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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신세계갤러리, 권오상 개인전 ‘Hybrid Abstract Scene’개최 ‘리클라이닝 피규어’ 동시대 이미지로 재해석한 ‘데오도란트 타입’ 등 최신·대표작 22점 선 봬 |
[미술여행=윤장섭 기자]‘사진조각’으로 조각의 고전적 본질인 양감(Volume)과 동시대 매체인 사진(Photography)의 결합으로 조각의 무게와 물질성을 뒤집어 한국 현대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권오상 작가의 개인전 ‘Hybrid Abstract Scene’이 지난 11일(금)개막해 11월 8일까지 대구신세계백화점 8층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권오상 작가 개인전 ‘Hybrid Abstract Scene’ 포스터
권오상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대표적 예술 세계라 할 수 있는 사진조각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 연작의 개념적 진화와 함께, 현대 조각의 거장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확장해 온 최신 연작 및 대표작 22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권오상의 작업은 기괴함에다 독특함까지 갖추고 있다. 내부를 비워내고 얇은 표면으로 구축된 조각은 평면과 입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대 조각의 확장된 가능성을 제시하며, 20세기 모더니즘 조각의 거장 헨리 무어의 ‘와상(Reclining Figure)’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특히 '리클라이닝 피규어(Reclining Figure, 와상)' 연작은 헨리 무어(Henry Moore)가 탐구했던 비스듬히 기댄 인체의 유기적 곡선과 구멍(Void) 등의 조형 문법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사진: 1. 세 조각으로 구성된 와상 Three Piece Reclining Figure,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140x240x110 cm (신세계갤러리 제공)
그의 작품은 분명 멀리서 바라보면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몸이 흩어진다. 권오상은 수많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잘라 붙여 피부를 대신했다. 평면의 사진이 입체적인 몸을 얻었고, 이미지는 조각이 됐다.
권오상(Gwon Osang)의 작업세계
사진 이미지: 권오상 작가 홈페이지 화면 캡처
권오상의 작품은 사진을 이어 붙여 만드는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조각이 생명이 없는 대상, 즉 돌이나 나무, 종이, 철 등을 깎거나 잘라 물질을 덧붙여 단단한 질량을 만드는 작업이라면, 권오상의 조각은 그 덩어리의 내부를 비웠다. 압축된 스티로폼의 일종인 아이소핑크를 실제 사람 크기로 조각한 후 그 위에 사진을 차례로 붙여 나간다. 이렇게 부분 촬영된 사진 이미지를 이어 붙여 얇은 표면을 구축했다.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육중한 물질이 사라진 자리를 가벼운 이미지로 채웠다.
사진: 3. 구성 Composition, 2023,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80x53x122(h)cm
무엇보다 '데오도란트 타입'으로 불리는 작가의 사진 조각은 매우 ‘가볍다’. 권오상은 대학 시절, 돌이나 나무, 브론즈, 석고와 같은 조각의 전통적인 재료가 아닌 누구나 혼자서도 옮기기 쉬운 가벼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조각 작업이 시작됐다.
이전의 조각의 개념이 육중한 물질을 깎아내거나 덧붙여 견고한 질량을 획득하는 과정이었다면, 권오상의 ‘데오도란트 타입’은 그 단단한 덩어리의 내부를 비워내고 시각성을 담보로 얇은 표면을 구축하는 매체적 전환을 이루어 낸다. 물질이 지닌 고유한 무게감 대신 시각이 지닌 가벼운 환영을 조각의 전면에 내세우며 3차원의 공간 안에서 평면과 입체가 어떻게 융합하고 해체되는지 엇갈리는 장면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데오도란트 타입’이 2차원의 사진 파편들을 3차원의 구조 내에서 이어 붙여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하고 현대 조각의 영토를 확장해왔다면, 최근 작가가 몰두하고 있는 작업들은 미술사적 전통을 기저에 두고 조각의 의미에 대한 더 깊은 사유로 나아간다.
사진: 4. 구성 Composition, 2024,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86x50x72(h)cm
권오상 조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데오도란트 타입’의 연작이다. 2차원의 사진 파편이 3차원의 몸을 얻으면서 평면과 입체,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흔들었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헨리 무어가 평생 탐구했던 ‘리클라이닝 피규어’, 즉 비스듬히 기대어 누운 인체다. 무어의 와상을 특징짓는 유기적인 곡선과 덩어리, 조각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구멍(Void)을 자신의 사진조각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그러나 권오상의 인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너진다.
사진: 5. 네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 Four-Piece Composition Reclining Figure, 2022-2023,Archival pigment print,mixed media,180x90x110cm
멀리서는 거대한 와상의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면 하나의 몸은 사라지고 표면을 뒤덮은 수많은 이미지의 파편이 모습을 드러낸다. 불규칙하게 붙은 사진들은 본래 이미지의 맥락을 지우고, 덩어리 사이에 뚫린 공간은 조각 안팎의 풍경까지 작품으로 끌어들인다. 헨리 무어가 덩어리에 구멍을 뚫어 조각의 안과 밖을 연결했다면 권오상은 그 덩어리마저 이미지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고전적인 와상의 형식은 유지하면서 그 몸을 동시대의 파편화된 이미지로 바꿔놓았다.
사진: 6. Bust (WA),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35x37x86(h)cm
전시에서는 ‘네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Four-Piece Composition Reclining Figure)’를 비롯해 ‘구성(Composition)’, ‘축제(Festival)’ 등 권오상의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축제’는 사진과 폴리스티렌, 알루미늄, 에폭시 레진 등을 사용해 제작한 높이 220㎝의 사진조각이다. ‘네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는 하나의 인체를 여러 덩어리로 해체해 펼쳐 놓는다. 올해 제작한 신작 ‘Wind Hole Relief’도 선보인다. 사진 이미지를 혼합매체와 결합해 나무 프레임 안에 구성한 작품이다.
사진: 7. Wind Hole Relief, 2026,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wooden frame, 40x31.5x6(d)cm
신세계갤러리는 이번 전시가 헨리 무어의 고전적 도상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전복한 ‘리클라이닝 피규어’ 연작을 중심으로 물질과 환영을 격렬하게 횡단하는 조각의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감상자들은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조각들 사이를 거닐며, 한국 현대 조각의 지평을 넓혀온 권오상의 독창적인 예술적 계보를 깊이 있게 확인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7. Wind Hole Relief, 2026,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wooden frame, 40x31.5x6(d)cm
권오상(~1974)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0년대 초 등장과 함께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외 유수의 미술 공간에서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글로벌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아울러 예술의 경계를 넘다들며 에르메스, BMW, 지드래곤 등 세계적인 브랜드 및 뮤지션들과의 전방위적인 협업을 통해 대중과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사진: 2. 축제 Festival, 2022, Archival pigment print, polystyrene, aluminum, epoxy resin, varnish, 120x85x2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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