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화 작사 김교성 작곡 백년설 노래 눈물의 수박등

[靑山 노승렬]

1939년 유랑극단으로 데뷔한

백년설이 이듬해인 1940년 발표한 곡으로

1940년 발표한

나그네 설움, 번지 없는 주막이

대형 히트곡이 되는 바람에

어찌보면 이 곡들은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곡이

아닌가 싶지만

이 곡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상당한 인기곡이었던 곡들이다.

백년설은 극작가가 되려했고

음반회사 문예부에 소속되어

일본 녹음에 따라갔다가

1939년 유랑극단을 취입하면서

우연찮게 노래하게 되었는데

이 곡이 반응이 좋아 가수가 되면서

같은 해인 1939년에만

두견화 사랑, 마도로스 수기,

일자일루를 히트시키고 연이어

1940년 한 헤에만

나그네 설움, 번지 없는 주막,

어머니 사랑, 비오는 해관,

남포불 역사, 한 잔에 한 잔 사랑과

오늘 소개하는 눈물의 수박등,

산팔자 물팔자 등 8곡을

대히트시키는 전무 후무한 기록의

인기를 얻는다.

이러한 기록은 한국 가요사상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기록이 아닐까 싶은데, 여세를 몰아

1941년에는

만포선 길손, 복지만리, 대지의 항구,

허허 바다, 고향길 부모길, 마도로스 박,

석유등 길손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그야말로 백년설 시대를 구가한다.

김상화 작사 김교성 작곡 백년설 노래

눈물의 수박등(1940)

 낙화유수 목로에 밤이 깊으니

허물어진 과거가 술잔에 섧다

한숨이냐 연기러냐 외마디 타령

목을 놓아 불러보자 옛날의 노래

수박등을 때리는 궂은 비 소리

동백기름 소매에 옛날이 언다

푸념이냐 꿈이러냐 북구레 소리

가슴 속에 스며든다 강남 달 창가

땋아 늘인 댕기는 영업자 신세

놋구기로 나르는 인생의 역사

하소이냐 넋두리냐 종달새 한 쌍

핏줄 속을 흘러가는 혈사(血死)의 노래

수박등은 대나무 같은 것으로

동그렇게 만들어 종이를 바르고

안에 양초나 기름으로

불을 밝혀 놓은 등으로

전기가 들어오기 전

주막이나 객주집 또는 일반 가게에서

저녁무렵 가로등 겸 간판 역할로

내걸어 두던 등이다.

크기가 수박만하고

불을 켜면

등 안쪽이 발갛게 물들어

수박같다고 붙여진 이쁜 이름이다.

북구레 소리는

빗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북구레는 북의 가죽으로 된 부분이 아닌

나무로 된 가장자리를 뜻하며

가죽을 칠 때 나는 둥둥 소리가 아니라

딱딱 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수박등을 때리는 빗소리를 표현한 것.

놋구기는 국자와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조금 더 작고 오목하게 만든 것으로

기름이나 죽 따위를 옮길 때

사용하거나

맑은 술을 퍼담을 때도 사용하는데,

이 노래에서는 수박등을 켤 때

동백기름을 사용했던 것 같고

그 동백기름은

놋구기를 이용해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 세월 수박등에

동백기름을 따른 객주집 여인이

꽃잎 날리고 버들 늘어진

봄밤 주막 앞에 걸어둔

수박등을 툭툭 치는 빗방울 소리에

흘러간 세월과 청춘의 하소연을 담아

목청 돋아 노래하고 있는 것을

과객의 시선에서 보고 있는 것으로

한 폭의 그림같다.

바이올린의 전주와

하와이언 기타가

비오는 봄밤처럼 나긋나긋하며

애수를 띄고 있고

휘파람 곡조가

백년설의 처량한 듯 시름없이 부르는

곡조와 어울려

더욱 애잔하게 들리는 곡이다.

요즘 트로트 창법의 대세랄 수 있는 것이

꺾기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런 꺾기의 유행은

나훈아의 출연과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이후 발전된 것이다.

이전의 노래를 들어보면

꺾기보다 자주 쓰였던

넘김이라는 표현이나

글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창법이었다.

목을 사용해

음을 뒤집거나

변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꾸밈음의 음정을 정확하게 짚으면서

부드럽게 굴려 넘어가는 창법으로

 이 창법이 더 품격이 있고

아름답게 들린다.

