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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우리 학교에서 '주먹이울다' 한다며?!"
"응!! 나 완전 기대되잖아!! 푸하하. 혹시 알아 고백이나 들어올지!!"
"꿈깨라-"
와글와글-
지금 우리 '태평고'는 주먹이울다 촬영소식에 한참 떠들썩하다.
방송국에서 손수 우리학교를 찾아준다는 사실에 떠들썩하고,
한편에서는 누가 나간다, 고백받는다 둥의 궁금증과 소식들로 떠들썩하다.
"김선생-"
"아, 네! 교장선생님!"
"촬영.. 괜찮겠지요?"
연세를 지긋이 드신 교장선생님은 왼손으로 안경을 살짝 내려 보이더니 김선생이라고
칭한 작자에게 촬영소식에 대한 물음을 내뱉는다.
"그럼요~ 우리 학교가 또 누굽니까? 그 유명한 태.평.고 아닙니까?
노는데는 아마 전국에서 1등이 아니면 서러울 학교지요!!
분명 성공할껍니다!! 하하하."
교장선생님께서 노는데..라는 대목에서 살짝 인상을 쓰신걸 느끼지 못한건지,
김선생은 웃음까지 하하하 터뜨리며 성공을 한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렇겠지요, 그럴껍니다. 껄껄."
교장선생님은 어느새 약간의 불편한 심기를 거둔후 껄껄. 이라는 걸쭉한 웃음소리를 내며
성공한다는 의견에 동참하고 있다.
.
"아, 진짜."
"왜 또?"
"무슨 촬영이야, 씹."
"아주 틈만 나면 욕질이야. 이번엔 뭐가 불만인데?"
"또 잘난 인물이 일파난파 전국까지 퍼질것아니야. 지금 딸려있는 계집애들도 귀찮은데,
전국까지 나가면... 후-아무래도 이젠 너도 못 만나는거아냐?
원래 여자들은 진짜 질투심 많다잖아. 아무리 니가 나랑 10년 단짝이지만.."
"아서라, 아서. 그놈의 도끼병은 어떻게 고칠래? 어떻게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심해져?!"
"도끼병이라니, 이건 내가 잘난 죄야, 죄."
"맘~대로 생각하셔."
지금 내앞에서 엄연히 자기자랑을 잔뜩 나열하고 있는 이녀석,
내 10년친구 공헌.
지금 이상황에선 녀석이 내 10년 친구라는게 무지하게 거부스럽지만,
쨌든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그렇게 소개해 두겠다.
지얼굴이 잘났다고 매번 자랑을 하는 녀석.
물론 녀석이 외모 하난 끝내주는거 인정하겠다.
그래, 녀석은 나와 달리 외모지상주의에 치닫고 있는 이 현실들을 즐거운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난 인정하겠다.
헌데 어째서 내가 저녀석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하는건가.
고작 10년 친구 행세로 녀석옆에 붙어있으려는 수작이다- 라는 수치스러운 말까지
들어가면서 말이다.
"너 진짜 진지하게 병원 좀 가보면 안되냐? 언덕위에 하얀집.
내가 네이버를 통채로 뒤져서라도 알아봐줄께."
"그러는 너야말로 내가 병원하나 소개시켜줄께. 내가 잘아는 안관데..."
"됐거든-!!!!"
하여간 이녀석은 말이 안통한다.
하긴 이녀석 탓이겠는가.
다만 이런 녀석을 너무나 열열히 짝사랑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확히 말하자면 태평고의 자랑스러운 여상 들이지..
"나 오늘은 먼저 갈래."
"왜?"
"아르바이트-"
"뭐? 너 또 나 몰래 아르바이트 하냐?"
"참나- 예전부터 궁금한건데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말던 그게 도대체 너랑 뭔상관이냐?"
"쳇..다..당연하지!! 우린 10년 친..친구잖아!!"
친구라는 부분에서 순간 살짝 굳어진 녀석의 얼굴은 내가 잘못 본걸까.
진짜 안과 가봐야하나..
"10년친구랑 아르바이트는 관계없다고 보거든요?!"
"있어, 있어!!"
"길가던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당신은 당신의 10년친구에게 아르바이트를 라는건 해를 끼칠뿐이야. 아르바이트 하는것을 그만둬라!!
