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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평가와 과제
코로나 위기의 확산으로 금년 3월경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ELS의 마진콜이 발생하며 외환시장에서 외화유동성 부족에 따른 원화환율 급등과 외환스왑시장 불균형이 확대된 바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위험이 상존하고 있고 그 영향이 전체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번 위기를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위험에 대한 인식 제고와 외환업무 역량을 확충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국내 증권사는 ELS발행에 따른 외환익스포져 확대에 유념하여 각 기관이 감내가능한 외화유동성 범위 내에서 발행 규모와 자체헤지 비중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평상시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확충과 긴급시에 대비한 유동성조달 방안을 동시에 마련해 두는 것이 긴요하다. 외환당국은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전체 외환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증권사에 대한 외환건전성 수단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년 3월경 범세계적 코로나(COVID-19) 위기의 확산은 글로벌 주가의 동반 하락을 가져오며 우리나라 외환시장에도 단기적인 외화유동성 부족과 원화환율의 급등을 초래한 바 있다. 금번 외화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국내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마진콜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으며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수요가 전체 외환시장에 파급되었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향후에도 ELS의 발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유인이 크다는 점에서 금번 사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응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본고에서는 증권사발 외화유동성 위기의 발생 원인,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 및 재발 가능성 등을 살펴본 후 대응방향과 과제에 관해 기술하였다.
국내 증권사의 ELS 발행 현황 및 특징
국내 증권사가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은 기초자산인 국내외 주가지수나 특정 개별주식 가격에 연동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도록 상품설계가 용이하고 저금리 시대에 중위험·중수익 투자수요 확대 등으로 그간 빠르게 그 규모가 증가하여 왔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ELS 발행규모는 해마다 증가하여 2019년중에는 99.9조원을 기록하였으며 연말기준 미상환잔액은 71.0조원으로 증가하였다. 2019년 발행액 중 주가지수형은 85.2조원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하는데 이 중 Eurostoxx50의 비중이 가장 크며 다음으로 S&P500, HSCEI, Nikkei225 등이 포함된다. 이들 지수형 중 기초자산이 3개인 경우가 67.8조원으로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ELS는 기초자산의 헤지운용방식에 따라 백투백(back to back)헤지와 자체헤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 주로 외국계기관과 발행한 ELS와 동일한 조건의 장외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운용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증권사가 직접 헤지운용을 통해 헤지비용 절감과 추가 운용수익의 획득을 도모하므로 운용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특히 기초자산인 주가지수의 하락으로 납입증거금이 유지증거금을 하회하는 경우 위탁증거금 수준만큼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하는 마진콜 의무를 지는데 백투백헤지의 경우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등급 이상의 국내 채권으로 납부가 가능하나 자체헤지의 경우에는 외국거래소와 직접 거래하므로 마진콜 발생시 외화유동성을 필요로 하게 된다. 2019년말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보유 ELS 잔고 중 백투백헤지 방식(25.7조원)보다는 자체헤지 방식(45.4조원)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마진콜 발생에 따른 잠재적 외환수요의 노출정도가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외화유동성 위기의 발생 원인 및 영향
금년 3월경 EuroStoxx50, S&P500 등 글로벌 주가지수가 동반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ELS에 대해 마진콜이 발생하였다. 마진콜에 따른 외화유동성 수요 규모는 ELS 미상환 발행잔고, 주가지수 하락률 및 자체헤지 정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아래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지난해말 국내 증권사의 기초자산별 ELS 발행잔고와 금년 3월 5일 ~ 3월 23일 중 글로벌 주가지수의 하락 정도를 감안할 때 마진콜 발생에 따른 단기간내 외환수요는 우리나라 은행간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규모(daily turnover) 대비 시장수급과 원화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러한 외환수요에 대해 콜차입, CP발행, 한국은행 RP입찰, 증권금융 담보대출 등을 통해 확보한 원화유동성을 활용하여 주로 현물환(spot)시장과 외환스왑(FX swap)시장에서 달러유동성을 조달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기 외환수요 증가로 원/달러환율은 3월 19일 1,285원까지 급등하며 원화가 가파른 약세를 보였다. 또한 증권사들이 외환스왑시장에서 국내 은행과의 거래를 통해 달러에 대한 조달수요(buy&sell swap)를 대폭 늘리면서 스왑레이트가 급락하고 외환스왑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환스왑시장의 불균형은 3월 하순경 한때 300bp 내외까지 상승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하였다.
