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월
1, 이서영 작가를 만나
意外淸談夜 뜻밖의 청담을 나누는 밤
山中落水聲 산중에서 낙숫물 소리 들려오네
先生初見感 선생을 처음 본 느낌은
孤鶴一何明 외로운 학 같은데 어찌 밝은지..
2017, 5, 2 고 현
2, 固城卽事 고성즉사
幽幽四面翠微時 그윽하게 사방에서 산의 푸르름 밀려오고
競艶山花舞蝶兒 산의 꽃은 에쁨을 다투고 나비는 춤을 추네
不勝酣情尋結句 봄의 정취 이기지 못하여 결구를 찾을 때
林下午睡一蛾眉 숲속에는 미인이 낮잠을 자고 있네
2017, 5, 3 고 현
3, 早發
空路五更離固城, 공로오경리고성
悲哀古誦擾人情. 비애고송요인정
膏肓無奈土家信, 고황무내토가신
自問天工新曉明. 불해천공일효명
일찍 출발하다
한밤중에 고성을 떠나 텅 빈 도로 달리는데,
슬프게 흐르는 옛 노래 사람의 마음을 헤집네.
병 깊어 도리 없어 토방에서 이틀을 같이 했고,
하늘의 조화 자문해 보는 중에 또 한 새벽 밝아오네.
固城 경상남도 고성
膏肓 병이 깊어 치료할 수 없는 상태
土家 황토 가옥
信 이틀을 묵는 것
天工 천지의 조화
새벽 3시쯤 출발하여 오는데 도로에 차는 없고,
지나간 옛 노래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흘러 나오니,
인생무상을 느끼며 세상의 조화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다.
3,4구는 拗와 拗求
평평측측평평측, 측측평평측측평 ==>
평평측측측평측, 측측평평평측평
2017, 05, 04 杲 峴
4, 待雨
不是春日花鳥空 불시춘일화조공
可憐總有黃塵中 가련총유황진중
春雨花落人爲惜 풍우화락인위석
更惜春虛一朦朧 갱석춘허일몽롱
비를 기다리며
봄날에 꽃과 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련한 것은 모두 다 누런 먼지 속에 있다는 것.
봄비에 꽃이 지는 것을 사람들은 애석해 하지만,
더욱 애석한 것은 봄 하늘이 온통 몽롱하다는 것.
요즘 미세먼지와 황사가 유독 심하다
2017, 05, 08 고 현
5, 大選日懷往事
不是毛遂敢自薦, 불시모수감자천
大夫擁戴只票能. 대부옹대지표능
最誤恥邦却何許? 최오치방각하허
人人莫持寸心氷. 인인막지촌심빙
대선일에 지난 일을 회상해보다
모수만큼도 안 되는 능력으로 스스로를 자천했고,
대부들은 단지 표 얻는 능력 때문에 그녀를 떠받들었었지.
나라를 수치스럽데 한 가장 큰 오류는 무엇이었을까?
선거 때 국민들이 얼음장 같은 냉철함을 잃었기 때문이었네.
2017, 05, 09 고 현
6, 金剛山回顧
山中八坎一無瑕 산중팔감일무하
海上金剛作浪花 해상금강작랑화
十五年來尋不了 십오년래심불료
荒蕪亂草又新芽 황무란초우신아
금강산 회고
산 속 여덟 웅덩이 티끌 하나 없이 맑았고,
해금강의 수면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지.
십오 년이 지나도록 다시 찾지 못하였으니,
비무장 지대의 잡초들 또 새싹을 틔웠겠지.
두세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이토록 그리워하는데
핵이니 안보니 하는 것들로 국민을 인질삼지 말기를 바란다
바란다, 남북 모두에게.......
2017. 05, 10 고 현
7, 新任大統領
要請隣邦報復終, 요청린방보복종
答言賖國友情同. 답언사국우정동
初抛雜格纔成格, 초포잡격재성격
願此難題盡瘁融. 원차난제진췌융
신임 대통령
중국에 사드 보복 중단을 요청하고,
미국의 우호 요청에 그러리라 응답했네.
