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아래 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구려, 고구리(조선-주신 등의 문제도 포함해서)발음에 대한 것도 나는 큰 관심도 없고, 널리 불러지는 고구려(조선 등 현재의 통용되는 발음)으로 부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뿐, 이론적 근거를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모르니까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모르지만,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볼 점 몇가지만 이번에 제기된 문제를 계기로 약간 피력해보고자 합니다.
백제의 경우 금석문에서 무녕왕, 창왕 등이 보이기는 하지만, 백제인들이 왕을 부른 칭호는 분명히 어라하(於羅瑕), 왕비를 어륙(於陸)이라고 합니다. 물론 기록에 어라하라는 말도, 실제 발음에 있어서는 현재의 어라하와는 다소 다른 발음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자 발음에 대해서는 여기서 문제 삼지 맙시다. 이건 정말 모릅니다. 이것을 알려면 칼그렌의 음운 이야기까지 줄줄이 나와야 하고, 이아(爾雅) 등의 서적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여기까지는 관심이 가지지 않습니다.
자. 우선 고구려 인명들이 나온 사례를 한번 살펴보지요.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책의 말미에 “고구려 인명소사전”을 만들어 두었는데, 나는 여기서 삼국사기와 중국측사서, 그리고 금석문과 일본서기 등 출처별로 인물을 정리했었습니다.
그런데 삼국사기와 중국측사서, 그리고 금석문 가운데 고구려유민들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면 분명 이름의 어떤 흐름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왕의 이름이나, 묵호자. 실법사 등의 종교적인 인물의 법명 등은 제외하고 생각해봅시다.
하나는 ‘성씨+이름’으로 이는 전형적인 농경민의 이름 짓기입니다. 달가와 같이 왕족은 고달가가 되겠고, 명림홀도, 고자, 고연수 등도 모두 성씨와 이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름들은 특징은 주로 삼국사기와 중국측사서, 그리고 금석문 가운데 후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흔히 생각하기에 성씨를 왕이 사여(賜與)해주는 예를 들어 성씨를 가진 사람만이 지배층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나는 이렇게 단정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일본측 사서에 보면 이리가수미, 이리거세사, 이리수의미, 이리수사주, 이리사사예사, 이리와수사주와 같은 이리라는 말이 많이 성씨처럼 사용된 예가 보입니다. 이 정도라면 이리가 곧 연(延)을 의미한다는 단재 신채호 이래의 설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측 발음이 혹여 원음에 가까운 것일까요?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일본 사서에도 분명 고금장, 고조근과 같이 현재 쓰고 있는 성씨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데, 혹시 일본측 기록에 고구려인이 직접 한자로 표기한 이름과, 발음을 듣고 쓴 것과의 어떤 차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좀 더 깊이 탐구해봐야 하겠지만, 이리거세사와 같은 식으로 표기된 것이 원 발음에 가까운 것이라고 추정을 해볼 수 있겠지요. 다만 이리수사주, 이리와수사주 등에서 사주(使主)는 어떤 특정한 관직 정도로 보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다고자사주, 하리사주, 만덕사주 등등이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성이 제대로 구분이 안 되는 인물들인데 염모, 음모, 재모 등의 경우를 보면 뒤에 모(牟) 돌림, 모두루, 나루 등의 예에서 보는 루(婁) 돌림이 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발해의 경우 섭리계 등 계(計) 자 돌림을 한 사람이 보이는데 이를 말갈계로 보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고구려에서 끝자가 돌림자로 끝난다고 이들을 말갈게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런 끝 자 돌림이 고구려식의 하나의 이름 짓기 방법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볼 수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금석문에 등장하는 이름들입니다. 아왕, 아굴, 아엄, 천노, 도담, 이장, 배회, 문달 등 인데, 이들의 이름에서 성씨와 이름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금석문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신분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닙니다. 아왕, 아굴, 아엄 역시 불상을 만든 신자로 재산이 있는 자였고, 이장은 상위사자 입니다. 룡오리 산성을 쌓은 어구루의 경우는 소대사자였는데, 그의 성씨인 어(於)는 삼국사기에도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장의 이(너 '이' 자)가 성씨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성씨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관직에 오르는 인물도 있었다고 봐야겠지요. 이장이 569년에 활동했으므로, 고구려 후기까지도 성씨가 모두 쓰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고구려인들이 남긴 금석문에 다우환노, 보노, 약모리, 이장 등의 이름이 나오는 사례만으로 어떤 경향성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고구려 초기에 인명들에 대한 분석에서도 아직은 어떤 법칙성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고구려인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다만 고구려인의 이름이 이런 식으로 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연구가 좀 더 진전되면, 왜 이렇게 한문식 이름과 비한문식 이름이 등장하며, 성씨를 가진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 전통적으로 고구려에서 이름을 짓는 방법, 그리고 이름을 발음하는 법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기대해볼 뿐입니다.
첫댓글 저기 제가 잘몰라서인데..일본서기 과년 이리라는 성에 관해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합니다.
직접 답변해 주신거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년중휴무로 받으세요! ^ㅅ^
언어 연구에대해선 북한이 많이 앞섰고 대한민국의 수준은 어린애 수준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는거 같은데.... 북한측자료는 어떻게 못볼지... 빨랑빨랑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