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번째 기소… 담당판사는 ‘트럼프 지지층 저승사자’
1·6 의회난입 가담자 엄격 처벌
검찰 구형보다 강한 형량 선고도
트럼프 겨냥 “왕이 아니다” 일침
타냐 첫컨 판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기와 속임수를 바탕으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이번이 세 번째 기소다.
미연방 대배심은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한 뒤 선거 부정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키도록 부추겼다며 그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는 그의 혐의로 미국에 대한 사기, 선거인단 표결 인준 등 공무집행 방해, 투표권 침해, 공식 절차 방해 등 4개를 들었다.
뉴욕주 검찰의 ‘성추문 입막음’ 관련 기업문서 조작 혐의 기소, 연방검찰의 퇴임 당시 기밀 문건 불법 반출 및 보관 혐의 기소에 이어 이번 세 번째 기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까지 유세장과 법원을 오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이번 사건의 재판을 맡은 타냐 첫컨 워싱턴 연방법원 판사(61)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악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첫컨 판사는 1·6사태에 가담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중순까지 진행된 형사 재판에서 재판관 80%는 검찰 구형보다 관대한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첫컨 판사는 같은 기간 1·6사태 가담 피고인 31명에 대한 판결에서 9건은 구형보다 세게, 14건은 구형 그대로 선고했다.
첫컨 판사는 이 과정에서 한 피고인에게 “애국심이 아니라 한 사람(트럼프)을 위해 의사당에 난입했다”며 꾸짖기까지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가 “재판관들이 1·6사태 가담자에게는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지적하자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폭도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그는 2021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1·6사태 진상 조사에 필요한 백악관 문서 공개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하원 1·6사태 특별조사위원회는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700쪽 넘는 백악관 통신 기록 등을 입수해 법무부에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권고했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며 원고는 대통령도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특권이 영원하다고 볼 수 없다”는 첫컨 판사의 기각 판결문도 화제를 모았다.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미 조지워싱턴대,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국선변호인이 된 첫컨 판사는 형사 사건 전문으로 일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 의해 국선변호인으로는 처음으로 워싱턴 연방판사로 임명됐다.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