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화)*
▲겨울 영화 음악 ②
◼러브스토리 (Love Story)
◀Where Do I Begin?
(어디에서 시작할까?)
◾디올 2022 홀리데이 광고
◾셜리 바세이(Shirley Bassey)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
◾인순이
◀Snow Flolic(눈 장난)
◾영화 ost
◾Lee Holdridge 오케스트라
◉다시 영하 10도 아래
강추위가 찾아온
아침입니다
익숙한 겨울 음악이 흘러나오는
광고 한 편 보고 시작합니다.
50년 이상 기억 저편의
겨울 분위기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입니다.
프랑스의 명품 디올(Dior)이
2022 Holiday Season의
광고로 얼마 전 새로 선보인
영상과 노래입니다.
https://youtu.be/u_033-cItwU
◉배경에 흐르는 음악은
53년 전의 영화 ‘러브스토리’
(Love Story)의 주제가
‘Where Do I Begin?’
(어디에서 시작할까?) 입니다.
그런데 알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는 아닙니다.
Shirley Bassey(셜리 바세이)!,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 가수 중
한 명입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두 차례의 대영제국 훈장으로
이름 앞에 Dame라는 경칭이 붙는
여든여섯 살의 원로입니다.
007 주제가를 많이 불러
‘007 주제가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석 달 전에는 007 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Sound of 007’
무대에 등장해 여든다섯 나이로
‘Gold Finger’와
‘Diamonds are Forever’를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공들여 만든 광고니까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럭셔리하고 몽환적이면서
고혹적인 디올의 광고영상입니다.
이 영상을 받쳐주는 음악으로
셜리 바세이의
힘이 넘치면서도 매혹적이고
고음의 여운이 오래 남는
이 노래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입니다.
◉1970년 영화가 만들어진
이듬해인 1971년 3월,
셜리 베세이는 영국 시장을 겨냥해
이 노래를 부릅니다.
잘 알려진 앤디 윌리엄스와
토니 베넷의 노래가 나온 지
두 달 뒤였습니다.
9주 동안 영국 국내에서는
인기를 끌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앤디 윌리엄스의 노래에 묻혀
큰 관심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Where Do I Begin’을
들으며 ‘러브스토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https://youtu.be/JArA-oDNnco
◉미국의 대중작가
에릭 시걸(Erich Segal)은
‘러브스토리’란 제목의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가는 데마다
퇴짜를 맞습니다.
‘너무도 진부하고 뻔한
신파’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다가 한군데, 파라마운트사가
저예산 제작을 결정합니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던
파라마운트는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 작품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먼저 소설로
출판할 것을 에릭 시걸에게
권유합니다.
그런데 미국 전역에서
5백만 부 이상 팔리며
‘러브스토리’ 열풍을 불러옵니다.
◉저예산에 스타 없는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소설의 성공으로
영화제작에 탄력이 붙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라이언 오닐(Ryan O’neil)과
알리 맥그로우(Ali MacGraw)는
경력이 짧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습니다.
알리 맥그로우는 나중에
파라마운트 부사장인 에반스와
결혼하지만 캐스팅은
그 이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인급이지만 예상외로
이들의 연기가 뛰어났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묘사한
눈밭의 영상 등 겨울 이미지의
영상들도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프란시스 레이
(Francis Lai)의 ost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졌습니다.
◉부자 집안의
하버드 법대생 올리버와
가난한 음대생 제니퍼가 만나
남자 부모의 반대 속에 결혼한 뒤
사랑으로 어려움을 견뎌 나갑니다.
남자가 로펌 변호사가 돼
살만해지니까
여자는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다소 진부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얀 눈 위의 사랑스러운
씬들이 음악과 함께
관심을 끌면서 대박 영화가 됩니다.
2백2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50배에 가까운
1억 달러 6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동시에 겨울에 꼭 봐야 하는
겨울 명화로 남았습니다.
◉어제 만난 모리스 자르와 함께
프랑스 출신 영화 음악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프란시스 레이가
음악을 맡았습니다.
작사가 칼 시그만(Carl Sigman)은
자신이 처음 제시한 가사가
거부되면서 화가 나 그만둘까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작업에 나섭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건넨말,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Where Do I Begin?)가
바로 노래 제목이 됐습니다.
