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소리의 계략에 말려든 두한 일행은 종로 경찰서에 있는 마루오까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다. 마루오까는 걱정하지 말라며 내일 오후쯤에 모두 풀려날수 있을것이라 한다. 하지만 정진영은 오늘 밤안으로 풀려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내막을 전혀 모르는 마루오까이기에 곤란하다며 거절하게 된다. 두한 역시 내일 있을 결투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는 사실을 마루오까에게 애써 말하지 않는다.
최대의 어려움에 처한 두한 일행은 숫자에 밀리더라도 싸우자는 의견과 포기하자는 의견이 대립한다. 모두들 두한의 결정만을 기다리는데 결국 두한은 이번 결투는 자신들이 진거라며, 예정되었던 결투는 없을것이라 하고 돌아선다.
두한과 박인애의 감정을 여전히 못마땅히 여긴 이군은 두한이 하야시에게 죽을거라며 인애에게 얘기한다. 심한 충격을 받은 인애는 그대로 두한을 찾아가 싸우지 말라고 울며 부탁하지만, 두한은 미안하다며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모두에게 결투를 없었다고한 두한이지만 혼자 하야시패를 상대하기 위해 약속장소로 간다. 혼자온 두한을 보고 놀란 가미소리지만 곧 결투를 시작하게 된다. 가라데 고수 10명의 공격이 시작되고 두한 역시 이를 악물고 이들을 공격한다.
뒤늦게 사실을 눈치챈 두한일행은 대결장소로 달려가는데...
씬 1 종로 경찰서 외경 (밤)
그 정문 앞으로 두한과 김무옥, 문영철, 정진영, 삼수가 급히 달려오고 있다. 그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무장하고 있는 경계 순사들이 앞을 막는다.
순사// 서라! 무슨 일인가?
두한// (숨을 고르며) 안에 볼 일이 좀 있소.
순사// 무슨 볼 일? 정확한 사유를 대라.
정진영// 마루오까 경부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 사람은 그 분의 의형제가 되는 사람입니다.
순사// (의아해) 의형제?
씬 동 외근계 사무실
시끌벅적하다. 김영태와 우미관패들이 순사들에게 각각 취조를 받고 있다.
개코// 긍게요.. 그것이 어떻게 된 거냐믄 말입니다. 그 일본 주먹패들이 쩌 그 종로회관에서...
두한과 정진영이 순사2를 따라 마루오까의 자리로 다가간다. 마루오까는 서류들을 검토하고있다.
순사2// 경부님, 누가 찾아왔습니다.
마루오까// (돌아보며) 오 두한 아우님이 아니신가?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하려던 참이었네.. 이쪽으로 앉게..
두한이 그 앞 쇼파에 앉으면 순사2가 어안이 벙벙해 서있다.
마루오까// 뭐하고 서 있나, 모리순사? 그만가봐.
순사// 아 예.... 그럼, (거수경례를 부치고 사라진다)
마루오까// 어떻게 된 겐가? 종로는 하루도 조용할날이 없구만..
두한// 왜 우리 아이들만있는 겁니까? 먼저행패를 부린건...
마루오까// 알고 있네... 자네 부하들만 잡혀온 것이 아니니까 염려말게. 워낙 인원이 많아 우리 외근계와 사법계가 나누어서 조사를 하고 있네.
두한// .......그렇습니까?
마루오까// 내가 이 자리에 있는한 불공평한 처사는 없을 것이야. 그러니 너무 걱정말게.
두한//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형님을 믿겠습니다.
마루오까// 큰 소란이 나긴 했지만 ..방간에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진다면 처벌은 받지 않을것일세. 잘만 된다면 내일 오후쯤에는 모두 풀려날 걸세.
두한// ..............?
정진영// 내일 오후라고 하셨습니까?
마루오까// 뭐, 합의가 잘 이뤄진다면...
정진영// 더 빨리는 안되겠습니까?
마루오까// ..............?
정진영// 어렵겠지만... 오늘밤 안으로 풀려 나오게 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마루오까// 그건 좀 곤란하네. 어찌 됐든 쌍방이 적지않은 피해를 입었어. 조서도 꾸며야하고... 시간이 좀 걸릴 게야.
정진영// 부탁드리겠습니다, 마루오까 경부님.
마루오까// 내일도 많이 봐주는 거야.
정진영// 다급한 사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기왕 봐주시는 김에 확실히 봐주십시오.
마루오까// 허허 이 사람.. 아니 하루도 못참는단 말인가?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밤 안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네.
정진영// 경부님..
두한// 그만 해라, 진영아. 억지를 부린다고 될일이 아닌 것 같다. (마루오까에게) 못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형님. 그럼 일어나 보겠습니다.
마루오까// 잠깐만... 무슨 일인가? 그 다급한 사정이란 게 뭔가?
두한// 아닙니다. 우리들의 일입니다.
마루오까// ...........?
두한// 잠깐 김영태 형님을 만나볼 수는 있겠습니까?
마루오까// 그건 어렵지 않네. 잠시만 기다리게.
마루오까가 일어나 가면 두한이 다시 자리에 앉는다. 착잡한 두한의 표정에서....
씬 아사히마찌 사무실
다나까와 가미소리가 마주해있다.
가미소리// 고맙습니다, 다나까 오야붕.. 덕분에 모든 일이 계획대로 순
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나까// 아닐세. 우리가 한일이 뭐가 있다고... 허허허..
가미소리// 이제 김두한은 끝장난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하들도 없이 우리 국수회의 정예 사무라이들을 당해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나까// 이를 말인가? 두말하면 잔소리지.... 헌데 말이야. 김두한이 과연 내일 결투장에 나올까? 죽을 걸 뻔히 알면서 사지로 들어오겠느냐, 이말일세...
가미소리// 나오든 안나오든 상관없습니다. 나오지 않는다면 싸우지않고 이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김두한은 꼭 나올것입니다. 도무지 융통성도 없고 무모하기가 이를 데가 없는 ..이니까요.
