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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는 어디인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THE CFO가 기업별 국내 본사 배당수익을 책임질 우량 해외 자회사를 찾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15:1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산업이 하강 국면에 진입하면서 SK하이닉스 현금흐름은 뚜렷하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반도체 제조와 판매 등 영업활동으로 설비투자금도 벌지 못하고 있다. 투자금이 조 단위로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조2297억원, 올해 1분기는 -5조1576억원이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잉여현금흐름이 각각 (+) 2조2459억원, 7조3110억원이었던 점과 대비된다. 국내 본사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별도기준으로도 동일하다. 업황이 악화됐다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축소하기 어렵다. 국내 본사 입장에서는 현금 조달과 분배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시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법인세법 개정은 투자금이 부족한 SK하이닉스에 분명 우호적인 환경 변화다. 지난 2년간 해외법인들이 쌓은 이익잉여금을 국내 본사가 과거보다 '저렴하게' 가져와 투자가 필요한 국내외 법인들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법인발 배당금, 이번에도 '0원'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인 곳도 있다. 이를테면 LG전자는 올해 1분기에 해외법인이 국내 본사에 지급하는 배당금을 전년동기 대비 4배(1566억원→6094억원) 늘렸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는 LG화학도 해외법인발 배당금 수취액을 올해 23배 이상 늘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30개가 넘는 해외법인 가운데 올해 1분기 국내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고 미국이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고 있어 지난해 말 법인세법이 바뀐 사실을 놓쳤다고 보긴 어렵다. 해외법인 중 국내 본사에 지급하는 배당금을 늘릴 만한 여유가 있는 곳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국내를 제외하고 SK하이닉스의 핵심 수익처는 미국과 중국이다. 특히 미국의 'SK하이닉스 아메리카'와 중국의 'SK하이닉스 우시 세미컨덕터 세일즈', '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 차이나'는 매출액 기준 '톱 3' 해외법인이다. SK하이닉스 아메리카와 우시 세미컨덕터 세일즈는 반도체를 판매, 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 차이나는 반도체를 생산한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 차이나'만 순이익을 올렸을 뿐 나머지 두 개 법인은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재무구조도 불안하다.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SK하이닉스 아메리카가 494%, SK하이닉스 우시 세미컨덕터 세일즈가 286%다. 또한 최소 1년은 업황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현금을 가져오기 쉽지 않다.
◇들어올 곳 없고, 나갈 곳 많다
SK하이닉스 국내 본사에는 돈 나갈 곳이 분명하게 있다. 먼저 중국 다롄에 있는 '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 다롄'에 대한 투자다. 이곳은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의 다롄 공장과 함께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가 현재 사업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월까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종결을 위해 22억3500만달러(2조8274억원)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분기 국내 본사는 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 다롄에 5조164억원을 빌려줬다. 올해 1분기 잉여현금흐름이 -3조8951원을 기록했음에도 추가로 수천억원의 현금을 빌려줬다. 올해 1분기 국내 본사가 해외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0원이다. 돈 나갈 해외법인은 많은데 돈 들어올 해외법인은 없는 게 SK하이닉스 국내 본사의 상황이다.
이렇자 국내 본사는 지난 4월 17억달러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한화로 약 2조1500억원이다. 더불어 경기도 이천에 있는 '통합 수처리 센터'를 그룹 계열 리츠인 SK리츠에 매각했다. 매각 이후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 형태로, SK하이닉스는 약 1조원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반도체 수요만 회복된다면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외부 차입과 자산 유동화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은 낮아진다. 업황 호조였던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본사는 설비투자를 하고도 각각 4조533억원과 7조2756억원의 현금이 남았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등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더불어 업황 회복이 이뤄진다면 굳이 해외법인으로부터 배당금을 확대할 요인도 낮다. 조 단위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했던 2020년과 2021년에 SK하이닉스 국내 본사가 해외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000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해외 법인에 빌려준 돈은 약 3조원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업황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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