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는 넷이 둘러앉았는데 상석이 화석영, 할아버지다. 올해로 92세지만 정정하다. 다만 귀에 보청기를 끼고 있을 뿐이다. 그다음이 화준보, 아버지다. 올해 58세, 칭다오의 동성의료원 행정주임, 그리고 어머니 양주는 53세로 역시 동성의료원 간호주임, 안쪽 자리에 화란이 앉았으니 이 네 식구가 3대(代)다. 오늘은 화란이 일찍 퇴근해서 모처럼 3대가 같이 식사를 한다. 집은 칭다오 교외의 80평형 아파트, 부부와 화란이 수입이 있는데다 할아버지 화석영은 모 주석과 함께 대장정을 한 군(軍) 원로다. 비록 장군은 못되었지만 유공자여서 연금이 나오는 것이다. 넷이 식사를 거의 마쳤을 때다. 화란이 갑자기 돼지고기 그릇 옆에다 만 위안권 뭉치 세 개를 놓았으므로 모두의 시선이 모여졌다.
“뭐냐?”
어머니가 먼저 물었다. 아버지는 잠자코 시선을 든 채 물을 삼켰고 할아버지는 장개석군(軍)을 본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이거, 과장한테서 받았어요.”
화란이 돈을 흘겨보며 말했다.
“과장이 왜?”
또 어머니. 그래서 화란이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맨 마지막으로 과장이 임자 없는 돈이니까 먹는 게 임자라는 말을 했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을 때 식탁 주위로 잠깐 정적이 덮였다. 그러나 모두의 시선은 돈뭉치에 박혀 있다. 그때 먼저 정적을 깨뜨린 사람은 집안 어른인 할아버지다.
“나쁜 놈이군.”
할아버지가 말하자 착한 아버지가 금방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과장 그놈, 질이 좋지 않은 놈입니다. 이놈이 화란이를 감염시키고 있습니다. 이 돈은….”
“아니”
하고 할아버지가 손을 들어 아버지의 말을 막았다.
“그, 홍 아무개라는 건설업자 말이다.”
“아아, 예.”
“나쁜 놈이다.”
“맞습니다, 중국인 얼굴에 똥칠을 한 놈이….”
“아니죠.”
이번에는 어머니가 아버지 말을 막았다.
“홍 아무개는 조선족이라지 않아요? 중국인이 아니라구요.”
“아니, 왜 아냐? 조선족도 중국인이야.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그사람들이 들으면 싸우려고….”
“가만.”
다시 할아버지가 손을 들어 말을 막고는 화란에게 묻는다.
“과장은 한 푼도 안 먹고 다 너를 준 것이란 말이냐?”
“네. 할아버지.”
“그놈은 홍 아무개한테서 직접 받은 것도 없고?”
“없어요. 할아버지.”
“그리고 저 돈을 다 네가 가지라고 했단 말이지?”
“네. 하지만….”
“기분이 언짢냐?”
“네. 할아버지.”
“왜?”
“저를, 아니, 중국인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요.”
“그건 아닌 것 같다”
하고 할아버지가 말했을 때 어머니가 거들었다.
“맞습니다. 아버님. 아닌 것 같네요.”
“그럼 뭣이란 말이냐?”
할아버지가 묻자 어머니는 당황했다.
“그냥 아닌 것 같습니다.”
화란은 심호흡을 했다. 괜히 말을 꺼냈다.
※그동안 ‘서유기’ 삽화를 그려온 이두식 화백이 23일 별세했습니다. 서유기 79회(25일자)·80회(26일자) 삽화는 이 화백의 유작입니다.
첫댓글 잘~~~읽고 갑니따
수구 하세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아! 안타깝네요.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
안ㅌ까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삽화를 다시한번 감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의미가 심상치않은 감상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명복을 빕니다.좋은그림 아쉽습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