이는 증권사의 외환수요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이 현물환 및 외환스왑시장 등 외환시장 전체의 변동성 확대로 급속히 파급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은 은행의 선물환포지션한도를 50%로 확대(3월 19일)하고 한미 통화스왑자금중 일부를 수차례에 걸친 경쟁입찰방식을 통해 은행에 공급한 바 있다.
외화유동성 위기재발 가능성 평가
증권사의 ELS 발행에 따른 외화유동성 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향후 ELS의 발행추이, 자체헤지 규모, 글로벌 주가지수의 동반하락 가능성, 그리고 국내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조달 능력 등에 따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는 그간 국내 저금리 기조의 지속과 국내외 주식시장의 차별화 등을 배경으로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하였다. 국내 증권사의 자금조달중 ELS 발행에 의한 비중은 25% 내외에 달하고 ELS가 제시하는 높은 수익률은 국내외 저금리기조 하에서 은행예금에 대한 대안으로서 금융투자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ELS에 대한 인위적인 규제가 없는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위험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의 발행 유인과 발행잔고의 증가세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과 같이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한 것은 코로나 위기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글로벌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한 데 있다. 지난 2015년경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홍콩항생H지수가 급락하면서 ELS 미상환잔고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된 적이 있었으나 당시 외화유동성 위기로까지 확산되지 않았던 것은 홍콩 이외 지역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견조하여 그 영향이 상쇄된 데 기인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주듯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과 상호의존성은 과거보다 크게 증가하였다. 향후에도 글로벌 불확실성이나 부정적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일한 방향으로 영향을 받음으로써 ELS 기초자산의 분산투자가 갖는 위험회피 효과도 그만큼 약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ELS의 마진콜과 같은 우발적 외화유동성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자체적으로 외화자금 조달능력을 갖추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의 평상시 외환유입 플로우는 크지 않고 긴급한 상황에서의 체계적인 외화자금 조달구조 역시 건실하지 못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증권사의 신용등급으로 해외채권 발행이 쉽지 않으며 국내 외화자금시장에서의 자금조달에도 더 높은 조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은행과의 크레딧 라인문제는 과거에 비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형증권사에 대해 허용된 외화어음 발행은 최근 금리하락과 자금운용처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의 외환관련 업무가 활성화되지 못하여 평상시 외환유입 플로우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외화유동성의 확보나 체계적인 환위험 관리 필요성에 대한 증권사의 인식도 높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점들을 고려할 때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시 비단 ELS 마진콜 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해외투자와 관련한 유사한 외화유동성 문제로 금융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향후 대응방향 및 과제
그간 국내 증권사는 자본확충과 투자은행 업무를 위한 여건을 확충하며 우리나라에서 중요 금융기관(SIFI)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금번 증권사의 외화유동성위기는 그 영향이 비단 외환시장에 그치지 않고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야기한 만큼 이번 사태를 통해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및 환위험 관리체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외환업무 역량을 확충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국내 증권사 및 외환당국의 적절한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국내 증권사는 ELS의 발행시 외환익스포져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에 각별히 유념하여 각 기관이 감내가능한 수준의 외화유동성 범위 내에서 발행 규모와 자체헤지 비중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감으로써 잠재적인 외환수요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증권사의 외화자금 조달채널을 다변화하고 적절한 외화유동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의 외화예금이나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환관련 업무 범위의 확대를 통해 평상시 외환유입 플로우를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상시에 대비하여 외화자금시장의 주거래상대방인 국내은행들과 긴급유동성공급 채널을 확보해 두는 것이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외환당국은 증권사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전체 외환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비상시 신속한 외화유동성 지원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환보유액이나 한ㆍ미통화스왑자금 등을 이용한 외화대출이 긴급자금이 필요한 비은행금융기관으로 보다 신속하고 원활히 공급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 경우 당국의 외화유동성 지원은 최종대부자의 역할에 국한하여야 하며 자금수혜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내 증권사에 대한 외환건전성 수단으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3개월 단위의 외화유동성비율규제는 ELS 마진콜과 같은 우발채무 성격에는 규제실익이 없을 수 있으므로 단기간내 최대유출가능액 등을 감안하여 통화 및 만기 불일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 증권사의 경우 은행과 달리 외환유출입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환리스크 관리체계도 미흡한 점을 감안하여 당장 엄격한 비율규제를 적용하기 보다는 증권사의 자율적인 외화유동성 및 환리스크 관리체계 강화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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