라고 외친적이 있나요? 라고."
"쳇. 10년친구는 아무나 하는줄 아나."
"오오- 그러셔? 됐어. 나 빨리 가봐야되. 너도 얼른 들어가!!
저번에도 너 술먹다가 늦게 들어가서 괜히 나까지 욕얻어 먹었단 말이야!!
우리 엄마한테 친구 관리도 제대로 못한다고!!!"
"그럴수록 난 더 늦게 들어가고 싶다구."
"이런..사악한..."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내쪽으로 내빼는 녀석.
도저히 내가 열받아서 제명에 못살지.
한숨을 푸욱- 내쉰 후 아르바이트 하는 카페로 종종걸음을 했다.
-
"어이구, 다움학생왔어?"
"아,네."
30대 중반쯤 보이는 아줌마.
음..아줌마라고 말하기엔 아직 쪼-꼼 젊은 것 같지만 그런건 복잡하니까 제쳐두고.
무튼 이분이 우리카페에 사장님이시다.
"오늘은 7시 까지만 해도 되."
"네? 왜요?"
"아, 가게문을 빨리 닫아야 해서, 호호. 그럼 열심히 일하고~"
"아, 네!!!"
앗싸.
가게문 빨리 닫으면 나야 좋을터.
왜냐면, 일하는 양은 적어지는데 내 수중으로 들어오는 돈의 양은 변하지 않고 고대로
내품 쏙으로 꼴인, 될테니까- 후후.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일한지 3시간째.
음.. 이제 1시간만 하면 끝이구나.
하면서.. 안도의 그리고 행복의 시간을 딱 16분하고도 52초 즐겼을때.
저~기 카페 문입구에서 부터 풍겨오는 검은 오로라.
뭐지...
짤랑짤랑-
문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로써 나의 궁금증은 단번에 풀렸다.
대신 골칫거리가 생겨 걱정이란 그림자가 내 머릿속 문을 두드렸지만.
"요우- 다움친구!!"
천지광.
"하하- 우리가 왔어~man"
건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꼴통~ 열심히 하냐?"
.. 공헌.
제길쓴.
내가 젤 싫어하는 삼박자.
평소엔 왕따인 나를 잘 데리고 놀기 때문에 사랑하는 친구지만,
아르바이트 할때만큼은 철천지 원수 못지 않은 원수가 되버리는 이 삼박자 녀석들.
"뭐하러 왔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말투.
너네에겐 나의 아르바이트용 방긋 샤늘한- 목소리를 들려줄수없어.
"당연히 우리의 다움용사를 구출해주러왔지~ 띠띠뽀뽀."
"천지광. 도대체 넌 띠띠뽀뽀. 그런류의 효과음을 언제서야 땔 생각이냐?"
"평생~ 나의 띠띠뽀뽀. 효과음들과는 떨어질 생각없어~"
"그럼 우리 보지말자.-_-"
냉정한 나의 한마디가 지나가자..
"요우~ 그러지마, 다움용사! 우리 이런사이 아니잖아~"
"그럼 너랑 나랑 무슨 사인데?"
"부끄럽게..뭘 그런걸.."
이녀석, 왜 몸을 비비꼬는 걸까.
"됐어. 우리 끝내자-_-"
어째서 지금 이순간 내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온건진 모르겠지만..
"흑- 이러지마, 우린 정말...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추억을 생각해봐.."
미안하지만, 지광아.
난 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지각이란걸 처음한 날, 너의 놀자는 유혹에 학교담 넘다가 반짝학주한테 걸려서 뒤지게 맞은거랑.
(반짝학주란, 머리앞부분이 훤히- 드러나셔서 한여름에 반짝거린다는 학주의 별명을 칭함.)
알코올은 조금마시면 사람몸에 좋은거라는 너의 말을 철떡 같이 믿고 소주1병 나발로 불었다가
그날 집에가서 엄마한테 열라게 터진거랑.
띠띠뽀뽀 스트립쇼를 하면 영화티켓을 공짜로 준다는 너의 말에 명동 한복판에서 띠띠뽀뽀 쑈하다
사람들에게 창피당하고 공짜티켓 못받아서 마스카라 번지도록 운거랑.