다나까// .........(끄덕인다)
가미소리// .............
씬 다시 종로서 외근계
두한과 김영태, 정진영이 쇼파에 앉아 마주해 있다. 김영태는 수갑을 차고 있다.
김영태// (침통하게) 면목이없네, 두한이..
두한//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김영태// 내 판단착오였어. 일본 야쿠자들이 종로에 난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가....... 그만 싸움에 휘말리고 말았네
두한// .............
김영태// 용서하게.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질 못했네. 내가 너무도 커다란 우를 범하고 말았네.
정진영// 아무래도 우리가 당한것 같습니다.
김영태// ...? 당하다니...?
정진영//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절묘하지 않습니까? 하야시의 계략에 말려든 겁니다.
김영태// 계략?
정진영// 그렇습니다. 우리의 힘을 약화시켜놓고 결투를 벌이겠다는 계산인 것 같습니다.
김영태// 글세... 나도 뭔가 이상하기는 하네만... 하야시는 이런 짓을 할 만큼 비겁한 위인은 아닐세.
정진영// 아닙니다. 가미소리라는 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리를 불러낸 것도 석연치 않습니다.
김영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야. 종로에 나타난건 하야시패가 아니라
아사히마찌패들이었네. 그리고 그런 야비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초부터 우리에게 결투장을 보내지 않았을 걸세. 예고도 없이 우리 우미관으로 쳐들어오는 게 더 쉬웠을거야.
두한//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하야시는 아닐 겁니다.
김영태// 그런데 사쿠라에선 무슨 이야기를 했나?
두한// 마지막으로 화해를 청하더군요.
정진영// 형식적이었어. 그 사람들은 전혀 협상할 자세가 아니었다구.
김영태// ............(뭔가 생각하다가) 어쨌거나 두한이.... 내일 결투는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세.
두한// ..................?
김영태// 그렇게 하게. 내가 이곳을 나가면 뒷처리를 해보겠네.
두한// 약속을 어기자는 말입니까?
김영태// 도리가 없지 않은가? 쓸만한 애들 전부가 여기 끌려와 있는데 무슨 수로 싸운단 말인가?
두한// ...............
김영태// 행여나 다른 생각은 하지말게. 하야시도 그런 싸움은 원치 않을것일세.. 알겠나, 두한이......
김영태가 간절히 바라..만 그러나 두한은 대답이 없다. 굳은 그의 표정에서...
씬 종로 거리
두한과 김무옥, 문영철, 정진영이 힘없이 걸어오고 있다.
김무옥// (한숨처럼) 인자 어쩐다냐? 결투가 당장 코앞인디...
두한// ...(생각이 많고)
김무옥// 이럴 수도 읎고 저럴수도 읎고... 참말로 속이 터져 불구만잉.. 아 내일 안나가믄 우리가 져부는 것이 아니냐?
두한// ..........
정진영// 냉정해야 돼, 두한아. 난 아직도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이런 상황에서 결투를 하는건 그들의 계략에 말려드는 거야.
두한// ............
그렇게 가는데 택시 한 대가 그들 앞으로 달려와 스쳐지나간다.
씬 동 택시 안
차창밖으로 두한을 보고 놀라는 이군.
이군// 아니 저 자는....?
두한들의 뒷모습이 멀어져간다. 계속 지켜보던 이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이군// 김두한... 언제까지 그렇게 종로를 활보할수 있을지 두고보자..
씬 어느 다다미방
이군과 사법계 형사가 마주해있다. 두한과 인연이 있었던 그 형사다. 이군이 봉투를 내밀자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형사.
이군// 넣어두시오. 생각해보니 어려운 부탁을 드려놓고 인사가 없었지 뭐요. 그 땐 결혼식이다 뭐다 해서 정신이 없었소.
형사// 아 아닙니다. 전 그저 제 할일을한것 뿐입니다. 장인어른 되시는 박회장님께서도 과분한 사례를 해주셨는데.....
이군// 장인어른은 장인어른이고...내가 할 도리는 따로 있는 겁니다. 사양하지 말고 받으시오.
형사// 하 이것 참...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저 그럼 격려금이라 생각하고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염치불 구하고 안주머니에 쑤셔넣는다)
이군// 고맙소... 자 한 잔합시다.
형사// 예... (술을 마시며 이군의 눈치를 살피고는) 제게.... 하실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이군// (미소).....
형사// 말씀하십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돕겠습니다.
이군// 역시 시원시원하시구려.. (잠시 뜸을 뜰이다) 김두한 그 자를 내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해주시오.
형사// 긴또.. 말입니까? 그 녀석이 무슨 해꼬지라도 했습니까?
이군// 그 자와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는 것이 싫소. 이유는 그것 뿐이오.
형사// 아 예... 그 일이라면 걱정마십쇼. 내일 아침이면 긴또깡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테니까요.
이군// .....? 그게 무슨소리요?
형사// 그럴 일이 좀 있습니다.
이군// ...........?
씬 혼마찌깡 마당
사무라이들이 진검을 들고 훈련을 하고 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이 순간순간 섬광을 내뿜는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라데의 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그 일각에서 시바루가 그 광경을 무표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 때 대문이 열리고 가미소리가 부하들과 함께 들어와 시바루쪽으로 다가온다.
가미소리// 수고가 많구나. 나미꼬양도 함께왔는가?
시바루// 예... 잠시 제게 시간을 내주십시오. 묻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가미소리// 나중에... 오야붕께 보고도 드려야하고 할 일이 많아.. 그럼 계속 수고하게.
시바루// 밤이 늦었습니다. 그만 쉬라고 해도 되겠습니까?
가미소리// 오늘 밤은 잠을 재우지 않는다.
시바루// ................?
가미소리// 먹이에 굶주린 야수는 목숨을 걸고 사냥감을 쫓는 법이지. 내일을위해 저들을 야수로 길들이는 것이다. 피에 굶주린 야수로말이야.
