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일) ... 북한산
등산코스 : 불광동 장미공원 둘레길 -> 탕춘대 능선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 승가봉 -> 청수동암문-> 문수봉 -> 대남문-> 문수사 -> 구기동 탐방안내소
(11km,6h)
< 설날 아침에 >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조금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스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늘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일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 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서도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를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눈내리는 날 ... 북한산을 걸으며 >
설날 연휴 삼일째이다.
오늘 전국적으로 눈이 예보되어 있다. 그래서 오늘 산행은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탕춘대 능선길에 접어들자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면서 등산로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북한산 우수조망장소에 올라서니 눈이 내려 희미한 가운데 보현봉 - 문수봉 - 비봉 라인의 북한산 능선이 멋지게 펼쳐지고, 멀리 보이는 족두리봉에는 벌써 흰눈으로 덮여 환상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주변 소나무에는 환하게 눈꽃이 피기 시작했다.
등산로 우측의 사자능선은 희미한 윤곽만 보여주고 있으며, 눈이 내려 미끄러운 바위길과 눈길을 조심스레 오르다보니 어느새 향로봉에 올라섰다.
이곳은 전망이 멋있는 장소이나 눈이 내려 흐릿한 시야로 인해 백운대 능선의 멋진 전망을 전혀 볼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계속해서 내리는 눈으로 인해 시야가 깨끗하지 못해도 사모바위, 승가봉을 지나고 통천문을 지날 때 운무 속에 펼쳐진 환상적인 장면은 겨울산행을 하면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데 오늘 정말 좋은 기회를 만난 것이다.
문수봉을 오를 때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등산로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겨우 눈을 헤치고 등산로를 찾아 문수봉에 올라섰다. 희미한 안개로 인해 윤곽이 없는 모든 세상을 힘껏 껴안었다.
누군가 말했다.
눈이 내린다는 것은 뼈째로 왕창 쏟아졌다가 이내 녹아버리는 각오를 말한다고 .......
아침에 일어난 날짐승이 날개를 접었다 펴면서 바람을 일으켜서, 눈은 바람에 날려 북한산 능선에 달라붙어 있고, 나는 천천히 그 능선길을 밟으며 새해의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며 걸어가고 있다.
< 눈이 내린다 >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본
사랑이 애처롭다
추억 꺼리 너무 적어
잃을 것도 없고
가려다만 여행 처럼
아쉬움이 크다
하늘 끝에서 부터
낮은 땅 위를 하얗게
빛나게 하는
눈 내리는 날에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하라
촛불을 켜서
어둠을 밝히고
바람의 움직임에
귀 기울여야 한다
눈이 내린다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다
눈 위의 발자국들
흔적없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