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변호사만큼은 아니지만 김밥을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김밥을 왜 좋아했을까 더듬어보면 옛날에는 자주 먹지도 못했거니와 김밥하면 역시 소풍이나 여행이 바로 연상될 만큼 설레임의 음식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풍가는 날 아침 김밥싸는 어머니 옆에서 썰어내는 김밥이 올라오기만 하면 바로바로 입으로 가져갔었지요. 그 옆에서 먹은 김밥을 밥공기로 따져보면 두세 그릇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먹어도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요상한 음식이었습니다.
소풍가서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면 집집마다 김밥의 모습도 또 그 맛도 아주 다양했습니다. 그게 참 좋더군요. 한데 꺼내놓고 이집 김밥도 먹어보고 또 저집 김밥도 먹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했었습니다. 좀 더 커서 들었는데 김밥의 맛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게 김이나 밥 그리고 다른 내용물보다 단무지라고 하더군요. 정말인가? 예전에는 오뎅, 시금치, 우엉 등 몇가지만 들어가기에 맛이 가장 쎈 단무지의 역할이 더 커서 그랬나 싶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럴까요?
어머니의 김밥 말고도 기억나는 김밥이 여럿 있습니다. 고향 대구에서 유명한 진짜맛의 진미분식 김밥도 나이든 지금까지 기억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육사 간 후배가 방학에 나와서 친구 둘셋이랑 서른 줄 가까이 먹었다는 그 김밥입니다. 진주에서 산책 후 먹었던 청춘으로 돌아가게 하는 청춘김밥. 서울에 오니 휴일에 집에서 아내가 가끔 만들어주는 김밥도 있네요. 그때그때 내용물을 완전 달리하니 꼭 새로운 음식의 느낌이 듭니다. 나이가 더 들어도 김밥은 좋아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