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변화 직후 사제가 성체와 성혈을 들어 올려 보이고 교우들이 경배하는 관습은 중세에 도입되었는데, 13세기 초 파리 교구장 에우데스 드 쉴리 주교가 교구 사제들에게 내린 지침에서 처음 발견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제대가 제단 벽에 붙어 있었고 제대 앞에 선 사제가 신자석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체 성혈이 사제의 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성체 성혈을 높이 들어 신자들에게 보여주도록 한 것입니다.
이후 이러한 거양과 경배는 서방교회 전체로 확산되었고, 1570년 교황 비오 5세의 『로마 미사 경본』에 수록되면서 비로소 공식적인 예규로 정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성체 성혈을 거양할 때 감히(?)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더 겸손한 경배인 것이라 여기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거양성체의 의도가 성체 성혈을 보여주어 바라보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거양성체 때 회중의 자세는 원래 장궤(무릎절)입니다.(2024년 1월 21일자 주보 2795호, 「기도하는 교회」 “성체 성혈 축성 때 하는 절에 대해 알려주세요.”) 장궤가 이미 성체를 향한 절이므로 다시 고개를 숙여 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건강이나 직무 때문에 장궤를 할 수 없는 분들은 이때 서 있으며, 거양성체 직후 사제가 절할 때 함께 ‘깊은 절’을 합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43항) 그러므로 어느 모로 보나 거양성체 때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1914년 교황 비오 10세께서도 신앙과 애정을 가지고 성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나의 주님, 나의 참 하느님”이라고 고백하는 교우들에게 전대사를 베푸시며 바른 성체 공경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