밤에 한강 나가서 불꽃놀이 보여준다고 불꽃놀이 하다가 실수로 잔디에 불질러서 거기 관리 아저씨
한테 끌려가 경찰소라는 곳에 처음 발을 디딘거.
등..
그런것 밖에 없어.
요런 도움이라곤 눈꼽만큼도 안되는 녀석아-
"됐어. 이제 그만 끝내자니까."
"우리사랑이 이렇게 가벼운거였니?! 흑- 나쁜녀석!"
그래, 이상황이야 이녀석의 독특한 정신세계에 휘말려 버린 나의 탓이라고 치지만..
어째서 묘하게도 이상황에서 너와 나의 성별은 바뀐것 같은 기분이 드는거냐?...
"천지광. 쑈하지말고 이리로 와서 앉아."
어쩐지 이 삼박자들과 만나면 그중 유난히도 분위기를 잡아대는 공헌 녀석.
하여튼 이때만큼은 저녀석이 어른스러워졌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지광여보야. 여기로 와서 앉아~"
"응, 역시 난 너뿐인가봐, 유야. 흑.."
참고로 말해두지만, 아..어쩌면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건유. 요녀석도 그다지 평범하기만 한 녀석은 아니라는거.
이점 유의해 주길 바란다.
"그래서 왜왔는데?"
"너 아르바이트 한다고 해서 잘하는가 해서."
헌이의 목소리가 나즈막히 내귓가를 스치면, 어느새 눈썹을 꿈틀거리는 내가 보인다.
"니녀석들만 안오면 별일 없어~"
"섭섭하게~ 다움용사!! 우리 빨리 여길 벗어나자!!"
"뭐라는거야, 이건. 나 아르바이트 끝나려면 아직 한시간이나 남았어!!"
"설마 다움용사라고 해서 삐진거야? 헤헤- 그럼 봐줄게. 다움병사!!"
"됐어. 나 이번 아르바이트 잘리면 니들 때문이야. 알아서해!"
"그럼 기다릴께.."
"....뭐?"
"기다린다고."
"하..하지만 지금 겨울..."
"기다린다, 야. 가자!"
그러더니 어느새 내게서 뒷모습을 내비친채 카페밖으로 사라지는 공헌.
뭐야. 지금 겨울이야..한겨울.
것도 오늘은 영하 5도라고 했다구.. 추울텐데..
설마 기다리겠냐는 생각에 난 아르바이트를 무사히 끝낸후 정확히 7시에 카페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아구..추워..덜덜."
"에에엑-!! 뭐야!! 너 아직도 있었어????"
"당연하지~ 기다린댔잖아!!"
"허억.. 안추워???"
"춥다니까 덜덜..."
"왜 멍청하게 기다려 그걸..유랑 지광이는?"
나의 물음을 녀석이 들으면..
"걔네는 갔다, 그리고 남자는 한입으로 두말 하는거 아니야."
라는 말을 하는 공헌.
하여튼 이자식은 멋은 아주 지가 다부려요-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됐어, 빨랑가.."
"근데 도대체 왜 기다린거냐?"
"물어볼게 있어서.."
"에- 물어볼거있으면 진작 물으면 되잖아!"
"그렇게 가벼운 물음이 아니야."
잔뜩 인상을 쓴채 나를 노려보는 공헌.
"참나, 그럼 그 대단한 물음 좀 어디 들어보자"
"가자!!"
"어딜?"
"물음의 답들으러~!!"
그러더니 내손을 덥썩 잡고는 질주한다.
제길..
아직 임자도 없는 처녀의 손을 그렇게 덥썩덥썩 잡는게 아니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아마 이말도 수십번은 했을꺼다.
그때마다 녀석의 대답이 뭐였더라..
'난 외간남자 아니다-'
맞아, 이거였어.
왜 지가 외간 남자가 아니냐고-
그래, 뭐이정도는 가볍게 넘길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내가 이상해진다는 거다.
십년친구인 이상 이녀석과는 수도없이 손을 잡아왔었다.
서로의 알몸까지 다 봤는데 이이상 뭔 말이 필요한가.