가미소리가 싸늘하게 미소지으며 보다가 안으로 향한다. 시바루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진다.
씬 동 거실
나미꼬가 홀로 소파에 앉아있다. 여러 가지로 심경이 복잡한 표정이다. 가미소리가 들어와 나미꼬의 뒤에 다가가선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목소리를 낮추어 대화를 나눈다.
가미소리// 일이 잘 된 것 같습니다, 나미꼬양.
나미꼬// .......그래요?
가미소리// 사쿠라에 왔던 김두한과 그 부하들을 제외하고 모든 우미관패들이 종로서에 끌려갔습니다.
나미꼬// 예상대로 됐군요. 알았어요.
가미소리// 그럼...
나미꼬// 잠깐만요. (잠시 사이) 제 부탁.... 잊지 않았겠죠? 절대 김두한 그 사람을 ..서는 안돼요. 알겠어요?
가미소리//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나미꼬// 그게 무슨 소리예요? 노력해 보겠다니요?
가미소리// (눈치를 보며) 말씀을 낮추십시오. 저 역시 피를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미꼬// 다만 뭐죠?
가미소리//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부하들에게 각별히 일러두겠습니다.
나미꼬// 반드시 그렇게 해야돼요. 그 사람이 잘못되면 가미소리 오야붕도 무사치 못할거예요. 이 나미꼬를 우습게 보셨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세요. 알겠어요?
가미소리// .......명심하도록 하지요. 그럼...
가미소리가 싸늘하게 노려보다가 하야시의 방으로 향한다.
나미꼬// 김두한... 당신은 죽을 수도 없어.. 당신의 목숨은 내가 쥐고 있으니까... 당신의 모든 것을 이 나미꼬가 지배하게 될테니까....
씬 관철.. 외경
한 방안의 불만 켜져 있다.
씬 동 방안
다섯 사람이 둘러 앉아있다. 두한은 생각에 잠긴 채 말이없다.
문영철// 두한아... 싸우고자 한다면 아직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두한// ............?
김무옥// 그려.. 아까 영철이랑, 삼수랑 잠시 야그를 혔는디, 시방이라도 마포나 시구문에 도움을 청하고 남아있는 아그들을 모은다면... 어떻게 되지않겄냐?
정진영//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해. 더구나 이건 종로와 혼마찌의 싸움이야. 다른 패거리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좋은방법이 못돼.
두한// ...................
정진영// 그리고 그들을 데려온다고 해도 문제야. 니뽄도를 든 야쿠자들 앞에서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되어있지 않다면 그야말로 오합지졸에 불과
할 테니까....
두한// 그래... 그건 진영이 말이 맞다.
문영철// 우리도 그 생각을 안한 건 아니야.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잖냐?
김무옥// 맞구먼.. 이래지나 저래지나 매한가지 아니냐.. 차라리 그럴바엔 한바탕 멋지게 싸워보자는 것이여, 내 말은...
정진영// 무모한 싸움이야. 결과는 불을 보듯 너무도 뻔해.
두한// ...(계속 생각이 많다)
문영철// 두한아.... 결정을 내려라. 시간이 없다.
김무옥// 싸우자고... 까짓거... 싸나이가 한번 죽지 두번 ..거 아니잖혀?
정진영// 냉정하게 판단해, 두한아... 니 결정에 종로의 운명이 걸려있어..
두한은 괴로운 듯 눈을 감는다. 모두들 애타게 두한의 말을 기다린다. 두한이 그예 무겁게 입을 연다.
두한// 이번 결투는...... 우리가 졌다.
김무옥// 두한아?
두한// 우리가 진 거야. 변명은 하지 말자. 내일 결투는 없다.
김무옥// (울 듯) 두한아.....
삼수// .............
문영철// 오야붕의 결정이다. 아무 소리 말아...
두한// 미안하다. 머리가 복잡해서 좀 쉬어야겠다. 나중일은 내일 이야기하도록 하자.
문영철// 그래 쉬어라... 우린 그만 건너가자.. 어서...
김무옥이 울분을 터뜨리며 주먹으로 방바닥을 친다. 문영철이 그런 김무옥을 달래 데려나간다. 그들 그렇게 나가면.... 고통스런 두한의 표정에서...
씬 혼마찌 하야시의 방
하야시와 가미소리가 차분하게 마주 해 있다.
가미소리// 출전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오야붕.
하야시// (끄덕이며) 수고했다.
가미소리// 내일이면 김두한이 오야붕 앞에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기대
하셔도 좋습니다.
하야시//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가미소리// 모두들 피나는 훈련을 거쳤고 결투에 임하는 각오 또한 대단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하야시// 좋다. 하지만 범은 토끼 한 마리를 잡을때에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자만은 금물이란 말이다.
가미소리// 명심하겠습니다, 오야붕.
하야시// 나 역시 우리가 질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다. 하지만 김두한 그 자는 항상 나의 예상을 뛰어넘어 왔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다, 가미소리. 알겠는가?
가미소리// 하이, 오야붕...
하야시// ...................
씬 그 밖 정원 일각
시바루가 우두커니 서서 생각이많다. 가미소리가 다가온다.
가미소리// 내게 묻고 싶은 말이있다고 했나?
시바루// (돌아본다)..........?
가미소리// 뭔가? 뭐가 그렇게 궁금하지?
시바루// 김두한을 사쿠라로 부른 진짜 이유가 뭡니까?
가미소리// (미소) 나미꼬 양이 아무말도 하지 않던가?
시바루// .........?
가미소리// (시바루를 지나쳐 가서며) 그렇다면 나도 해줄 말이없네.. 자네는 모르고 있는 편이좋아.
시바루// ........두 분이 무슨일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그 일에 조금이라도 비겁한 구석이 섞여 있다면 지금 즉시 중지하십시오.
가미소리// 지금 내게 명령을 하는것인가?
시바루// 충언을 드리는 것입니다. 결투는 정정당당해야 합니다.
