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추솔명(知秋蟀鳴)
입추지계실솔명立秋知季蟋蟀鳴
채전석극애절읍采田石隙哀切泣
천지조옹율려음天地造翁律呂音
황혼청기장곡성黃昏聽耆葬曲聲
<和翁>
입추가 되자 계절을 알고 귀뚜라미가 우네!
채소밭 돌틈 사이에서 애절하게도 우네!
저 소리는 천지 조화옹의 율려의 음이 아닌가?
황혼의 늙은이가 듣기에는 장송곡 소리일세!
계절의 변화를 용케도 알아챈다. 입추(立秋)가 되자, 채소밭에 귀뚜라미가 운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용케도 안다. 새벽에 채소밭에 물을 주려고 나갔다가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달력을 봤더니, 입추 날이다. 매년 느끼는 천지자연의 율려의 소리다. 도시 속에서도 옥상 텃밭을 가꾸다보니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산다. 채소 농사는 계절에 맞추어야 풍년을 기약한다. 철 때를 놓치면 아무 소득도 없다. 계절 철은 농사일에는 그만큼 중요하다. 요즘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철을 모르고 산다. 그래서 철부지가 많나 보다. 집 뜨락 섬돌 밑에서 귀뚜라미 처량하게 우는 가을이 왔다. 무덥던 더위도 조석으로 한풀 꺾였다. 나이 탓일까? 깊은 밤에 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어찌 이리도 처량하게 마음을 울릴까? 이제 내일을 위해 자야겠다. 얼벗님들! 귀뚜라미 단상입니다. 여여법당 화옹 합장.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