그런데 어째서 어느 순간부터 이녀석의 손을 잡으면 막 마음이 뒹숭생숭 한건가.
이상하게 갑자기 더워지고, 한겨울에 땀까지 난다.
머리카락이 쭈삣쭈삣서고 왠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상한 찌릿찌릿한 느낌이 난다.
그래서인지 마치 내가 이상한병에 걸린것만 같아서 이녀석의 손을 잡는건 항상 조심시
해야할 사항이다.
그런데 헌이는 매번 경고를 줘도 덥썩덥썩 잡는다.
써글놈, 누님 말은 쫌 알아먹지.
한참을 녀석의 손을 잡고 뛰어서 도착한곳은...
..꽃집?!
"여..여긴 왜왔어.."
"꽃집에 왜오겠냐?"
"그러니까 날 왜..."
"니가 제일 좋아하는꽃 대봐."
내말을 무참히 씹은채 지가 묻고 싶은걸 턱하니 물어본다.
"뭐?!"
"니가 좋아하는꽃 말이야."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한데?"
"그냥 좋은말로 할때 대라-"
점점 협박식으로 가는 녀석의 말투에 꽤나 진지한 상황인걸 깨닫고는 답을 건냈다.
"..안개꽃"
"안개꽃..그거 예약할께요."
"아, 여기 주소랑 핸드폰......"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 꽃집안으로 몸을 들이미는 녀석.
이게 뭐하자는 플레이야..?
다된건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꽃집을 나온다.
"뭐야?"
"가자!!"
그러더니 또 내손을 덥썩 잡고 달린다.
이게 진짜?!...
화를 내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녀석이 오늘따라 굉장히 진지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때면 빛을 바라는 녀석, 특유의 표정이 나왔다.
뭐.. 녀석 원하는 대로 해주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렇게 마음 먹고는 헌이가 하자는 대로 다 했다.
꽃집을 시작으로..
쥬얼리샾.
인형집.
..마지막으로 식당.
"뭐 좀 먹자-"
"그래. 후-"
-
그래서 오게된 스파게티 전문점.
"너 스파게티 못 먹잖아?"
"너 먹으라고 온건데,뭐. 그리고 이젠 토할정도는 아니야.
니가 좋아하니까 자주 먹게 되서 적응됐어."
"헤헤- 먹어먹어, 게티님이 얼마나 맛있는데~"
"그래, 게티님. 피식-"
이상하게 녀석과 나는 어렸을때부터 입맛이 틀렸다.
내가 물냉면이면 녀석은 비빔냉면이였고,
내가 치즈돈가스면 녀석은 고구마돈가스였고..
그런식으로 항상 틀렸었다.
그때마다 녀석은 내가 좋아하는쪽으로 바꿔먹었다.
자기가 싫어하는 음식도 내가 좋아하는거라면 항상 먹도록 노력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기특하다, 공헌.
"스파게티 두개 나왔습니다-"
종업원의 달콤한 말이 입을타고 흘러나오면 내눈은 반짝이기 시작한다.
"넌 참 신기해."
"워아(뭐가)?"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말아 입으로 막 집어넣었을때 녀석이 말이 꺼냈다.
"좋아하는것만 보면 눈이 초롱초롱 해져, 어린애같이."
"워에 아 으언어야-(원래 다 그런거야)-"
"그런가. 피식-"
녀석은 피식- 거리더니 몇 젓가락 먹다가 만다.
"마업어(맛없어)?"
"아니, 그냥. 배부르다."
"으음.."
왠지 녀석이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인것 같은 기분이 든 나는 스파게티를 먹다말고
포크를 살짝 내려 놓는데..
"묻었다-"
그러더니 내입가로 자기손을 가져가 스파게티 소스를 닦아낸다.
그리고는 지입으로...
"야!!!! 더럽게 뭐해!!!"
"뭐가?"
당연한거잖아, 그거...
"그거..내가 입에..묻힌..."
"그런데?"
그렇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면 내가 할말이 없잖아 이눔아.
"후우. 아냐-"
다시 고개를 숙이고 스파게티를 마저 싹싹- 긁어먹는데..
"왜, 기분 이상해?"
"으음..그런게 아니라.."
"짜식- 고마워서 그러지?"