잡스런 격을 버리자 제대로 된 격이 생겨나니
작금의 난제를 사력을 다하여 풀어 줄 것을 원해보네
難題가 무엇일까
남북 문제, 일자리 문제, 동서 문제, 검찰 개혁......
....수없이 많지만,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고려 했으면 한다.
취임사에서도 방북 의사를 밝혔지만,
남북회담은 통일을 준비하는 첫 단추이기 때문.
2017, 05, 11 고 현
8, 邊賞邊譯四百五律已殘春
五言四百律詩中, 오언사백율시중
不少名篇感動衷. 불소명편감동충
春雨蕭蕭閑日詠, 춘우소소한일영
是非世事自離躬. 시비세사자리궁
오언율시 사백 수를 감상하다 번역하다
하다보니 이미 봄이 다하다
오언 사백 율시 중,
적지 않은 명편에 마음의 감동을 받네.
봄비 쓸쓸히 내리는 한가한 날에 읊어보며,
세상 시비에서 스스로 몸을 빼어본다.
2017, 05, 12 고 현
9, 流蘇花下
麥嶺累累白米懸 맥령루루백미현
一看已飽一何鮮 일간이포일하선
當時折麥燒吹味 당시절맥소취미
爭奈今兒解妙玄 쟁내금아해묘현
이팝나무 밑에서
보릿고개에 주렁주렁 흰 쌀 매달려있어,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른데 어찌 이리 신선한가?
당시에 보리 꺾어 구워서 불어먹던 맛,
지금의 애들 그 현묘한 맛을 어찌 이해하겠는가?
보리 익어가는 이 계절
먹을 것이 없던 이 때를 보릿고개라 부르고
정약용은 그것을 麥嶺이라 했다
채 여물지도 않은 보리 꺾어
밭둑길에서 불에 태워 껍질을 손으로 비벼 불고
재와 뒤범벅이 된 보리 알갱이 먹던 그 시절..
지금 애들이 알까?
그립다 고향의 밭둑길...
2017, 05, 13 고 현
10, 三十七年前
燃廈倒輪偏廢市 연하도륜편폐시
白衣呼喊綠瞄槍 백의호함녹묘창
飛來團飯無汝我 비래단반무여아
殘忍槍聲奈可忘 잔인창성내가망
삼십칠 년 전
건물은 불타고 차량은 뒤집혀 폐허가 된 도시에서
민중들은 절규했고 군대는 총을 겨누고 있었네
주먹밥 날아들며 너와 내가 따로 없었는데
당시의 무자비한 총성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당시 나는 도청 앞 집단 발포 현장에 있었다
2017, 05, 18 고 현
11, 書今日多事模栢梁臺詩體 오늘의 많은 일들을 백량대 시체로 적다
藩落薔薇盛開時, 울밑에 장미 한창 피었는데,
一辰世事一何悲. 오늘 하루의 인간사는 얼마나 슬픈가?
手鐐鬟髮向席羸, 수갑에 올림머리, 파리하게 좌석 향하는데,
四十年友傍坐遲, 사십년 지기도 천천히 그 옆에 앉네
恨不疏通怨咎誰. 막힌 소통 한스러운데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리?
再來阿爾法圍棋, 다시 나타난 인공지능 알파고 바둑,
逾高逾怕着点奇, 고수일수록 그의 착점의 기이함에 두려운데,
柯潔奮鬪人間期, 커제는 인간의 기대에 맞게 분투해주길 바라며,
一手一手眼不離. 구경꾼은 한 수 한수에 눈을 떼지 못하리!
烽下村鳴追悼辭, 봉하 마을에서는 추도사가 울리는데,
多少衆人淚珠垂, 모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가?
天道萬事有盛衰, 천도와 인간사 모두 성쇠가 있다는 것을,
歷代權者曷未知. 역대의 권력자들은 어찌 그리 몰랐을까?