가미소리// 틀렸다, 시바루. 이건 결투가 아니라 전쟁이다. 조센징 주먹패들과 싸워서 살아 남아야 하는전쟁!
시바루// ..................
가미소리// 다른 생각 말고 내일있을 결투에만 집중을해라, 시바루.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승리의 일념으로 무장된 사무라이다. (돌아보며) 더
이상 흔들린다면 내일 결투에서 널 제외시킬수도 있다.
시바루// 당당하지 못한 싸움이라면 나 스스로 거부할 것입니다.
가미소리// ......(한참 보다가) 못난 녀석...
가미소리가 그렇게 시바루를 지나쳐 사라진다. 시바루의 그 모습에서..
씬 관철 여관 마당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한은 홀로 생각에 잠겨 있다. 그의 얼굴은 고뇌로 얼룩져있다.
두한(E)//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무옥이와 영철이, 진영이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선다는 것은 죽는 것보다 더한 치욕이다. 지금의 상황은 결국 핑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저들과 맞설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싸우는 것은 곧 죽음이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주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간이없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내 자신의 운명을 선택해..다.
품에서 김좌진이 준 시계를 꺼내본다.
두한(E)// 아버지.. 도와 주십시오.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이 두한이에게 길을 알려주십시오. 아버지....
이군// (조소하며) 그렇게 놀라면서... 그 ..을 잊었다고?
박인애// (떨리는 목소리로) 무슨 소리예요? 그 사람이... 주... 죽을 거라니요?
이군// 이젠 안면몰수하고 그 자식 이야기를 하는구만.. 뻔뻔해... 당신
이란 여자 정말 뻔뻔한 여자야.
박인애// 무슨 이야기냐고 묻잖아요?
이군// 그렇게 궁금해? 좋아, 다 이야기해 주지.. 그 시건방진 녀석이 감히 하야시상에게 도전을 했다더군.. 하야시가 누군 줄 알아? 총독각하께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거물이라구. 사람 하나쯤 죽이는 건 그 사람에겐 일도 아니야.
박인애 .............
이군// .. 놈...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 흐흐흐흐... 그런 미련한 놈에게 마음을 준 당신도 제정신이 아니지.. 미쳤어... 다 미쳤다구.. 하하하하...
그렇게 미친 듯 웃으며 밖으로 나간다. 무너지는 박인애.
박인애// 안돼.. 두한씨 안돼요. 안돼요.
절망적으로 도리질을 치는 박인애의 모습에서...
씬 관철여관 마당(새벽)
아직은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방문이 조용히 열리고 두한이 나온다. 두한은 마당 한가운데에 선 채 김무옥들이 잠든 방을 잠시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선다.
씬 동 밖
거리는 고요에 잠겨 있고 가로등 밑으로 안개마저 자욱하다. 두한은 문을 나서며 걸음을 옮긴다. 그 때 뒤에서 박인애의 소리가 들려온다.
박인애// 두한씨...
두한// .....(돌아보면)...?
박인애// (눈물) 두한씨.... 가지 마세요.
두한// 여긴.... 어떻게 왔습니까? 언제부터 기다린겁니까?
박인애// 가지마세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잖아요?
두한// ...............
박인애// 부탁이예요. 제발..... 두한 가야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가야할 길입니다.
박인애// 두한씨...
두한// 미안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두한// 걱정말아요. 난 다시 돌아올 겁니다. (떨어지며) 제가 가는 길은 인애씨가 열어준 길이기도 합니다. 인애씨에게 부끄러움 없이 살겠습니다. 인애씨도 이 김두한이를 잊고 행복하게 사십쇼. 나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돌아서 간다. 두한의 뒷모습을 망연자실해 바라보는 박인애의 처연한 모습에서...
씬 혼마찌깡 정문
동이 텄지만 사방에 안개가 자욱히 깔려 있어 아직은 어둡다. 활짝 열려진 정문으로 가미소리와 시바루를 필두로 30명의 칼을 찬 사무라이들과 10명의 가라데 고수들이 열을 맞춰 나오고 있다. 건물 2층 발코니에서 나미꼬가 그 모습을 무표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행렬이 사라질 즈
음 그 반대편에서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와 미끄러지듯 멈춰선다. 차에서 내리는 고노예. 안개속으로 사라지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안으로 향한다.
씬 동 하야시의 방
하야시가 눈을 감고 정좌해있다. 미우라가 들어와 조아린다. 하야시가 한참만에 입을 뗀다.
하야시// 출발했는가?
미우라// 하이... 오야붕께서도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야시// 어르신께서 오실 것이다. 마중을 나가도록 하라.
미우라// 하이...
미우라가 뒷걸음질치며 밖으로 나간다. 하야시는 여느 때보다 더욱 차분하다. 그 모습에서....
씬 관철여관 마당
문영철이 마당으로 나와 짙은안개에 휩싸인 여관을 둘러본다. 잠을 이루지 못한 듯 피곤해 보인다. 문영철은 잠시 두한의 방을 힐끗 보고는 수돗가로 다가간다. 대아에 물을 붓고 세수를 하려다가 문영철이 뭔가 이상한듯 다시 두한의 방을 쳐다본다. 섬돌위에 있어야 할 두한의 신발이 보이지 않는다.
문영철// (다가가) 두한아....? 두한아.......?
대답이 없자 방문을 열어..힌다. 그러나 방안은 텅 비어 있다. 한쪽에 이불이 잘 개어져 있을뿐이다. 문영철의 얼굴에 불길함이 스쳐 지나간다.
문영철// 이런 제기랄..
씬 장충단 공원
이곳에도 안개가 자욱하다. 가미소리와 시바루 그리고 사십명의 무사들이 저승사자처럼 버티고 서 있다. 가미소리가 시계를 들여다본다. 잠시 후 반대편에서 안개를뚫고 그림자처럼 한 사내가 나타난다. 두한이다. 가미소리가 의아한 듯 양 미간을 찡그린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두한 혼자 뿐인 것이다. 시바루도 몹시 놀라며 가미소리를 본다.
