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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의 자취를 찾아서 - 주왕산
1. 가메봉에서 조망, 중간 가운데가 무포산, 멀리는 내연산, 향로봉 등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며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가로수의 나무 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 뿐
―― 패티 김 노래, 「9월의 노래」
주) 마지막 구절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 뿐’의 ‘당신’은 나에게는 ‘산’이다.
▶ 산행일시 : 2023년 9월 10일(일), 맑음
▶ 산행코스 : 절골,대문다리,가메봉,733.3m봉,칼등고개,주왕산,칼등고개,후리메기 삼거리,후리메기 입구,
용연폭포,절구폭포,용추폭포,주왕굴,대전사,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19.0km(가파른 데가 많지 않아 도상거리와 실거리(이정표 거리 20.4km)가 비슷함, 주왕굴
갔다가 뒤돌아온 거리 1.8km 등 포함)
▶ 산행시간 : 6시간(10 : 35 ~ 14 : 35)
▶ 교 통 편 : 다음매일산악회(25명)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양재역 2번 출구 전방 200m 스타벅스 앞
07 : 15 – 죽전 간이버스정류장( ~ 07 : 18)
09 : 12 – 의성휴게소( ~ 09 : 30)
10 : 35 – 절골탐방지원센터, 산행시작
11 : 21 – 대문다리, 가메봉 2.2km, 절골분소 3.5km
12 : 12 – 가메봉(882.7m), 휴식( ~ 12 : 26)
13 : 25 – 칼등고개, 주왕산 0.6km
13 : 36 – 주왕산(722.1m), 휴식( ~ 13 : 46)
14 : 25 – 후리메기 삼거리, 후리메기 입구 1.0km
14 : 38 – 후리메기 입구
14 : 45 – 용연폭포
15 : 00 - 절구폭포
15 : 27 – 용추폭포
15 : 51 – 주왕암, 주왕굴
16 : 25 – 대전사(大典寺)
16 : 35 – 주차장, 산행종료
16 : 40 – 버스 출발
18 : 45 – 충주휴게소( ~ 19 : 00)
20 : 20 - 양재역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청송 1/25,000)
▶ 절골, 가메봉(882.7m)
‘주왕산면’이라 새긴 큰 표지석을 지난다. ‘주왕산면(周王山面)’은 종전의 ‘부동면(府東面)’이 2019년 3월 1일에
바뀐 이름이다. 부동면은 조선시대 청송부(靑松府)의 동쪽에 있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 지었다.
우리 버스는 주산지 갈림길에서 그만 가야 했다. 산기슭 아래 좁은 도로를 계속 가니 차창으로 나뭇가지를 쓸고
간다. 500m쯤 더 가면 절골탐방지원센터가 나오고 주차장이니 거기서 버스를 돌릴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절골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은 버스를 돌리기에는 너무 좁았다. 주왕산 A코스 가겠다는 사람 4명을 내려주고,
뒤로 운전하여 온 거리 그대로 500m를 가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B코스를 간다, B코스는 대전사, 주왕산, 후리
메기삼거리, 용연폭포, 학소대, 대전사 주차장으로 진행하는 코스로 소요시간 5시간을 예상한다. 여기 오는 도중
버스 안에서 산행진행대장님이 A코스에 대해서는 가메봉까지 5.7km를 2시간 내에는 가야 한다는 등 달갑지 않게
안내한 효과가 있었다.
하여 서둔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발걸음 재촉하여 절골탐방지원센터 방문객 계수기를 통과한다. 이 절골은 다음 주
인 9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60일간 탐방로 예약제를 실시한다. 하루 1,350명을 받는다고 한다. 특히 단풍철에
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절골을 찾기 때문이다.
길 좋다. 너른 돌길을 잘 다듬었다. 계곡 옆의 데크로드를 자주 지난다. 절골 또한 협곡이다. 계곡 양쪽에는 기암(奇
巖)들이 하늘벽으로 둘렀다.
아직 단풍철은 이르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뜸하여 한적한 숲속 길이다. 잰걸음 한다. 0.5km쯤 갔을까, 데크로드는
끝나고, 주로 돌길을 간다. 계류를 징검다리로 수시로 건넌다. 대문다리 3.5km를 1시간에 가야 한다. 이 협곡에서
는 미음완보하고 관암(觀巖)과 관산(觀山), 관폭(觀瀑) 함이 마땅한데 간암(看巖)하고 간산(看山), 간폭(看瀑)한다.