위의 노래에서도

외마디 타령, 북구레 소리에서

백년설이 사용하고 있는

굴림이 아름답게 들린다.

꺾기도 트롯 창법 중에 하나이고

감정을 격하게 표현할 때

좋은 표현볍이기는 하지만

꺾기만이 트롯의 전부인양

강조하는 것은 좋지 않은 자세다.

요즘 신인 가수 중

조명섭 같은 가수가 떢기보다는

굴림의 창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

산팔자 물팔자는

1940년 9월

눈물의 백년화와 함께

발매되었었는데,

눈물의 백년화가 총독부 검열에 걸려

판매금지되자

급히 8월에 먼저 발배되었던

번지없는 주막 음반 뒷면에 실어

개장 임시 발배 음반으로 재발매

하였다.

번지 없는 주막과 나그네 설움이

1940년 백년설과

한국 가요사를

대표하는 곡으로 평가받지만

이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곡이

이 산팔자 물팔자였다.

처녀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

산팔자 물팔자(1940)

https://youtu.be/Mmdt5_QujTw

산이라면 넘어주마 강이라면 건너주마

화류계 가는 길은 산길이냐 물길이냐

흑싸리 한 장에도 담지 못할 풋사랑

인심이나 쓰다 가자 소월이나 풀어주자

얼라면은 얼어주마 녹으라면 녹아주마

화류계 가는 길이 얼고 녹는 장난이냐

분접시 하나에도 차지 못할 행복을

장난이나 치다가자 알심이나 알아주자

울라면은 울어주마 웃으라면 웃어주마

화류계 가는 길은 울고 웃는 쌍갈래냐

뜬 세상 초록 꿈에 왔다 가는 인생이

넋두리나 하다 가자 꿈이나 꾸다 가자

산팔자 물팔자는

화류계 여인의 한을 풀어 읊은 것으로

남자들은 믈론 여자들도 이 노래를

좋아하였는데

특히 요정같은 기생집의 여인은

물론 변두리 작은 작부집 같은 곳과

하다못해 여염집 여인들조차

힘든 여인의 삶의 하소연으로 듣고

이 곡을 좋아하였다고 한다.

이 곡과 번지 없는 주막, 나그네 설움의

가사를 쓴 처녀림의 본명은

박영호로 당대 작사가로

조명암과쌍벽을 이루던

인기 작사가였다.

원산이 고향이던 박영호는

이념문제로 1946년 월북하였으며

1952년

월북작가 작품 방송금지가

공식화되면서

90여 곡의 그의 노래들은

금지 목록에 포함된다.

이후 개사하여 불리거나

작사가 반야월이

추미림이라는 가명으로

이 노래들의 가사를

고쳐서 발표하였다.

1980년대 후반

월북작가 작품 해금과

1990년대 유성 음반 복각이 성행하면서

대부분의 노래는 원상 복구되었다.

이 곡은 또한

우리 나라 트로트 음악의

변화도 증거하고 있는 곡이다.

작곡가 이재호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한국적 5음계 단조트로트 계열에서

후반부 잠깐 5음계 장조트로트를

차용하고 있어서

이후 5음계 장조 트로트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음계 장조 트로트는

일본에서 유행하던 기법이었다.

이 노래는 유사버전의 가사가

7가지 이상이 있는데,

모두 원가사와 같이

자포자기 하는 심정의 하소들이다.

그 중 그나마 진취적인 가사가 하나...

산이라도 넘으리라 강이라도 건느리라

그 사람 맺는 길이 산길이냐 물길이냐

초로 같은 인생길에 오다가다 맺은 사랑

인심이나 쓰다가자 시름이나 풀어주자

가자면은 같이 가마 잊으라면 잊어주마

그 사랑 맺은 길은 가고 오는 쌍갈래 길

오고 가는 인생길에 서슬프게 맺은 사랑

소원이나 풀어주자 설움이나 풀어주자

산이라면 넘어주마 강이라면 건너주마

인생의 가는 길이 산길이냐 물길이냐

채어난 사주팔자 풀지 못할 내 운명

인심이나 쓰다가자 사는대로 살아보자

달관한 듯한 마음이

왠지 허전하고 애잔한데

백년설의 소리도 조금 플랫되어

더욱 쓸쓸한 느낌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