가미소리// 김두한.. 혼자서 왔는가?
두한은 대답없이 가미소리를 노려본다.
가미소리// 어리석은 놈.....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그러나 두한은 대답 대신 가죽 장갑을 낀다. 가미소리는 다시 미간을 찌푸린다.
가미소리// 죽기를 원하다면 하는 수 없지... 자 그럼 천천히 놀아볼까? 3조 고바야시!
고바야시// 하이..!
가미소리// 너희들 선에서 끝내도록 하라. 상대는 김두한 하나가 아닌가?
고바야시// 하이! 가자!
고바야시라 불리운 자와 가라데 고수 10명이 튀어나가며 두한을 둘러싼다. 두한도 자세를 갖추며 좌우를 살핀다.
시바루// 어떻게 된 겁니까? 김두한이 왜 혼자 나타난 겁니까?
가미소리// 그걸 왜 내게 묻는건가?
시바루// 오야붕?
고바야시의 공격을 시작으로 격렬한 싸움이 한바탕 휘몰아친다. (여기서 배경음악은 필요없습니다. 건조하고 거친 숨소리만 가득해야 합니다)
두한의 활약은 놀랍지만 상대도 가다데 고수들이다. 그야말로 치열한 접전이다.
가미소리// (여유 있게) 과연 김두한이구만... 정말 대단해...
시바루// ....(굳어 있다)
씬 승용차 안
고노예와 하야시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다. 조수석에는 미우라가 타고 있다.
고노예// 장충단 공원이라고 했는가?
하야시// 예, 장인 어른. 터도 넓고, 지금 이 시간에는 인적이드믄 곳이라 그곳을 택했습니다.
고노예// 그리 잘한 선택은 아닌 것 같군..
하야시// ..........?
고노예// 그곳은 우리 야쿠자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낭인들의 추악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곳일세. 지금은 공원이 되었지만 예전엔 조선의 충절들을기리는 사당이 그곳에 있었지... 을미..에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알고 있는가?
하야시// 을미년이라면... 조선의 왕비가 시해된 사건 말입니까?
고노예// 맞네... 그 때 우리 낭인들에 맞서 싸우다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조선의 고종왕이 직접 비문을쓰고 해마다 제를 지내던 곳일세..
하야시// 그런 사연이 있는 곳인지미처 몰랐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고노예// 도저히 있어서는 안될일이었네.. 그런 비열한 암수를 쓰지 않았어도 조선은 결국 일본의 속국이 되었을 게야. (사이)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자네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네...
하야시// ..............
씬 장충단 공원
가라데 고수들과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가라데 고수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자 가미소리가 도리질을친다.
가미소리 역시 김두한과 맨손으로 승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어. 겐죠, 너희들이 나설 차례다. 가라!
사무라이들이 우렁차게 대답하고 달려나간다. 가라데 고수들이 물러나고 사무라이 20여명이 두한을 둘러싼다. 두한은 많이 지쳐있지만 그 눈빛만은 여전히 살아있다. 시퍼런 닙뽄도를 휘두르며 사무라이들이 두한을 향해 달려든다. 다시 숨막히는 접전이 펼쳐진다. 두한이 칼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니며 치고받고 그야말로 악전고투를 거듭한다. 그러나 아무리 쓰러뜨려도 사무라이들은 계속해(교대하면서) 같은 수를 유지하며 달려든다. 점점 두한이 지쳐가며, 결국 사무라이의 칼날이 두한의 어깨를 파고든다. 휘청하며 어깨를 부여잡는 두한. 베인 자리에서 피가 베어나온다. 두한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일본 무사들의 칼날이 집요하게 두한의 빈틈을 계속 파고든다. 칼날 하나가 다시 두한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간다. 비명을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두한. 잠시 정적이 흐른다. 사무라이들도 최후의 일격을 남겨두고 숨을 고른다. 시바루가 경멸의 눈으로 가미소리를 본다. 그러나 가미소리는 아랑곳 않고 사무라이
조장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겐조가 칼을 높이 치켜들며 두한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함성이 일며 사무
라이들 한쪽이 무너진다. 김무옥과 문영철, 정진영, 삼수가 나타난 것이다. 그들의 손에는 굵은 쇠파이프가 들려져 있다. 여유 있게 구경하던 가미소리가 팔짱을 풀며 굳어진다. 김무옥들이 두한을 둘러싸고 사무라이들을 경계한다.
정진영// 두한아...!
김무옥// 두한아, 두한아 괜찮냐?
두한// 아니, 너희들......?
문영철// 나쁜 자식..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두한// ............
가미소리// 가소로운 놈들.... 쳐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다시 사무라이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두한들은 서로 등을 맞대고 그들과 대적한다. 머리가 깨지고 피가튀는 처절한 혈전이다. 무사들이 하나 둘 쓰러져 나가자 가미소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가미소리// 시바루.... 자네가 나서야겠다.
시바루// ...............
가미소리// 시바루!
시바루// 저는 지켜만 보겠습니다. 이처럼 부끄러운 싸움은 할 수 없습니다.
가미소리// ......(매섭게 노려보다) 빠가야로!
가미소리가 칼을 뽑아들고 직접나선다. 그리고 삼수의 옆구리를 베어버린다. (뒤로 피하면서 맞았기에 깊숙이 베이지는 않았다) 삼수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지면...
두한// 삼수야!
두한이, 상대하던 사무라이들을 걷어차고 삼수 앞을 가로막는다. 그렇게 가미소리와 마주서게 되는 두한.. 삼수가 상처를 부여잡고 일어나며 다시 쇠파이프를 움켜쥔다. 가미소리가 빙긋 웃고는 기합을 지르며 두한에게 달려드는데....