그런게 아니라... 이상하게 또 더워지잖아!! 이런 위험한 녀석 같으니라고..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스파게티를 열심히 먹으니 금방 바닥났다.
"더 먹을래?"
녀석은 자기가 먹던걸 불쑥 나에게 내민다.
"돼..됐어!!!!"
왠지 아까 녀석이 내입가를 닦아준 기억이 머릿속을 동동 떠다니면서 사고의 회로를 정지시키는
탓에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를 못하겠다.
거기다 지가 입에 여러번 넣다 뺀 포크를 가지고 휘저어 논걸..
왠지 이런걸 의식하는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기분을 무릅쓰고 황급히 스파게티집을 벗어나자 차가운공기가 피부속 깊숙히 스며들었지만
어쩐지 붉혀진 얼굴은 식혀질 생각을 않는다.
"아우- 더워!!"
내가 손부채질을 하자 녀석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날 뚫어지게 응시한다.
"넌 한겨울에 덥냐?"
"아, 그러게-"
"피식- 아주 웃겨요."
"빨리 갑시다-"
"그래."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
우리집은 단독 주택이라서 음침한 골목길을 지나야 겨우 도착한다.
"여긴 왜 맨날 어둡냐?"
"그러게- 형광등이라도 달아야지.."
"형광등이아니라 가로수겠지."
"아, 맞다!! 헤헤-"
내가 멋쩍은듯 머리를 긁자 녀석은 왼손으로 내머리를 부비부비 쓰다듬는다.
언제 이렇게 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분명 중1때쯤 까지도 내가 녀석보다 꽤 컸던것 같은데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로 올라가니까
내키를 훌쩍 넘더니 이젠 16센티나 차이 난다.
"쳇. 키 되게 크네."
"남자가 더 큰건 당연한거야."
"그래두- 왠지 자존심 상해."
"별걸 다 자존심 상해하네. 니가 나만큼 크면 그게 여자로 보이겠냐?"
"음.. 그건 그렇다!! 하하."
"들어가, 늦었다-"
"응!! 너두 잘가~"
"먼저 들어가."
"싫어- 맨날 나보고 먼저 들어가래."
"걱정되잖아."
"흐흠...빨리가!! 나도 마찬가지로 걱정되거든?"
"피식- 오늘은 오빠가 먼저간다."
"오빠는 무슨!! 빨리가-"
"풋- 알았어."
녀석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보일때 까지 열심히 흔들면 먼저 들어가라는 걱정스러운 헌이의 말투가
귓가를 뱅뱅 맴돈다. 그러면..
"치- 진짜 멋있는것만 골라해요, 또 이상한 기분이야!! 에잇-"
머리를 양쪽으로 도리도리 흔들며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내가 보인다.
-
'주먹이운다' 촬영 당일.
"우와아- 드디어 하는거야?"
"그래그래!! 하하-"
왁자지껄-
아침부터 엄청난소음.
아마 중요한 시험때도 일찍이 이렇게나 많은 아이들이 오진 않았더랬다.
정말 촬영의 힘이 장난이 아니란걸 깨달았을때 쯤.
'아아-'
방송 마이크소리가 전교에 울린다.
'전교생들은 들으십시오. 조금 있으면 촬영이 시작됩니다-'
꺄아아악- 아아아악-
어디서 울리는지 알수 없을만큼 구분없이 온학교가 고함소리로 들썩거린다.
"크음-"
잠시 멈춘 선생님의 말씀이 곧이어 이어진다.
'학생 여러분들은 큰 소란을 피우지말고 학생 강당으로 모이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알려 드립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다시한번 알려드린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다시한번 씹히고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도
복도는 질서를 지키지 않은채 강당으로 향하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후우-
난 이런거 싫던데.
복잡한걸 광적으로 싫어하는 나로써는 이런 촬영은 별로다.
하지만 한 학생도 빠지면 안된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기에 무거운 몸둥아리를 일으켰다.
아이들이 좀 빠져나간뒤 한적한 복도를 느긋이 걸으며 학생 강당으로 들어서면..
"이학년 이반 나다움 나와!!!!!"
하는 소리가 엄청나게 큰 함성소리와 함께 강당전체에 울려퍼진다.