足球一賽應同卮, 축구 한 판 보는데 술잔은 응당 같이해야 하고,
最多冠軍却莫罹, 최다 우승국이지만 겁낼 필요 없으니,
煩惱此夜爭雄雌. 번뇌스런 오늘 밤 마음껏 자웅을 겨뤄보기를!
栢梁臺詩體(백량대 시체) 매 구에 일운도저 압운하는 시체로,
두보의 음주팔선가가 대표적.
..............................................................2017, 05, 23 고 현
12, 示三女兒們
一年三百咎 일년삼백구
三十惹麻煩 삼십야마번
若是無醒悟 약시무성오
三應血漏呑 삼응혈루탄
세 딸들에게 보이다
일 년 삼백 번의 작은 허물에서,
삼십 번의 머리 아픈 일이 생겨난다.
만약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응당 세 번의 피눈물을 삼켜야 하리.
2017, 05, 24 고 현
13, 阿爾法圍棋-柯潔 第 二局
上邊一跨中央縮 상변일과중앙축
着後棋人總吃驚 착후기인총흘경
柯潔茫然無線索 가결망연무선색
機前擾擾可憐情 기전요요가련정
알파고-커제 두번 째 대국
상변의 한 칸 뛴 수와 중앙에서의 웅크린 수,
놓이고 나서야 바둑인들 모두 경악을 하네.
커제는 망연하여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기계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가련하다.
알파고의 흑25와 흑119는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수법이었다
2017, 05, 25 고 현
14, 輓詩
空來空去道 공래공거도
造叟一何催 조수일하최
幼逛東溟嶼 유광동명서
笄交種伯猜 계교종백시
爲郞遺麗賦 위랑유려부
使世惹悲哀 사세야비애
淨土西方路 정토서방로
薔薇正盛開 장미정성개
만시
공에서 왔다 공으로 가는 것이 만물의 도이지만
조물주는 왜 이리 재촉을 해대는가?
어려서는 동해바다 섬에서 노닐었고
소녀 때의 우정은 종자기와 백아도 시샘했네
낭군 위해 고운 시를 남겼으니
세상 사람들에게 슬픔을 자아내게 하네
정토로 가는 서방 길에
때맞춰 장미꽃 활짝 피어있네
고 최윤서님의 소천을 깊이 애도하며
가족들께 위로를 드립니다.
2017, 05, 29 고 현
郞 님 - 최윤서 作, 고 현 漢譯
烏溜兮我郞 오류혜아랑 내님은 까맣습니다
夏日炎中勞 하일염중로 한여름 떙볕에 일을 하느라
顔面熟成玄 안면숙성현 까맣게 얼굴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翡翠兮吾君 비취혜오군 내님은 파랗습니다
理當理抱我 리당리포아 언제나 날 감싸주며 안아주며
寬深海色緣 관심해색연 이해해주는 넓은 파란바다입니다
月皓兮吾夫 월호혜오부 내님은 하얗습니다
腦胸空外我 뇌흉공외아 머리속엔 나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皎素薛濤箋 교소설도전 나만 생각하고 그리는 하얀 도화지입니다
癡人兮我侶 치인혜아려 내님은 바보 같습니다
常久向心吾 상구향심오 언제나 언제나 나만 바라보는
逾看俊傻仙 유간준사선 보고 또 봐도 멋진 바보입니다
15, 和友翰
爭朽平生琢劍書 쟁후평생탁검서
多虧小劫利姸蕖 다휴소겁이연거
莫嫌鶴鬢經綸表 막혐학빈경륜표
旣是吟詩倣盛初 기시음시방성초
친구의 편지에 답하다
어찌 평소 닦는 문무가 쇠하겠는가?
다행히 시간 주어져 고운 연꽃 피우는데 보탬이 되리.
경륜의 표시이니 귀밑머리 세는 것 싫어하지 마시고,
기왕 시를 쓸거라면 성당과 초당을 본받기를 바라네.
2017, 05, 30 고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