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메르데카 118 빌딩을 오르던 두 남녀가 일꾼들에게 들킬까봐 스스로를 가둔다. 건설자재 쌓아놓은 뒤쪽에 웅크리고 앉아 무려 30시간을 견뎌낸다. 그 건물의 80몇 층쯤이었다. 2022년 12월 월드컵 축구 결승전 중계에 관심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날 시작해 여기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가? 갇혀 지내는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먹을 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었을까? 빠듯했을 것이다. 여튼 둘은 지상에서 678,9m 위에 있는 이 건물 첨탑 꼭대기에서 영화 '더티 댄싱'의 유명한 발레 동작인 '백조 리프트'를 펼쳐 보인다.
멋지다! 아름답다! 한때 소원했던 두 사람이 재결합했단다! 축하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스스로 갇힌 이유처럼 이런 행동은 불법이다. 붙잡히면 감옥에 가야 한다. 그런데도 둘은 이런 행동을 '스카이워크'라고 미화하고, 다큐 영화로 찍는 이도 있고, 그걸 스트리밍하는 넷플릭스가 있다.
19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카이워커스, 사랑 이야기'는 7년 동안 6개국을 돌며 2만 시간 분량 찍은 자료화면에다 제프 짐발리스트와 마리아 부코니나가 함께 연출한 제작팀이 촬영한 메르데카 118 빌딩 도전 장면들 가운데 엄선된 것을 편집한 관계로 대단히 아름답고 선정적이다. 영화 시작하며 '극히 위험하고 불법 행동이니 절대 따라하면 안된다'고 경고하는데 그냥 허투루 하는 경고로 들릴 정도로 감시와 통제를 벗어나 자신만의 모험을 달성하는 비결(?)을 상세히 알려준다.
중간에 클릭에 환장해 목숨 걸고 사진 찍다 힘에 부쳐 추락하는 이들의 끔찍한 동영상이 두 건 나오고, 내레이션으로 20명가량의 루프토퍼가 목숨을 잃었다. 누구도 갔고 누구도 갔고, 결국 모두 저하늘로 떠났다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둘의 비장함을 꾸미는 장치로밖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두 감독을 비롯한 영화 제작진은 불법과 탈법을 조장하는 것이냐는 질타를 미리 차단하려는 듯 이반 비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로 윤색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을 탈출하다 니콜라우 혼자 체포당할 순간, 비르쿠스가 함께 체포돼 둘의 믿음과 사랑이 싹텄다느니 메르데카 118 도전을 준비하는 태국에서 둘이 다투다 먼저 러시아로 돌아간 니콜라우를 비르쿠스가 뒤따라 가 재결합을 약속한다. 영악하다 해야 할까? 가족의 지원 같은 상투적인 장치도 동원한다. 개인적으로는 둘의 사랑과 가족의 지원이 억지스럽다고 느껴졌다.
두 사람이 루프토핑, 또는 둘이 말한 대로 그보다 한 걸음 위에 있다고 믿는 스카이워킹에 뛰어든 이유도 돈벌이, 생계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육체적 민활함을 꾀한 비르쿠스나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올렸다고 자부하는 니콜라우나 안전 장치도 충분히 강구되지 않은 남의 건물에 멋대로 들어가 멋진 사진 올려 좋아요!나 팔로워나 구독 신청 받아 그 수익을 나눠 챙기는 활동에 불과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업계 후원이 줄어 저희도 힘들었어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저희도 힘들어요, 등등 애원하는데 참 난감하다.
이런 윤리적 문제제기를 피하기 위해 사랑 이야기로 포장하고, 갈등을 꾸며내고 재결합 모멘트로 메르데카 118 등반과 그 위의 '백조 리프트' 동작을 포장하려 한다는 의심이 짙어진다.
그런데도 둘의 연출, 100분 러닝타임 동안 기승전결 호흡을 정리한 솜씨는 대단했다. 잘 만든 다큐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가장 예민하고 핵심적인 윤리 문제를 제외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