음.. 이학년 이반?
오오. 우리반이네..
나다움..
오, 좋겠는걸.. 나다움이라....
한참을 이학년이반나다움에 대해서 파헤치고 있는데 나의 괴성이 울린다.
"에에엑- 나다움????? 나?????"
학생 일동, 전부의 눈길이 나에게로 꽂힌다.
제길슨. 얘들아 심히 부담스럽다, 눈깔을 돌려주지 않으련?
....
..
나의 간곡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바라지 않는 구호를 외친다.
"나다움!! 나가라!!! 나다움!!!!! 나가라!!!!!!!!!!!"
후우-
이건 고민할것도 없이 나가야 하는거잖아.
그래, 날 불러낸 그 대단한 인물이 누군지나 한번 보자.
그런 마음에 아이들의 수많은 눈동자를 등에 단 채 무대쪽으로 서서히 걸어 나갔다.
다섯번째 선수 등장 이라는 말과 함께 내가 무대에 오르면...
... 뜻하지도 않던 인물이 날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셀수도 없이 많은 안개꽃을 품에 가득 안은채 함박 웃음을 짓고는.
....... 공헌.
내가 무대에 오르면 앞의 구경꾼 녀석들은 함성 한번 더 지르고 그와 동시에 나의 얼굴빛은
점점 당황과 놀람으로 가득찬다.
"헌아..?"
"크음... 나다움."
마이크를 통해 녀석의 저음의 목소리가 잔잔히 퍼진다.
"날..왜?"
"나다움, 잘들어라."
요전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녀석은 학교의 수많은 여상들에게 연모의 눈길을 엄청나게
지지 받는 녀석이다.
고로 지금 울리는 모든 함성소리들은 다 나를 향한
..부러움, 질투, 욕망, 시샘
이다.
"응..."
긴장된 마음을 풀고 내앞에 공헌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 녀석의 표정은
... 좋아하는 일을 할때의 특유의 표정.
"나다움.. 너 내 마누라 될래?"
낯부끄러운 말이 스피커를 통해 정확히.. 정확히 귓구멍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꺄아아아악- "
여상들의 괴물같은 함성은 끝도 없이 이어지지만 어쩐지 우리 둘만 있는듯한 기분.
그리고 쉴새없이 팔딱 거리는 이놈의 심장.
... 이상한 내 마음..
....땀이 날정도로 더워져 온다.
빙긋- 웃는 녀석의 얼굴을 한참동안 쳐다보면 왠지..
엄청나게 부끄러워지고.. 사랑스러워진다.
"니눈, 지금 반짝거리는데 그거 엄청 좋다는 뜻이지? 피식-"
"네, 여자분 얼굴이 아주 홍당무가 되셨습니다!! 남자분이 너무 멋있으신데요-"
말을 잇지 못하는 날 위한 mc의 멘트가 이어진다.
"남자분이 선물을 준비하셨다고 하는데요, 자- 드리죠!!"
그러면 공헌은 뒤에서 무엇을 주섬주섬 가져온다.
내앞에 내보이는 선물은...
내가 쥬얼리샾에서 이쁘다고 했던 별모양 귀걸이와 목걸이.
그리고..
내가 인형집에서 정말 귀엽다고 한참동안 만지작 거리던 거금 13만원 짜리 큰- 곰인형.
"선물은 악세서리랑 인형이랑 안개꽃이랑...그리고.....나!!"
나- 라는 데에 녀석의 말이 멈추면
커다란 함성과 삼박자브라더스중 두박자들의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요우- 다움병사!!! 좋겠다~!!!! 띠띠뽀뽀"
"요우- man!! 부럽다!!!! 얼레리꼴레리-"
그녀석들 다운 내용.
그리고 그녀석들 역시 한인기 하는 탓에 기집애들의 함성은 작아질줄 모른다.
"나다움."
"...응"
"사랑해, 죽어서도.."
".......나도, 남편."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내마음.
녀석이 손을 잡을때마다, 낯부끄러운 행동을 할때 마다 이상한 기분이 든 이유가..
일상적인 대화, 생활이라도 마냥 행복했던 이유가..
녀석을 사랑해서 라는거..