어느 해 가을날 오지산행에서는 가메봉에서 여기로 내려왔다. 그때 이곳의 가을은 적상 둘러 참으로 화려했다.
대문다리. 절골은 갈전골로 이어지고 무지개다리로 계류를 건너 지계곡을 더 간다. 국립공원 주등로답지 않게 등로
가 헷갈린다. 자세히 보니 암벽 접근을 막는 등로 유도선이 가메봉 가는 길을 화살표로 안내한다. 계곡 너덜을 오른
다. 대문다리에서 0.7km를 그렇게 오르고 지계곡 건너 지능선을 붙든다. 비로소 계류를 벗어난다.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대자 갈지자 어지럽게 그린다. 삼성굴(三姓窟) 갈림길을 지난다. 임, 조, 김 씨 성을 가진 세 사람이 임진
왜란 때 함께 이 굴에서 피난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거기를 들를 여유가 없다.
가메봉에 가까워서는 암벽에 막히고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오른다. 야트막한 주릉 안부다. 가메봉 0.2km. 완만
한 오르막에 데크계단이 듬성듬성 나온다. 하늘 가린 숲속을 벗어난다. 하늘이 열린다. 가메봉. 널찍한 암반이다.
지난날 두 번이나 가메봉에 올랐다. 그때는 안개가 자욱하여 아무런 조망을 할 수 없었다. 그러했는데 오늘 와서 보
니 주왕산 최고(?)의 경점이다. 차라리 아니 볼 것을 본다. 내 수십 년간 산을 돌아다녔는데도 그 짧음을 새삼 한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천산만학 중에 겨우 하늘금 그린 팔각산, 바데산, 동대산, 향로봉, 내연산 등 몇 산만 짐작할 뿐이니 그렇다. 가메
봉 5.7km가 1시간 37분 걸렸다. 오는 도중에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그저 걸었다. 그늘에 들어 배낭 벗어놓고
첫 휴식한다. 입산주 겸 정상주로 탁주 독작한다.
3. 절골
5. 가메봉 정상
6. 가메봉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태행산(?)
7. 멀리 오른쪽은 향로봉(?)
8. 중간 오른쪽이 무포산
9. 낙동정맥 왕거암(王居巖, 910m)
10. 앞 골짜기가 절골
12. 가메봉에서 북서쪽 조망
▶ 주왕산 주봉(722.1m), 용연폭포
가메봉에서 주왕산(‘주봉’이라고도 한다)까지 4.4km이다. 주릉을 간다. 주왕산에서는 섣불리 지정등로를 벗어나기
겁난다. 곳곳에 암릉 암벽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얌전히 등로 따른다. 가메봉을 내린 등로는 사면을 길게 돌아 협곡
을 데크계단으로 내리고 완만한 능선을 간다. 오는 이도 가는 이도 보이지 않는 적막산중이다. 청송이 예로부터
이름난 송이 산지라고 하니 눈길은 사면을 더듬는다. 이미 멧선생이 헤집고 다녔고, 독버섯이라는 흰가시광대버섯
만 수두룩하다.
봉봉을 돌아 넘는다. 직등은 금줄을 두르기도 했지만 게으른 걸음이라 잘난 지정등로를 고맙다고 따른다.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고 본다. 산들바람에 나뭇잎 가볍게 흔들리고 더러 방향 없이 흩날린다. 728.3m봉을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고 야트막한 안부다. 지도에는 칼등고개라고 한다. 후리메기 삼거리 갈림길이다. 주왕산 산행교통의 요충지
다. 주왕산 0.6km. 당연히 들른다. 주왕산에서 내려오는 단체등산객들과 자주 마주친다.
주왕산. 숲속 너른 공터다. 긴 벤치가 놓여 있다. 근처 조망이 트일 데가 있을까 여기저기 쑤셔보았지만 허사다.
