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43) - 이열치열 여름나기
유례없는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8월을 맞이하였다. 8월 1일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는 열대지방보다도, 적도 근방 아프리카 도시보다도 뜨거웠다.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뜨거운 날이 됐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1994년 7월 24일의 38.4도보다 1도 이상 높았다. 서울 외에 강원도 홍천 41도, 경북 경산 40.5도, 광주는 39.6도까지 올랐다. 일주일 전 여름방학과 출장으로 집을 비운 분당의 아들네 집에 왔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아파트는 밖의 열기와는 달리 비교적 시원한 편, 테니스동호회원들에게 피서차 열흘간 서울에 있겠다며 떠난 말이 사실임을 입증해준다. 그래도 전국이 펄펄 끓는 한더위, 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지내는 이열치열 여름나기를 소개한다.
1. 백수(白壽)를 맞으신 어머니
지난 토요일(7월 28일) 오전 11시, 어머니의 백수(白壽, 100세에서 하나를 뺀 99세)를 맞이하여 조촐한 축하모임을 가졌다. 유례없는 혹서(酷暑)로 전국이 가마솥처럼 뜨거운 여름, 음식 차리기도 번거로울 것을 피하여 간단히 예배만 드리기로 하였으나 외손녀가 과일을 준비하고 조카들이 깨죽을 끓여온데다 떡과 식혜 등을 준비하여 풍성한 생일잔치가 되었다.
온 가족이 함께 한 생일축하 예배에서는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자나 깨나 주의 손이 항상 살펴주시고 모든 일을 주안에서 형통하게 하시네’의 찬송가사로 은혜를 나누고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언 16장 31절)는 잠언의 말씀으로 어머니가 맞으신 백수(白壽)가 새로운 장수의 물결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당연지사가 아니라 정직하고 공의로운 삶의 귀중한 선물인 것을 새기며 화목과 우애, 정직과 성실의 가풍을 진작시키는데 더 힘쓰기를 다짐하는 교훈을 삼았다.
예배 후 생일축하노래를 함께 부르고 다과를 나눈 후 인근의 한식당에서 점심을 드는 것으로 한여름 더위 속에 어머니의 간소한 백수(白壽)잔치를 마무리하였다. 본가와 친정을 통틀어 장수의 기록을 이어가는 어머니, 남은 때도 평강을 누리시며 화목과 정직을 추구하는 가문의 버팀목이 되소서.
어머니의 백수맞이 예배
2. 무더위 속 걷기행사
7월 29일(일), 걷기 행사에 참석하였다. 한국체육진흥회의가 매주 일요일에 갖는 걷기행사, 이날은 이순신백의종군로 1,2코스(종각-동작역-남태령-인덕원, 약 29km)를 걷는 코스다. 오전 9시, 무더운 날씨에도 출발장소인 명보극장 앞에 20여명의 동호인이 모였다. 이순신 장군이 의금부에서 풀려나와 백의종군 길에 나섰던 종각을 경유하여 서울역을 지난 후 청파동의 삼일교회에 이르니 10시 반이다. 잠시 휴식 후 삼각지와 이촌역을 거쳐 국립박물관 앞에 이르니 12시가 가깝다. 도로변에서 음료와 다과를 들며 잠시 휴식, 동작대교를 거쳐 이수역을 지나는 동안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발걸음도 무겁다.