그녀석이 애인이 생겨 삐쳐버린거나,
싸움해서 다쳐들어왔을때 화낸거나,
말다툼해서 싸웠을때 펑펑 운거나..
그모든게 다 그녀석을 사랑해서 라는거..
나다움, '바보'는 이제 알아버렸다.
"전국 방송 떠도 후회 안 할 자신있지?"
"내가 왜- 인기많은 공헌님이라면 모를까!"
"너 내 주특기가 뭔줄아냐?"
"..뭔데?"
"스킨쉽하기-"
녀석의 말이 끝나면...
남녀 가릴것 없이, 노소 가릴것 없이, 누구라고 할것없이..
..
아니, 남녀로써는 부러움, 노소로써는 경악..
그리고 방송스탭들로써는 괴성..
...
강당에는 엄청난 함성이 들린다.
마치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뜨거운 열기가 ... 가득하다.
-
"너 이번주 '주먹이울다' 봤어?"
"어- 죽이지 않냐?"
"남자 진짜 잘생겼어, 아주 눈물나더라."
"여자도 나름 봐줄만 하던데?"
"응, 근데 진짜 멋있더라."
"어, 둘이 키스하는거 봤냐? 그거 방송사에서 내보내도록 허락했다며-"
"아아, 그거 봤어- 아주 각도 죽이더라."
여기는 스파게티 전문점.
빌어먹게도 여고생들의 도란도란 이야기거리의 주제가 나와 공헌.
녀석이 거기서 키스해버리는 바람에 당황한 나는 받아들였지만,
... 솔직히 좋기는 했다.
방송끝나고 열심히 선생님께 꾸중듣고 교장선생님의 껄껄. 웃음폭탄을 들어도,
집에가서 부모님께 당장 결혼하라- 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와 맞대면 해도,
두박자 브라더스가 열심히 우리를 놀렸을때도,
방송 탈것 같지않던 키스 부분이 방영 됐을때도..
그녀석과의 키스는 잊고 싶지 않을만큼 황홀했다.
그리고...
"여어- 마누라!!"
"왔어?! 조용히좀해봐."
"왜?"
"저기 쟤네가 지금 우리얘기 하고 있단 말이야."
"아, 그래?"
녀석은 요상한 미소를 짓는다.
제발... 설마 너 내가 지금 생각하는 일 하려는 건 아니지..?
"어이- 여기 그 프로포즈 주인공 있습니다!!! 저희 잘어울리죠?!"
제길슨.
역시 넌 내생각과 조금도 어긋나지 않은 행동을 하는구나.. 헌아.
스파게티집의 모든 시선은 작지않은 녀석의 목소리덕에 우리쪽으로 주목됐다.
그리고 지겹도록 들은 함성소리와 함께 휘바람 소리도 간혹 들렸다.
변함없이 빨개진얼굴로 고개를 숙이면 녀석은 내 고개를 양손으로 살짝 들어세운후-
이마에 살짝 뽀뽀를 하더니..
"제 마누랍니다!!! 하하하-"
하고 화통하게 웃어제낀다.
쪽팔리다.
부끄럽다.
창피하다.
.
.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행복하다.
-
스파게티집 연예인 싸인, 사진 코너엔 활짝 웃는 공헌과 귀엽게 방긋 웃고있는 나다움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리고 화제를 몰고간 녀석들의 수줍은 한마디가 적혀있다.
- 우리, 이쁜사랑 할께요, 저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
..라고
* * *
벌써 돌아온 슬퍼지자- 입니다.
이번 소설은 완벽한 해피엔딩-♪
그래서 왠지 모르게 기쁘군요-
역시나 엄청난 고민과 함께 많은 수정을 통해
열심히 쓴 소설이니까 이쁘게 봐주실꺼죠?!
전 여러분들을 믿어요!!! <-약간의 부담..;;
하하. 무튼 무더위가 드디어 기승을 부리는 가봐요-
굉장히 더운데요!! 혹시 더위먹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항상
기분좋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빌께요!!!
봐주시는분들 사랑하고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은 배로 사랑합니다♥
THANKS TO.
내게 소설을 쓸 희망과 용기를 주는 네분.
진히아(유비랑), 반공윤, 파랑형광등, 김여자님.