그런데 주왕산 정상을 내리고 나서 지도를 들여다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주왕산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삼각점이
있는 △718.5m봉을 들르지 않은 것이다. 다시 칼등고개다. 줄달음한다. 방금 전에 마주친 단체등산객들을 추월하
느라 더딘 걸음이다. 그들은 널찍한 등로를 좁다 하고 무리지어 간다. 데크계단 길게 내리고 계곡이다. 옥수가 암반
을 훑는다. 곳곳에 탁족하는 등산객들이 많다.
후리메기 삼거리. 사창골 합수점이다. 사창골로는 가메봉(2.6km)을 간다. 혹자는 후리메기를 “가메봉이나 칼등고
개를 향해 후려치기 시작하는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월간 산, 2009.10.8.), 나는 생각을 달리한다.
‘후리다’는 ‘휘몰아 채거나 쫓다’라는 뜻이다. 가메봉이나 칼등고개 등은 후리는 대상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다. 우연
히 계류에서 탁족을 즐기던 등산객이 메기가 놀고 있다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맞다. 메기를 후린다는 뜻이 아닐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1km 가면 주왕산 주계곡인 주왕계곡이다. 계류 가까이 산비탈 길을 간다. 주왕계곡 길은 대
로다. 용연폭포 0.3km. A코스에는 빠졌지만 들른다. 지도에는 제3폭포, 제2폭포, 제1폭포 등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현지에서는 각각 용연폭포, 절구폭포, 용추폭포라고 부른다. 산모퉁이 돌고 한참 올라 용연폭포다. 관폭하러 데크계
단 내리는 길을 막아놓고 더 위쪽으로 갈 것을 안내한다. 위쪽으로 간다.
위쪽도 관폭대로 내리는 데크계단을 막았다. 여러 사람들이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나는 지체없이 금줄을 넘는
다. 용연폭포를 보려고 이 먼 곳까지 새벽부터 달려왔는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다. 데크계단이 어디 무너
진 데라도 있어 탐방객이 다칠까봐 막았는지도 몰라 살금살금 내리고 긴 데크로드 지나 데크계단을 올랐는데 아무
렇지 않다. 왜 막았는지 모르겠다. 국공을 만난다면 내 사정을 얘기하리라. 그러면 이해하리라고 믿는다.
이 용연폭포(龍淵瀑布)는 2단 폭포로 주왕산 폭포 중 가장 크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과연 그렇다. 골짜
기 울리는 물소리부터 시원하다. 관폭대에서 바라보는 상단 폭포, 그리고 데크계단 내린 또 다른 관폭대에서 바라보
는 하단 폭포가 웅장하거니와 아름답다.
주왕산에 대해 많은 시를 남긴 학봉 김성일(鶴峯 金誠一, 1538~1593)은 이 용연폭포를 보려고 했으나 그때는 길이
험했는지 보지 못하고 뒤돌아 갔다. 그의 「주왕산에 들어가 용담에서 노닐려고 하다가, 철벽(鐵壁)이 하늘 높이 솟
아 있어 겁이 나서 중간에 되돌아왔기에 서글픈 느낌이 들어서 짓다. 정해년(1587, 선조 20)(入周王山。將遊龍
潭。鐵壁參天。畏險中返。悵然有作。丁亥)」라는 시다. 2수 중 제1수다.
용연에서 뜨는 해 자하성을 비춤에
산의 색깔 그대로 흰 눈처럼 밝구나
지척간인 단제를 올라가지 못하고서
백운 속을 바라보니 속세 일이 부끄럽네
龍淵初日射霞城
嶽色仍將雪色明
咫尺丹梯攀未得
白雲回首愧塵纓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1999
13. 중간 가운데가 무포산
14. 주왕산 정상
15. 가메봉 북서쪽 840.4m봉, 산지당은 이 봉우리 너머에 있다.
16. 용연폭포 상단
17. 용연폭포 하단
18. 절구폭포
19. 용추협곡
20. 용추폭포
21. 용추폭포와 그 주변
22. 학소대 주변
▶ 용추협곡, 주왕굴
대로에 올라서고 용추협곡을 간다.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대전사까지 약 4km, 주왕산의 하이라이트다. 이다음 절
구폭포는 왼쪽 지계곡에 0.2km 떨어져 있다. 여기도 철벽 아래 대로를 간다. 너른 광장이 나오고 철벽 두른 막다른
절벽에 2단의 폭포가 떨어진다. 그 위쪽은 후리메기 사창골로 이어진다. 절구폭포가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의 복숭
아탕과 비슷하게 생겼다. 안내문에 쓰인 대로다. “절구폭포는 마치 조각가가 공을 들인 작품처럼 오묘하고 아름다
운 폭포입니다.”