땡볕 속 동작대교를 걷는 일행
사당역 부근에 이르니 오후 1시, 식당을 찾아 땀을 식히며 순대와 냉면 등으로 점심을 들었다. 오후 2시 반, 사당역을 지나니 회원 한 분이 길가의 커피가게로 일행을 안내하여 시원한 냉커피와 과일주스로 바닥난 체력을 일으켜 세운다. 이에 힘을 얻은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의 선언, '36도나 되는 무더위를 견디며 걷느라 수고 많으셨다. 오늘 걷기는 잠시 후 도착하는 남태령에서 끝내기로 한다.' 남태령까지는 약 20km, 혹심한 무더위를 견디며 묵묵히 걸은 일행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걷기 장면을 사진으로 접한 제자의 메시지, '갑자기 교수님이 무서워졌어요. 이 폭염을 무서워 않다니, 무슨 행사
인데 취소를 안했을까요?' 보낸 답글, 작년에 걸었던 백의종군길 점검행사로 그때의 단장이 한 달 간 그 길을 다시 걸으며 보완하는 걸음을 시작하는데 동호인들이 함께하였답니다. 마침 서울에 일주일여 머무는 중이어서 동참하였지요!
작년에 걸었던 길 다시 걷는 배준태 제독은 인덕원까지의 나머지 구간을 혼자 걸었다. 무더위 속 건강 챙기며 무사히 완보하기를 성원한다.
3. 최고기록의 더운날 게바위 탐방
8월 1일(수), 오전 9시 전에 분당의 아파트를 나서 전철을 타고 천안으로 향하였다. 천안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역으로 마중 나온 사촌동생과 함께 아산시 인주면 해암리에 있는 게바위(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중 아산에 머물다가 여수에서 배를 타고 아산으로 오던 어머니가 배 안에서 세상을 떠나 유해를 맞은 곳)로 향하였다. 작년 8월, 백의종군길 걷기행사에 참석한 일행들이 걷기 종료 3개월 후 이곳에 기념식수를 하였는데 그때 참석하지 못하여 이번 기회에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작년에 걸었던 기억을 더듬어 게바위에 도착하니 12시가 지났다. 기념식수 나무는 뿌리를 제대로 내렸는지 잘 자라고 있어 다행, 공원으로 조성한 지역에 작년에 없던 정자가 세워져 그 자리에 잠시 머물며 작년에 썼던 기록을 되뇌었다. 나선 김에 인근의 삽교천을 들러 온양에서 점심을 들고 분당에 돌아오니 오후 5시, 더운 날에도 움츠리지 않고 건강하게 보낸 하루가 알차다.
아산시 인주면 해암리 게바위 풍경
* 지난 6월에 다녀온 코카서스 여행의 일행 한 분(정연동 전 한전KDN사장)이 분당에 살고 있다. 여행 중 친분을 쌓은 사이, 안부를 전하였더니 식사를 함께 하자며 초청한다. ‘김 교수님 부부가 분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내일 저녁 6시 수내역 부근 중식당 “연경”에서 아내랑 넷이서 뵙기로 하지요.’ 토요일 저녁, 격조 있는 중식당의 코스요리를 대접 받으며 즐거운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서로 쓴 책을 한 권씩 교환하며. 3일 후 다시 전화하여 더운 날씨에 영화관에서 피서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대한 답글,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신 책 내용이 너무나 좋습니다. 두 분의 러브스토리, 한전KDN의 개혁 등 다른 이보다 앞선 사고와 추진력에 경의와 찬사를 보냅니다. 아내도 동감!’ 낮 12시, 서현역 인근의 극장에서 만나 ‘미션 임파써블“을 함께 관람한 후 점심을 같이 한 후 헤어졌다. 오늘(8월 2일) 아침 다시 전해온 메시지, 111년만의 더위라니 우리가 처음 겪는 더위군요. 주말 일정이 어떠신가요? 제안일정 : 토요일(8월 4일) 조찬, 콩나물해장국을 잘하는 골퍼들이 잘 가는 곳. 일요일(8월 5일), 일요예배 지구촌 교회, 예배 후 교회 구내식당에서 식사함.’
주말일정은 아직 미정이나 유례없는 혹서기에 깊은 호의로 세심하게 챙겨주는 이가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친절을 베푸는 이 덕분에 한결 시원한 마음으로 초유의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난 시간이 내 마음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 송성헌의 아름다운 시간에서' 여러분도 그러하기를!
여행동료 부부와의 즐거운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