씬 그 일각
아직도 안개가 자욱하다. 헤트라이트를 밝히며 하야시의 승용차가 도착한다. 미우라가 차문을 열어주면 고노예와 하야시가 내린다. 멀리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들이 소름 끼치게 들려온다. 그 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진듯 고노예의 얼굴이 굳어진다.
씬 다시 공원 중심부
두한과 가미소리가 맞서 싸우고 있고, 김무옥들도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어느 하나가 칼에 베이면 그 옆에서 도와주며 끈질기게 버텨나간다. 어느덧 동쪽에서는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안개가 서서히 걷혀간다. 김무옥과 문영철, 삼수, 정진영은 곳곳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이제는 지칠대로 지쳐 겨우 방어만 하고있다. 두한도 가미소리등과 일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체력이 바닥난 두한역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가미소리의 칼날은 아슬아슬하게 급소를 노리며 허공을 가른다. 그 틈을 타 두한의 발차기가 가미소리의 옆구리를 강타한다. 그러자 주변의 다른 사무라이들이 주춤한다.
가미소리// 지독한 놈들.....
가미소리와 사무라이들도 질리는 모습이다.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지면서 두한들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두한// 내가 한쪽을 열테니까... 그 쪽으로 빠져나가.. 더 이상은 안돼.
김무옥// 뭔소리여, 시방? ..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거여..
가미소리와 사무라이들이 칼을 다시 고쳐잡고 포위망을 좁혀온다.
두한// 내 말대로 해. 이건 명령이야...
두한이 가미소리 쪽을 향해 돌진하며 마지막 안간힘을다해 사무라이들을 쓰러뜨린다. 또다시 그렇게 접전이 붙는데... 고노예와 하야시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춘다. 고노예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는 듯 보고있고 하야시도 당황스럽다. 고노예의 얼굴에 경련이 인다.
고노예// 어떻게 된 겐가? 분명 사십대 사십이라 하지 않았는가?
하야시// .............
고노예// 중단시키게. 공정하지못한 결투일세. 어서.
하야시// (무섭게 굳어지며 앞으로 나선다) 그만! 그만 중지하라!
청천벽력과도 같은 그 일갈에 놀란 사무라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한 발씩 물러선다. 그제서야 하야시와 고노예를 발견한 가미소리가 놀란다.
고노예//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구만... 저들은 불과 다섯이 아닌가? 이 결투는.... 자네들이 졌네..
가미소리// 오야붕, 끝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하야시// ..라!
가미소리// ...........?
하야시가 결투장을 바라본다. 한쪽에 그냥 서 있던 시바루가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두한과 눈이 마주친다. 땀과 피로 말이 아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하야시가 그 시선을 외면하며 싸늘하게 돌아선다.
하야시 철수하라. 지금 즉시.
하야시가 그렇게 가면 가미소리가 절망적으로 보다가 칼을 떨어뜨린다. 사무라이들이 포위를 풀고 힘없이 물러간다. 시바루가 두한에게 ..경의 표시로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사라진다.
문영철// 우리가 해냈다, 두한아... 우리가..... 이긴 거야..
두한// ...............
김무옥// (눈물) 두한아..
정진영// ...............
삼수// ................
두한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태양이 벌겋게 떠오르며 두한의 얼굴을 비추는 것이다. 그 모습에서....
씬 혼마찌깡 마당
나미꼬가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다. 승용차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하야시와 미우라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나미꼬가 다가오며...
나미꼬// 형부...?
그러나 하야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찬바람이 일 듯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다.
나미꼬// .........?
씬 종로 거리
두한이 진영을 부축하고, 김무옥과 문영철이 삼수를 부축해 오고 있다. 거의 제정신들이 아니다. 모두들, 피를흘리며 마지막 남은 정신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이 놀라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쳐다본다.
두한// 이제.... 다 왔다. 종로에 들어왔어.....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라.
그러나 정진영이 다리가 풀리며 정신을 잃고 주저앉자 두한도 동시에 쓰러지고 만다.
두한// 진영아... 정신 차려... 힘을 내 임마..
정진영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두한도 나자빠지고 만다. 김무옥들도 그들 옆으로 쓰러진다. 두한의 시선으로 보이는 하늘이 구름한
점 없이 파랗다.
김무옥// 하늘이 참말로 파랗구먼.. 두한아, 여그가 저승은 아니제...?
두한// (미소) 그래 임마..
김무옥// 그려... 그럴 줄 알았당께.. 나가 최소한 장개도 못가보고 죽을 팔자는 아니란 말이여... 안 그냐, 영철아?
문영철// 미친놈.. 다 죽어가면서도 농담이 나오냐?
김무옥// 죽긴 왜 죽냐? 인자 우리 시상인디.... 흐흐흐...
두한(E)// .........아버지... 이 두한이도 해냈습니다. 2500의 독립군으로 5만의 일본군과 싸우셨던 아버지처럼 저희들도 물러서지 않고 그들과
싸웠습니다. 그리고 이겼습니다.
두한의 그 모습에서 카메라가 서서히 빠져나오면 행인들이 몰려들어 그들을 부축하는 모습이 보인다. 부감으로 보이는 그 부산한 모습에서..
씬 혼마찌깡
하야시가 가미소리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하야시// 설명을 해보아라, 가미소리? 한 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네 목을 벨 것이다.
가미소리// ..............
하야시// 가미소리!
가미소리// 저는 오야붕의 명을받아 전쟁을 치러냈습니다. 전쟁의 목적
은 오직 승리가 아니겠습니까?
하야시// .............?
가미소리// 이간계나 교란책 역시 전쟁의 일부로 알고 있습니다.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적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강했습니다.
하야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절망적으로 눈을 감으며) 그랬구나.... 역시 뭔가가 있었어.
가미소리// 오야붕의 뜻을 거슬렀고, 결국 뜻한 바를 이루지도 못했습니다. 이 모든 책임을 지고 할복을 하겠습니다.
하야시// ........너는 할복을 할 자격도 없다.
가미소리// .............?
하야시// 너의 죽음으로 이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어리석은 놈...
