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로얄가든 호텔 1403호.
전화를 걸면 십중팔구 통화중이다.
그 방은 결혼한 지 두달을 갓 넘긴 신랑
김종국(30ㆍ기아)의 방.
결혼식을 올린 뒤 한달만에 신부곁을 떠나왔으니 얼마나 할 얘기가 많을까.
얼굴을 못보면 목소리라도 매일같이 들어야 하는 '신혼'이 아닌가.
백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긴 통화의 범인(?)은 김종국이 아니라 룸메이트인 신인 김주호(19)다.
올시즌 프로에 입단해 처음으로 긴 전지훈련을 떠나온 객수를 여자친구와의 통화로 달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김종국은 그 방에 없다.
어느새 옆방이다. 아직까지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재밌다.
김종국과 다섯살 연하인 최세훈 커플은 그야말로 '무덤덤 커플'이다.
결혼한 지 2년이 넘은 장성호도 하루에 두번씩 꼬박꼬박 집에 전화를
하는데 김종국은 많아야 2,3일만에 한 번이다.
그것도 수 초내에 끝나는 통화.
"밥 먹었어?"(남편)
"네."(아내)
"…"(남편)
"…"(아내)
이러고는 대화가 진행이 안된다. 도대체 할 얘기가 없단다.
다행히 와이프가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고 바가지를 긁지 않는다.
무덤덤함이 딱 천생연분(?)이다.
"우리 커플이 원래 좀 덤덤해요."
그렇지만 김종국이 강조하는 한 마디.
겉으로 표현하는 데는 서툴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속의 사랑은
변함없단다.
< 호놀룰루(미국 하와이주)=국제전화ㆍ정혜정 기자 base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