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민간아파트 100곳,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 채택”
[아파트 부실공사]
정부 “제대로 시공했다면 문제없어”
서울시 “무량판 아파트 8곳 조사”
일부 건설사도 자체 정밀조사 나서
정부가 지하 주차장이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민간아파트 293곳에 대해서도 부실공사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약 100곳은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성동구 트리마제 등 서울 주요 단지도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일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민간아파트 중 100곳 정도가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다만 무량판 구조라도 제대로 시공했다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필요할 경우 2017년 이전에 준공된 단지도 정밀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서울 아파트 단지는 54곳에 이른다. 이 중에는 트리마제, 천호역 효성해링턴 타워,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디에이치 포레센트,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 등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도 포함돼있다.
무량판 구조로 지을 경우 대들보 없이 기둥이 지붕을 직접 떠받치기 때문에 층 사이를 높게 설계할 수 있고, 건설비용과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만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기 때문에 보강 철근을 배치하는 등 정확한 구조계산과 정밀한 시공이 필수다. 2004년 입주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삼성도 무량판 구조를 택했다. 이 아파트는 2013년 삼성동 헬기 추락사고 당시 헬기가 25층에 부딪혀 외벽이 일부 무너졌지만, 건물 구조에는 손상이 없었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주거동을 무량판 구조로 지을 경우 가구와 가구는 벽체로 마감하고, 가구 내부만 무량판으로 짓는 혼합 구조로 짓는 경우가 많아서, 전체를 무량판 구조로 짓는 지하 주차장과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차장은 기둥과 기둥의 길이가 8∼10m 이상이고, 기둥만으로 상판(슬래브)을 지탱하는 구조지만, 주거동은 가구 내부 기둥은 물론이고 가구 간 벽체가 상판의 하중을 받치는 기둥 역할을 한다. 또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이 있는 코어 부분은 콘크리트 두께만 60mm에 이르러 건물 전체의 하중을 분산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무량판 구조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부 건설사들도 자체 정밀조사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서울시 조사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국토부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정부 조사와 별도로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공아파트에 대해 정밀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서울 시내 공공아파트는 8곳이다. 2014년 11월 착공해 2017년 준공된 서울 송파구 위례23단지와 2018, 2019년 준공된 구로구 항동지구 7개 단지 등 총 8개 단지가 대상이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공급한 공공아파트 9곳 중 SH공사 단일 공급이 아닌 도봉구 ‘씨드큐브창동’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번 정밀조사는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전단보강 철근탐사, 콘크리트 비파괴 압축 강도 시험 등 정밀조사를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