가미소리// 오야붕께서 이번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김두한에게 밝히겠습니다.
하야시// 갈수록 어리석은 말만 하는구나. 나는 너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책임은 이 하야시가 질 것이다.
가미소리// ..................?
하야시// 네 말대로 김두한은 강했다. 하지만 정당하게 결투를 해서 패
했다면 최소한 혼마찌가 문을 닫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가미소리// 오야붕,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야시// 물러가라. 근신하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도록 하라. 너는 아직 젊다. 이번일을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라.
가미소리// 오야붕...?
하야시// ...............
씬 종로서 고등계
미와가 펄쩍 뛰고 있다.
미와// 그게 무슨 소리야? 하야시패가 지다니?
김태서// 확실한 건 아니고... 종로에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미와// 소문...?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하는 게야? 당장 나가서 확실히 알아봐.
김태서// 하이, 경부님. (뛰쳐 나가면)
오무라// 오늘 새벽에 결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미와// 뭐야?
오무라// 그런데 그게... 사법계 형사들도 그 결과에 대해선 여러 가지로 말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하야시가 봐줬다는 이야기도 있고, 결국 긴또깡이 이긴 거라는 말도있고...
미와//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있는 게야? 횡설수설하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해봐. 똑바로..
오무라// 저도 정리가 잘 안돼서요.. 아무튼 새벽에 결투가 있었고, 긴또깡과 그 녀석의 부하들이 피투성이가 돼 종로로 돌아온 것은 확실합니다.
미와// 뭐, 피투성이가 돼 돌아와?
씬 동 유치장 복도
마루오까가 부하 순사1,2와 함께 오고 있다. 그들 어느 방 앞에 이르면...
마루오까// 열어라.
순사1이 문을 열어주면 구석에서 쭈그려 졸고 있던 번개, 개코, 와싱턴들이 깨어난다. 김영태가 마루오까를 보고있다.
마루오까//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내게 귀뜸이라도 해주지 그랬소? 내가 요즘 서내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어서 정보가 아주 어둡단 말이오.
김영태// ...예? 그게 무슨...?
마루오까// 오늘 새벽에 있었던 결투 말이오. 다행이 아무도 목숨을 잃지않고 종로로 돌아왔다고 하오.
모두들 놀란다.
김영태// 그럼 두한이가.. 거길 나갔단 말입니까?
마루오까// 그렇소.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하니 함께 가봅시다.
김영태// ................?
씬 병원장실
임동호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임동호// 동열인가? 날세, 임동호...
씬 잡지사
최동열이 전화를 받고 있다.
최동열// 바쁘긴... 늘 그렇지.. 한데 무슨 일인가? (사이 놀라며) 두한이가?
직원1,2와 사환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최동열// 아니 얼마나 다쳤길래....?
씬 병원장실
임동호//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워낙 몸이 튼실한 사람이라서 며칠 치료를 받으면 곧 회복이 될 걸세. 한데 두한이가 왜 그렇게 됐는 줄 아는가?
씬 잡지사
임동호(F)// 하야시패와 일전을 벌였다네.. 겨우 다섯이서 40명이나 되는 사무라이들과 맞서 싸웠다고 하네.. 승부여하를 떠나 얼마나 장한일인가? 정말이지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간 기분일세.. 하하하...
최동열// 그랬구만.. 어쨌든 그만하다니 다행일세...
임동호(F)// 퇴근하고 비너스로 곧장 오게. 내가 거하게 한턱 내겠네..
최동열// 알았네. 그럼 이따가 거기서 보세.
최동열을 수화기를 내려놓고 멍해져 있다.
사환// (호기심 가득해서) 김두한씨가 많이 다쳤답니까? 하야시패와 싸운 겁니까?
최동열// (끄덕이며) 그런 모양이야...
씬 병실
두한이 잠들어 있다. 문이 열리며 김영태들과 마루오까가 들어온다. 두한이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
두한// 형...님.....
개코// 두한아, 괜찮냐? 얼마나 다친 거야?
두한// 괜...찮아....
김영태// (안쓰러워) 이 꼴이뭔가? 죽으려고 작정을 했단 말인가?
두한// (미소) 이렇게... 살아있지 않습니까?
마루오까//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구만.. 과연 김두한일세. 하하하...
두한// 마루오까 형님도 오셨습니까?
마루오까// 아우가 다쳤다는데 이 형이 안와볼 수가 있겠는가? 정말 대단하네.. 자네가 총독각하보다 한 수 위일세..
두한 ...........?
마루오까// 총독각하도 함부로하지 못한다는 하야시가 아닌가? 하야시에게 그런 치욕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조선 땅에서 자네밖에 없을 걸세... 하하하...
두한// 아닙니다... 하야시는 날...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마루오까// 부끄러웠겠지.. 어젯밤의 일도 그렇고, 그렇게 하고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내도 아니지...
두한// 하야시는... 아닙니다. 그 사람은 오야붕다웠습니다.
마루오까// ..............?
김영태들// ..............?
두한// ..............
씬 고노예의 집 방안
고노예와 하야시가 마주해 있다. 하야시가 무릎을 꿇고 정중히 조아리고 있다.
하야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장인어른.. 이 못난놈을 꾸짖어주십쇼.
고노예// .......(침통하게) 그랬구만... 그런 일이있었어.. 정정당당하게 싸우라 내 그리 일렀건만....
하야시// ...............
고노예//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짓을 한 게야. 자네는 사무라이에게 목숨과도 같은 명예를 잃고 말았어.
하야시// ................
고노예// 자네가 그런 일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네.. 허나 부하들을 잘못 다스린 것도 크나큰 과오일세.. (사이)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
하야시// 혼마찌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고노예// 음... 하지만 그렇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세.. 자네가 저지른 일은 자네가 매듭을 지어야지...
하야시// .............?