◉영화의 앞뒤에 들어가는
음악은 기악 버전으로 들어가고
이듬해 1월 앤디 윌리엄스가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녹음합니다,
그의 노래는 13주 동안
hot 100 차트에 머물면서
Top 10에 진입했습니다.
이지 리스닝 차트에서는
4주 동안 1위에 머물렀습니다.
노랫말은 신선했습니다.
‘Till the star all burn away’
(모든 별이 불타 없어질 때까지)란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자주 등장하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같은 말 입니다.
앤디 월리엄스의 노래를
들어 봅니다.
https://youtu.be/0-h8OsODEiE
◉이 영화가 남긴 가장
유명한 대사가 바로
‘사랑은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거야’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r’re sorry)라는
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세 번 나옵니다.
말다툼 뒤에 제니퍼가 올리버에게,
숨을 거두기 전
역시 제니퍼가 올리버에게,
제니퍼가 숨진 뒤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올리버가 하는 말입니다.
◉에릭 시걸이 멋진 말이라고
소설 속에 담아 명대사로 남았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살아가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 사랑은 오래
가는 게 아닌지?
지금 80대인 두 주연배우도
‘러브스토리’ 50주년 행사에서
평생 수없이 미안하다고
말하며 살았다면서
그 말뜻을 지금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가수의 커버곡도
한 번 들어봅니다.
인순이가 부르는
‘Where Do I Begin’입니다.
https://youtu.be/N5qPFgnnDrI
◉파라마운트사는
이 영화를 제작하는 도중에
기존의 음악감독을 교체하고
프랑스에 있던 프란시스 레이를
불러오기로 합니다.
소설 성공에 고무된
결정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이 영화를 성공시킨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하버드 대학교정의
‘눈 장난’, ‘Snow Frolic’은
영화를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버드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작가 에릭 시걸의
학창 시절의 경험과 상상이
녹아 들어간 장면입니다.
제니퍼와 올리버가 눈 쌓인
교정에서 눈 장난치며 놀 때
흘러나오는 경쾌한 비트와
여성이 가사 없이 허밍으로
부르는 노래가 조화를 이룹니다.
◉여성 보컬은 Danielle Licari
(다니엘 리카리)라는
프랑스 가수입니다.
프란시스 레이의 요청으로
참여한 이 가수는 부드럽고
독특한 음색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사용합니다.
그래서 ‘사이렌의 목소리’란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촬영은 하버드 대학교와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프란시스 레이와 그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다니엘 리카리가
엮어 내는 ‘눈 장난’입니다.
https://youtu.be/Th0-EJDEdmQ
◉미국의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Lee Holdridge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버전으로 들어보는
‘Snow Frolic’입니다.
마지막 영상은 영화의
첫 장면과 같은 끝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https://youtu.be/Hl2GZiTuC1A
◉‘러브스토리’는
로또 당첨과 같은 영화가 되면서
많은 관계자를 유명 인사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30대의 프란시스 레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음악상을 받으면서
미국에서 영화 음악 작곡가로
입지를 굳히게 됩니다.
2018년 여든여섯 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100편 이상의 영화 음악과
40편 이상의 TV 음악을 만들며
음악을 손에 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숨진 다음 해
영화 ‘인생 최고의 해’에도
유작 스코어가 들어갔습니다.
◉감독인 캐나다 출신
아서 할러(Arthur Hiller)도
2016년 아흔세 살로 숨질 때까지
곁눈 팔지 않고 영화인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조강지처와
생을 함께 하며 존경받는
모범적인 삶을 산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에 비해 영화 속에서
지고지순한 순정파로 연기한
두 주연배우는 지금까지
수많은 남성 편력,
여성 편력으로 구설수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특히 라이언 오닐은 미국에서
가장 비호감 배우의
선두 주자로 꼽힐 정도입니다.
◉영화처럼 살기는
물론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유명인으로
만들어준 영화를 되돌아보면서
모양 있는 삶을 살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의 두 사람은
많은 사람의 겨울 추억 속에
여전히 좋은 이미지로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배석규)
첫댓글 눈오는 겨울이면 생각나는 이 영화가 나온지 50년도 더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앤디 윌리엄스의 목소리와, 이토록 경쾌하고 밝을 수 있을까 싶은 Snow Frolic은 겨울이 돌아와 들을 때마다 또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