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현무 미사일 반쪽 실패보다 더 낭패스러운 일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말 바꾸기와 대외 엇박자, 그리고 정부 내의 내홍입니다. -청와대 “한반도 비핵화 기본 방침 변화 없다. 전술핵 반입도 검토한 바 없다”(9/11) -문 대통령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9/14, CNN과의 인터뷰서) -북 붕괴 의도 없다던 문…하루 만에 “이러면 몰락의 길, 대화 불가”(9/15, NSC회의서) -“북 26일 발사체, 방사포 아닌 미사일”…청와대 발표 뒤집은 軍(8/28) -문정인 (송영무 참수부대 창설 발언) “아주 잘못된 것”(9/17, 오마이뉴스 인터뷰서) -송영무 “학자 입장서 떠드는 문정인, 특보 같지 않아 개탄스럽다”(9/18, 국회 국방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국엔 ‘경고’ 일본엔 ‘협박’, 한국은 ‘무시’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국치일인 8월 29일 평양 순안공항에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성공을 두고 김정은은 30일 미국에 “태평양 군사작전의 첫걸음”, 일본엔 “일 상공 가로지른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이라고 과시했습니다. 그는 이전에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처지에 어울리지 않는 헛소리"라고 폄하했습니다. 진작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힘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던 문 대통령이 언감생심 ‘견인차에 끌려가는 차에 탄 운전사’(홍준표 한국당 대표 발언)가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문 대통령의 고뇌는 참으로 많고 깊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어야 하고, 독일에서는 북 압박 요청에 ‘북한은 중국과 혈맹’이라는 시진핑의 한마디에 머쓱해지고, 푸틴으로부터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요청을 단칼에 거절당하고. 한반도에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주재 대사 한 명도 아그레망을 요청하지 못하는 처지가 돼 있으니까요 . 이런 때 역사의 교훈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몇 사람의 행적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1천만 명의 죽음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이끌어낸 100년 전의 클레망소와, 100년 뒤 ‘유럽의 병자’ 독일을 소생시킨 슈뢰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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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개혁의 기수’, 중도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 출신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eder 1944~) 전 독일연방 총리(재임 1998~2005)가 최근 한국에 왔습니다. 자서전 한국어판 발간에 맞춰 방한한 그는 각종 매체와,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인사들과의 인터뷰 면담에서 “정치지도자는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가의 이익은 권력의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집권 당시 마이너스 또는 제로 성장 상태의 독일 경제를 유럽 최대의 부국으로 회생시킨 그는 “시대를 앞서가지 못하면 시대에 잡아먹힌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2003년 발표한 슈뢰더 개혁안 ‘어젠다 2010’의 표제는 ‘혁신, 성장, 일, 지속 가능성’이었습니다. 50년간 손보지 않은 복지를 수술하고, 해고를 쉽게 하고, 실업수당 지급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줄이고, 연금 수령 시기도 늦췄습니다. 막대한 통일 비용, 5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 누적된 복지 부담에 짓눌린 경제를 살리는 채찍이었습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는 재정이 감당할 수준이어야 하고 미래에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재정은 연구·개발(R&D)에 투입되어야 하는 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지지 기반인 노조의 격렬한 시위, 연정 상대인 녹색당과 당내 반대세력을 소통으로 설득했습니다.
슈뢰더는 “대안도 없이 이해당사자를 참여시켜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과정도 힘든 어려운 일”이라며 “정치지도자는 바로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존재”라고 못 박았습니다. 총리 재임 때 ‘제3의 길’을 선언한 것은 유럽 중도 좌파 정당들이 역점을 둔 ‘분배를 통한 정의’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판단, ‘성장을 통한 분배’의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개혁의 효과는 최소 2~3년이 지나야 나온다”며 “총리 퇴임 후 후임자 메르켈 총리가 내가 한 개혁의 과실을 수확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기원전 3세기 중국 사상가 순자(荀子; 본명 荀況, 자 荀卿)의 경구는 지도자의 철학과 소신이 국가를 다스리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줍니다. “군주가 △백성들이 자기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지 않는데도 군대가 강하기를 바라거나 △성이 견고하지 않은데도 적이 쳐들어오지 않기를 바라고 △적이 쳐들어오는데도 땅을 빼앗기거나 나라가 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한쪽으로 땅과 백성이 유린당하는데도 안락을 추구하는 것은 미친 삶과 같다.” 시대를 초월하는 선견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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