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노하나 기자 | | 오는 21일 개봉하는 <족구왕>(감독 우문기ㆍ제작 광화문시네마)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해무>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가에서 절대 다수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시점에 62개 스크린을 확보,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인디버스터’ 캠퍼스 청춘 영화 <족구왕>의 두 주인공 안재홍(홍만섭 역)과 황승언(서안나 역)을 홍대 인근 상상마당에서 만나 <족구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배우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배우 별로 두 개의 기사로 나눠 싣는다.
아래는 주인공 홍만섭 역을 연기한 배우 안재홍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안재홍은 영화에서 무한 긍정 에너지를 앞세워 현실적인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족구를 통해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24살 식품영양학과 복학생 홍만섭 역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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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노하나 기자 | | 와이드커버리지(이하 W):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다. 입소문도 나고 있는 것 같던데...
안재홍(이하 안): 실시간으로 SNS 반응을 체크하고 있는 데 좋은 것 같다.
W: 광화문 시네마(족구왕 제작사)의 전작에도 출연했는데 전작에 출연할 당시부터 <족구왕> 출연이 정해졌던 것인가?
안: 아니다. <1999, 면회> 찍을 당시에는 <족구왕>이라는 아이템이 있는 줄도 몰랐다. <1999, 면회>를 찍은 이후 그 영화의 연출자였던 김태곤 감독이 술자리에서 <족구왕> 아이템을 이야기해줬다. 이후 잊고 지냈는데 <1999. 면회>가 개봉했을 때 영화 끝에 나오는 <족구왕> 쿠키영상(제작사의 다음 영화를 소개하는 티저 영상)에 시간이 맞아 출연하게 됐다. 그런데 그 쿠키영상이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곳에서 많이 공유가 되고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래서 영화 본편에도 참여하게 됐다.
W: 족구는 많이 해 봤나
안: 족구를 잘 못한다. 군대에서도 잘 안했다. 족구를 잘 못하니까 고참들이 안 시키더라. 그대신 목소리가 커서 스코어를 불러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웃음)
W: 영화에서는 족구를 많이 해 본 사람의 자세던데...
안: 영화 출연이 정해진 시점부터 엄청나게 트레이닝을 했다. 태풍이 부는 날도 비바람 맞으면서 했을 정도다. 스턴트맨이시면서 현역 족구선수인 무술감독님께서 하드 트레이닝을 시켜주셨다.
W: 그럼 지금은 족구를 좀 하나
안: 영화 촬영 끝난 이후 또 공을 많이 안 차서 잘 모르겠다.(웃음) 하지만 트레이닝 하던 때는 많이 차다 보니까 공이 발이 붙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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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노하나 기자 | | W: 완성된 영화는 언제 처음 봤나
안: 영화에 족구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 컷이 빨리 돌아간다. 편집 하시는 분들이 고생하실 것 같아서 먹을 것을 사들고 편집실에 찾아 갔었는데 절대 안 보여주시더라. 결국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다.
W: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반응이 무척 좋았다던데
안: 일단 나도 처음 영화를 보는 것이라서 너무 설레였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아 행복했고, 벅찼다.(옆에 앉아 있던 황승언이 ‘폭발적이었다’며 거들었다)
W: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개봉일이 조금씩 연기됐다. 초조하지는 않았나
안: 개인적으로 캠퍼스물이기 때문에 신학기, 개강 때 개봉하는 것이 맞지 않나 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실 수 있는 8월 블록버스터와 정면승부(?)를 해보자고 결론이 났다.(웃음) 감독님께서 어차피 대작들과 경쟁할 영화가 아니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W: 사람이 아무리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도 경우에 따라서는 폭발도 할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는데 극중 홍만섭은 거의 그런 모습이 없다. 매사 덤덤하고 긍정적이다. 이런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었나
안: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친구가 내 주변에도 있고, 군대에서도 이런 친구를 봤고했기 때문에...하지만 이 캐릭터를 내가 연기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홍만섭이 깊고 맑은 친구이기 때문에 표현할 때 정말 깊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고민이 있었다. 마냥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기만 하면 비현실적인 인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만화적인 톤을 유지하되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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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노하나 기자 | | W: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 '백 투더 퓨처'가 등장하고 영화 라스트신에도 홍만섭이 정말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 같은 사람이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안: 그 부분도 족구 실력 만큼이나 신경을 쓴 부분이다. 감독님은 홍만섭에 대해 진짜 미래에서 온 사람일 수도 있고, 안나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백 투더 퓨처'를 차용했을 뿐 현실의 사람이라는 느낌을 모호한 톤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보니 만섭이라는 사람의 캐릭터의 중요한 포인트가 묵묵함이더라. 그런 묵묵함을 가지고 간다면 만섭이 50년 후 미래에서 온 사람이든 현실의 사람이든 두 가지 효과를 다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W: 만섭이가 아닌 안재홍이라는 현실의 인물로서 안나의 캐릭터는 자신의 이상형에 몇 퍼센트 정도 가깝나
안: 별로다. 말 막하는 사람 싫다. 말 이쁘게 하는 사람이 좋다. 하지만 황승언은 진짜 착한 친구다.(옆에서 황승언이 '병주고 약주냐'며 핀잔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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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KT&G상상마당 | | W: 이번 영화를 통해 황승언이라는 배우와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배우로서 황승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 집중력이 뛰어나다. 슛이 들어가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리듬감도 좋은 배우다.(옆에서 황승언이 ‘듣고 있기 힘들다’고 호소함) 밤에 캠퍼스 거닐면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는데 처음에는 귀엽다가 신 막판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있더라 한 연기 안에서 다채롭게 리듬감 있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다.
W: 영화가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으면 하나
안: 대학 시절은 아름다운 시절인데 나도 그랬지만 요즘은 무언가 우울하고 메말라 있지 않나.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고 그랬는데 이 영화를 보시고 마음이 촉촉해 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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