용추협곡을 간다. 하늘벽 사이 데크로드를 내린다. 조선 중기 문신이자 시인이었던 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
1554~1637)의 눈을 빌어 주변을 살핀다. 여헌의 「주왕산록(周王山錄)」의 내용이다.
“이 날 눈으로 본 것을 한번 기록하면, 골짝의 입구로부터 길이 다하는 곳에 이르기까지는 약 5리 쯤 되는데 양쪽의
벼랑이 모두 바위이나 서로 중첩되어 있지 않으며, 아래로 바위 밑으로부터 위로 바위 머리에 이르기까지 몇 길[丈]
인지 알 수 없으나 다만 한 돌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다. 중간에 작은 시냇물이 있고 시냇물로부터 오솔길이
있는데 오솔길은 흙을 밟지 않고 돌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바, 돌이 시내의 좌우에 널려 있어 혹은 높기도 하고 혹은
낮기도 하며, 혹은 크기도 하고 혹은 작기도 하며, 혹은 종(縱)으로 있기도 하고 혹은 횡(橫)으로 있기도 하며, 혹은
기울기도 하고 혹은 평평하기도 하니, 다리 힘이 건장한 자가 아니면 반드시 항상 넘어지고 만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는 자들은 두 벼랑의 암벽을 우러러보면 바위 뿌리가 각기 사람과 겨우 지척지간에 있는데,
바위 모서리가 곧바로 구름이 다니는 하늘 위로 솟아 있어 하늘과 해가 참으로 우물 안에서 보는 것처럼 보인다.
이른바 부암(附巖)이라는 바위 위에 이르면 좌우의 여러 바위가 눈앞에 펼쳐져 있어 천 가지 모습과 만 가지 모양이
모두 갖춰져 있다. 혹은 네모지고 혹은 둥글며 혹은 쭈그러들고 혹은 삐쭉 나왔으며, 혹은 좌우가 서로 맞이하여
마치 손을 잡고 읍하는 듯한 것이 있고 혹은 피차가 서로 높아 마치 누가 더 큰가를 다투는 듯한 것이 있으며, 혹은
부부처럼 배합한 것이 있고 혹은 형제처럼 나란히 자리한 것이 있으며, 혹은 원수처럼 서로 등진 것이 있고 혹은
친구처럼 서로 가까이한 것이 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성백효 (역) | 1997
용추폭포는 가까이에서 보기보다는 약간 떨어져서 주변의 석벽들과 함께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 바로 곁이 이백이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읊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학소대 지나 갈림길 왼쪽은 주왕암과
주왕굴(0.9km)로 간다. 주왕암은 바위(巖)가 아니라 암자(庵子)다. 오늘 산행의 A코스에 없지만 들르러 간다. 왕복
1.8km. 바쁘다. 첫 200m 정도는 데크로드로 산자락을 오른 다음 산모퉁이 돌고 돈다.
산모퉁이 등로 옆 데크전망대는 이따 올 때 들르기로 하고 곧장 간다. 깊은 지계곡이 나오고 주왕암 안으로 들어간
다. 좌우가 높은 석벽인 협곡을 철계단으로 오른다. 그 막다른 석벽에 굴이 있다. 주왕굴이다. 이 동굴에 주왕이
은거하였는데, 주왕굴 옆으로 떨어지는 물에 세수하러 나왔다가 신라 마일성(馬一聲) 장군이 쏜 화살에 맞아 최후
를 맞이하였다고 한다. 주왕산과 주왕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신라의 왕족 김주원(金周元, 생몰연대 미상)이 머물렀다 하여 주방산(周房山)이라 했다 하며, 산의 모습이 돌로 된
병풍과 같다 하여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한다.
