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휴일이 낀 사이 월요일을 학교장재량휴업일로 정했는데
학교에 나가 근무한다.
출근하여 PC를 켜고 있는데 덕촌 동생이 전화해 형부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조카에게 전화해 장례식장을 확인하고 근무를 마친 다음 식장으로 간다.
성실한 일꾼이고 남에게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술을 마시면 자신의
한을 부인구타로 삼았던 사람, 대부분이 머슴에 직공이었다가 경운기 사고로 머리를 다쳐
후반생을 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낸 사람
그 요양원에서도 모든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나중엔 자기 사물함에 감춰
간호사들과 자식들을 힘들게 한 사람
나에겐 처음 중국집의 우동을 사 주었고 벌교 제일극장의 영화를 보여 준 사람
고등학교나 대학 때 용돈 타러 갔을 때 누님 몰래 천원짜리 만원짜리를 더 챙겨 주던 사람
그래도 자식과 손주들이 빠지지 않고 목욕과 이발을 시켜드리고 외식도 해 주던 사람
누님은 그러신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이서 도망갈 줄도 모르고
맞고 살았었노라고.
자식들의 울음과 누님의 울음에 나도 몇 번 눈물을 흘린다.
술에 취해 영익이랑 술을 따뤄드리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영섭이와 영희의 손님들이 가고 나서는 가족들끼리 술을 마셔 난
이틀동안 가득 취해 집에 돌아와 잤다.
6일 아침 발인하고 영락공원에서 화장하여 추모관에 안치한다
풍암동에 와서 영희네가 사는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나주 장례식장에 다녀 온 바보와 한숨 자고 일어난다.
무등 용추붕에서 중봉오르는 개활지의 철쭉이 좋을 것이다.
백마능선에서 장불재 지나 서석대로 오르는 길의 철쭉도 많이 피었을 것이다.
광주극장의 영화를 보고도 싶지만 계속 게으름을 피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이틀 동안의 과음과 그 분이 내게 베풀어주신 것에 비해
무심했던 나의 후회가 겹쳐 피곤했나 보다.
그래도 내 몸에 찌든 술내음을 조금이라도 뽑아내려면 산길을 걸어야 한다.
5시 반이 다 되어 집을 나서 풍암정을 오른다.
노란 소나무 꽃가루가 날린다.
풍암정에 몇 사람이 앉아있고 저수지 가에도 사람들이 많다.
더 푸르러진 산길을 오른다. 계단길에 힘이 없어 헐떡거린다.
황새봉을 지나 황새정에 이르니 30분이 벌써 지난다.
평일이어서인지 여성들이 더 많이 보인다.
중간에 되돌아오고 싶기도 하지만 땀을 더 내려고 기어이 정상까지 간다.
무등은 흐릿하게 다 보이지만 월출산쪽은 보이지 않는다.
어등산 너머로 영광 장성쪽의 산들도 잘 안 보인다.
많이 둥글어진 저녁달이 떠 있을 터인데 무심하게 돌아온다.
바보는 어디냐고 밥차린다며 전화했다.
바쁘게 벽진서원 쪽으로 내려와 찬물로 몸을 씻으니 시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