 넉넉하군요.
시작도 없고 끝도 모를
무간 음모의 실타래
험악한 성야 바다에 저물고
녹슨 구원 이 앞에 맴도는
걱정도 망념도 나붓하니
흩어진 세상을, 생생하게도
나 이제야 보았어요.
고요히 반짝이는 샛별을,
분분히 나르는 분홍 꽃비를,
나 이제 알겠어요.
그리도 바랐던 사랑을.
틸틸 미틸의 파랑새,
새장에 이미 들어 있었듯,
내 사랑, 그토록 목말랐음에도
당신은 늘 거기, 그 자리에.
난 이미 사랑받고 있었군요.
카페 게시글
시 (가~사)
사랑을 주세요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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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1
25.01.29 18:2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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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저자: 여동생
목마름이고 목이 타는 분노이군요.
다행히 찾고 있는 당신을 발견해 행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