정말 감사하고 사랑하는거 알죠- 사랑해요!!!!
(은아, 쪽지 보내줄께!!)
그리고 최근의 소설 세군데에 댓글 남겨주시는 너무 고마운 분들.
<온니아줌마>
Ring..♡ 나비드 구·찌 슬퍼질때、 청포도a 맛난ⓘ쮸크림♬ 美女님 펄스타일 바다- 스키니JIN
<흐린사랑>
별내 여휘웅 숙자씨 풀잎한조각 맛난ⓘ쮸크림♬ *ka&yeon* 뷰나가인 초코케b3 청포도a
<사랑의인사>
스키니JIN 우석분 맛난ⓘ쮸크림♬ 티없이맑은아이 오돌오돌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려요!! 이분들때문에 힘이 납니다!!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최고라니....과찬이셔요ㅜ_ㅜ..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더욱더 열심히 할꼐요~ 좋은하루 되세요!!!^^
아아앗!!!ㅠ.ㅠ제이름이요로코롬들어있었다니~ 제가힘이되었다니까진짜넘넘넘넘넘기쁘네요~히히^0^지금한밤중에몰컴하는데웃음소리가너무커서아빠한테들킬지도? ㄷㄷㄷ;;; 어쨌든주저리때문에죄송하구요, 슬퍼지자님소설진짜따봉임>0< 언제나잘읽고있답니다!!! 이번것도잘읽었어요오~더위먹지마시구,더힘내서아자아자화이팅이에요!!!
와아아아- 감사해요ㅠㅠ!!!! 이렇게 응원해주시니까 더욱 힘이 불끈불끈 나는것 같아요!!! 하하. 바다- 님의 이뿐~ 댓글을 보니까 더욱 힘이 솟네요!!! 제소설이 따봉이라니...정말ㅠㅠ과찬이셔요. 아직 배워야할것이 한참 많은 슬퍼지자- 입니다. 그래도 칭찬해주시니 너무너무 기쁘네요!!! 하하. 매번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요런 이뿐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하구!!! 올여름 시원하게 보내시구요~ 항상 감사합니다!!!
어쩜.어쩜!! 진짜 부러워요 ㅜㅜ 혼자 모니터를 쳐다보며 흐흐흐 거리는게 모니터가 얼마나 놀랬을지.. 허허; 너무 재밌었어요! 잘읽고 갈께요 행복하세요 ^^
하하. 전 한아님 댓글을 보면서 흐흐 거려서 내심 모니터한테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너무 귀여운댓글~ 유후!! 하하.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한아님도 행복하세요~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하하. 좋은하루되세요!!!
진짜진짜 재밌어요!!!와 공헌같은남자 내 주위에 없나...쳇.여자도 이쁘고 부럽다@@@제이름이 올라가 있다는거에 지금 가슴이 두근두근해요@@@너무 기쁘구요 제 리플에 힘을 얻으셨다는 거에 너무 기분도 좋고 기뻐요///슬퍼지자님의 소설은 진짜 재밌어요##너무너무 재밌었구요 슬퍼지자님 화이팅이요***아 그리고 해피엔딩을 많이지어주세요@@@새드보다는 해피가 더 좋더라구요ㅎㅎ 무리한 부탁인가요ㅠㅠ
와와- 감사드려요!!! 하하. 요로코롬 이쁜댓글을 또 써주시네요ㅠㅠ잉잉. 제가 진짜 요런 이뿐분들때문에 소설 쓸 맛이 납니다!!! 그거 아시죠~?! 히히. 감사해요ㅠㅠ 그리고 Ring..♡ 의 리플에 힘이 나는건 당연하답니다!!! 이렇게 응원해주시고 제 부족한 소설을 보면서 기뻐해주시는데 제가 어찌 힘이 안나겠어요ㅠㅠ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조금더 잘써서 더욱 제글을 읽는분께 기쁨을 드릴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 한걸요. 아직 부족한게 많아서 칭찬해주시는 분들께 부끄러운점도 있지만 언제나 감사한마음으로 열심히 쓰겠다는다짐을해요!!헤헤. 해피도 많이 많이 쓰도록 노력할꼐요~ 이쁘게 봐주실꺼죠?! 하하.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