또한 주왕은 중국 동진(東晉)의 왕족인 주도(周鍍)인데, 주도는 자칭 후주천황(後周天皇)이라 하면서 당 나라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압록강을 건너 이곳으로 와 은둔하였다고 한다.
한편, 주왕의 서자 대전도군(大典導君)이 주왕의 주검을 찾아 굴을 파서 감추었다고도 한다. 지금의 대전사(大典寺)
는 대전도군(大典導君)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장호(金長好, 1929~1999)는 그의 책 『韓國名山記』
(평화출판사, 1993) ‘주왕산’에서 그와 같은 설화를 다음과 같이 일축한다.
“사실, 주왕 혹은 주도가 이 산에 성을 쌓았다 어쨌다 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따로 없고, 거기에 따르는
역사적인 고증을 세울 수 없는 데도, 그 설화는 여태도 끈질기게 이 산 안내서마다에 적혀 지고 있다. 그 설화의 근
원은 바로 여기 대전사에 전하는 주왕전(周王傳)과 대전도군유적(大典道君遺蹟)이라는 두 권의 책이다. (…) 그것
이 중국 쪽 기록에도 부합되는 사실이라면 모르되, (…) 특히 그가 요동을 건너 고려왕에게 쫓기어 다니면서 벌인
활동무대가 온통 한반도요, 또 나중에는 시도 때도 없이 무학대사, 나옹화상과 교제하고 심지어는 최치원과도 왕래
하였다는 것을 보면 설화로서보다는 오히려 소설적인 허구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내가 경솔했다. 주왕굴과 주왕암에서 대전사 가는 길은 온 길을 뒤돌아 가지 않고서도 지계곡에서 내려가는 길이 있
는데, 여기 오면서 데크전망대를 들르지 않고 와버렸다. 어쩔 수 없이 온 길을 뒤돌아간다. 데크전망대를 들른다.
병풍바위와 학소대가 눈높이로 한층 가깝게 보인다. 데크전망대에서도 주왕암으로 가서 그 아래 길로 갔으면 좋았
을 것을 처음 온 길 그대로 주왕계곡 대로까지 뒤돌아간다. 이래서는 산행마감시간이 더욱 빠듯하다.
대전사가 산행종점이 아니다. 그 아래 먹자동네를 지나는 0.9km를 가야 주차장이다. 달음박질한다. 대산 이상정
(大山 李象靖, 1711~1781)이 「주왕산 동구로 들어가면서(入周王山洞口)」에서 말한 유수보다 더 빠르게 속세로
나간다.
수려한 골짜기 신령한 봉우리가 겹겹이 둘렀는데
예스러운 학소대에 백운이 한가롭네
낙화와 유수는 도리어 엉뚱하게도
선경에서 빠져나와 속세로 나가네
秀壑靈岑百匝環
鶴巢巖古白雲閒
落花流水還多事
漏洩仙區出世間
ⓒ 한국고전번역원 | 권경열 (역) | 2015
23. 학소대
24. 용추협곡 주변, 병풍바위
25. 가운데가 시루봉
26. 시루봉
27. 용추협곡 주변
28. 주왕굴
30. 병풍바위
31. 대전사 마당에서 바라본 기암(旗巖), 주왕산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32. 서울 가는 길에 문경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바라본 주흘산
첫댓글 청송하면 사과와 개그맨 전유성이 항상 생각났는데, 그 보다 훨씬 유명한 주왕산이 있었음을 깜빡했네요. ㅎㅎㅎ
기암절벽의 주왕산, 가을단풍의 주왕산... 다시 또 가고 싶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落花流水還多事
漏洩仙區出世間
멋진 구절입니다.
산행마감시간에 쫓겨 좋은 경치를 다 놓아두고 온 느낌입니다.^^
가을이면 가고픈 곳.
일찍도 다녀오셨네요.
그렇습니다.
너무 일찍 갔어요. ㅠㅠ
당일로 먼 곳을 다녀오셨네요...주왕산의 암릉과 맑은 날씨가 한데 어울려 보기 좋습니다...눈이 다 시원합니다^^
가메봉에 삼세번에 조망이 트였습니다.^^
총알산행 이구만요
주왕산 다녀와 2020분에 입경하다니 ㅠ
이따금 산욕심만 줄이면먼 데도 당일로 가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