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5](월) [동녘글밭] 세차게 부는 봄바람은
https://youtu.be/7u85CCxf3o4
봄이면 강릉은 어김없이 바람이 거셉니다. 마음이 급하여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 듯한 벚꽃을 말끔하게 떨어뜨릴 정도니까요. 세차게 부는 바람에서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양강지풍(襄江之風)입니다. 좀 배웠다고 뽐내는 님들이 한자를 끌어와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양양을 중심으로 위쪽, 간성을 넣어 ’양간지풍‘으로 그 아랫 쪽인 강릉을 넣어 ’양강지풍‘이라고 하지요.
이처럼 동해안은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큰 바람에 시달립니다. 기온이 높고 마른 바람이 산불을 일으켜 큰 피해를 입히곤 합니다. 이러한 피해는 자연 현상에서 온 것이라 그저 잠잠해 지지만을 바랄 뿐이지요.
여기서 잠깐 바람을 생각해 봅니다. 바람은 기온인 공기 온도의 차이로 생기는 자연 현상입니다. 마치 더운 물이 찬 물을 만났을 때와 같은 흐름이 공기에서도 흐릅니다. 이 흐름은 나를 중심에 두고 생긴 우리말이 있는데 동쪽에서 불어 오면 샛바람으로, 서쪽에서 불어 오면 하늬바람으로, 남쪽에서 불어 오면 맞바람(마파람)으로, 북쪽에서 불어 오면 된바람, 높바람으로 부릅니다. 여기에서 갈래지어 나온 말이 북동풍인 높새바람도 있지요.
이런 바람이라는 말은 또 다른 새로운 말을 많이도 만들어 냅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총선을 앞둔 ’민주의 바람‘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민주 시민의 바람‘으로 부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어쩌다 생긴 ’윤석열 검찰 정권‘을 쓸어 버릴 ’민주 시민‘이 일으키는 바람으로요. 그래서 오늘의 글밭도 ’세차게 부는 봄바람은‘으로 잡은 것입니다.
지금은 빼앗기지도 않은 땅인데 봄바람을 기대는, 총선을 앞둔 나날입니다. 뜬금없이
1926년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런 오늘도 고마움으로 상화의 시린 마음에 기대어 봅니다. 정말, 고마워요.
첫댓글 제목이 '세차게 부는 봄바람은'입니다.
그 바람이 어떤 것인지 말씀을 드리진 않았읍니다.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알기에 말씀을 드리지 않은 것입니다.
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것이 그 중심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도 말씀을 드리지 않았읍니다.
그것은 조금 있다... 다음 기회에 된 마음으로 말씀을 드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냥 그 느낌을, 마음을 담았읍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