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올해도
딱 그맘때 시구를 했습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훌쩍 넘던 계절의 담장
마지막
꽃 한 송이가 글로브를 떠났지요
어떤 청춘이
공을 받아 애인에게 줬을까요
흠뻑 젖은 몸을 씻으러
구름 아래로 드는
그 목련
뒷모습에 잠깐 빠졌을 뿐입니다
종착역
저 늙은 기차도
바람둥이 한때가 있지
무쇠 몸 들썩이며
밤낮없이 내달리던
역마다
무한 방출을 하던
풋풋하던
그런 시절
허상을 본다는 거
수구처럼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저 얼굴은 간절해야 보여주는 풀숏이다
손 뻗어 만지려 하면
먼 하늘로 달아나는
한껏 고개를 젖힌 꽃들의 눈동자가
그렁그렁 젖은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
간절함 이런 열쇠라야
잠긴 시간을 연다
귀신 본다는 삽살개가 공연히 짖어대도
심장에 먹먹한 이름 묻지 않고서야
저토록 아득한 공간을
읽을 방법이 없다
숨바꼭질 끝나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
내가 찾는 것은 투명한 그리움이다
마지막 기억으로 남은
웃음 말소리 뭐 그런 거
터치, 터치
건드리면 홀랑홀랑 넘어가는 태블릿피시, 손을 뗄 수가 없
다 전신이 성감대라
이 여자 절정은 어디? 벌써 새벽 두 시다
손가락 하품은 화면에서 아웅, 아웅 좋아요 꾹꾹 누르는 지
구촌의 사람들
이것은 영혼의 스와핑이다 한밤중이 외로운
- 시집 『뒷모습에 잠깐 빠졌을 뿐입니다』 가히,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