고노예// 자넨 지금 이 순간까지도 패배를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구만..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것이야. 김두한은 승자가 되기에 충분했어. 실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불굴의 의지가 그 자를 승자로 만든게야. 패자의 도리를 다하게. 내가 자네에게 해줄이야기는 그것 뿐일세.
하야시// ...............
씬 권번
아이란이 막 들어와 시무룩하게 자리에 앉는다. 설향이 초조하게 묻는다.
설향// 좀 알아봤어? 병원에는 가봤어?
애란// (한숨).......그래...
설향// 왜...그래? 얼마나 좋지않길래.....?
애란// 다들 살아는 있으니까 안심해.
설향// 많이들 다친 모양이구나......?
애란//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병원에 가보든지....
설향// ...............?
애란// 뭘 그렇게 보니?
설향// 병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애란// 내 팔자가 한심스러워서 그런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작자를 서방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설향// ................
애란// 너 두한 오라버니랑 그렇게 된 거, 생각해보면 잘 된 거야. 그 인간들 허구헌날 싸움만 할 줄 알았지, 여자를 챙겨줄 줄 아니?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줄을아니...? 그렇게 얻어터져서 누워 있는걸 보면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구..
설향// ............
애란// 그러니까 이것아, 그 신사 양반 따라가서 마음 편히 살아.. 괜히 두한 오라버니한테 미련두지 말고..
설향// 미련 같은 거... 없어..
애란// 없긴 뭐가 없어? 요 .. 속엔 온통 두한 오라버니 생각 뿐이면서...?
설향//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살거야.. 그래야 된다는거 이제는 알겠어..
애란// 뭐어?
설향// 내가 너무 철이 없었어... 이미 난 다 가졌는데 괜히 욕심을 부린 거야.. 다 가졌는데....
애란// ...........?
씬 어느 공원(밤)
가로등 아래 벤치에 박인애가 초라하게 앉아 있다. 반쯤 넋이나간 모습이다. 미스터박이 그쪽으로 달려온다.
미스터박// 인애야...
박인애// ........?
미스터박// 어떻게 된 거니? 새벽에 사라져서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어? 너 때문에 양쪽집이 아주 난리가 났어.
박인애// (떨며) 오라버니... 나 너무 무서워요..
미스터박//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박인애// ..........
미스터박// 괜찮아, 인애야.. 진정하고 차근차근 이야기 해봐..
박인애// .............
미스터박// .....너 혹시... 김두한씨 때문이냐?
박인애// ..........
미스터박// 그렇구나.. 그 사람일이 아니라면 네가 이럴리가 없지... 그렇지 않아도 그사람 때문에 종로가 하루내 시끄러웠다.
박인애// ..........?
미스터박// 그 일이라면 마음을 놓아도 돼. 다행이 무사하다니까..
박인애// 저, 정말이예요...?
미스터박// 그래... 다들 기적같은 일이라고 하더구나..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렇구...
박인애// ........그랬군요... (눈물이 쏟아진다) .........
미스터박// 하지만 인애야... 넌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어. 네가 이러는 거 김두한씨도 원치 않을거야.
박인애// 알아요... 잘 알아요...
미스터박// 그런데 왜...?
박인애// 이제 됐어요. 다시는... 이러지 않을 게요.
미스터박// 그래, 그렇게 해야지... 일단 집으로 가자... 몸이 다 얼었어...
나미꼬// (날카롭게) 무슨 짓이예요?
시바루// 투정은 그만 하십쇼. 다 끝났습니다. 아무도 사장님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나미꼬// 나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건가요, 지금?
시바루// 그렇습니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투정부리는 아이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러자 나미꼬가 시바루의 뺨을때린다.
나미꼬// 닥쳐요. 감히....
시바루// 아직도 김두한을 사랑하고 계시다는 거 압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증오도 없으니까요.
나미꼬//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당신이 뭘 안다구?
시바루// 잘 압니다. 나미꼬상을 바라보는... 제 마음도 그랬습니다.
나미꼬// ..............?
시바루// 그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김두한을 위해 원하지 않은 결혼을 선택한 그 조선여자처럼 말입니다.
나미꼬// (외면하며) 그만해요.
시바루// 나미꼬상은 진정으로 김두한을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사람을 차지하고 싶었던것 뿐입니다.
나미꼬// 그만...
시바루// 너무 무서운 짓을 하셨습니다. 만약 김두한이 잘못 되었다면 평생을 후회와 고통속에서 사셨을겁니다.
나미꼬// 그만 그만.. 그만 하라구요!
시바루// ...................
나미꼬가 그예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한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는 시바루가 모습에서...
씬 병원
승용차가 그 앞으로 달려와 멈춰선다. 미우라가 얼른 내려 차문을 열어주면 하야시가 내린다.
하야시// 미우라, 넌 여기서 기다려라.
미우라// 오야붕?
하야시// 염려할 것 없다. 김두한과 단 둘이 할 이야기가있다.
하야시가 홀로 병원문을 들어선다. 걱정스런 미우라...
씬 병원 복도
하야시가 여전히 위엄 있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복도에 늘어서 있던 우미관패들이 하야시를 보고 벌떡 일어난다. 병실 앞에있던 김영태와 와싱턴들도 하야시를 보았다.
와싱턴// 하.. 하야시가 아닌가?
김영태// ............?
김영태가 보면 우미관패들이 하야시를 가로막고 있다.
김영태// 물러서라!
우미관패들이 뒤로 물러서면 하야시가 다가온다.
김영태//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야시// (여유있게 미소지으며) 미리 연락도 없이 미안하게 됐소. 김두한 오야붕을 만나뵐 수 있겠소?
김영태// ..........잠시만 기다리십쇼.
김영태가 안으로 들어간다.
씬 동 병실
김영태가 들어와 두한에게 다가온다.
김영태// 두한이.. 하야시가왔네..
두한// ......? 하야시가요?
김영태// 어떤가? 만나보겠는가? 힘들 것 같으면 돌려보내겠네..
두한// 아닙니다. 들어오라고 하십쇼. 그리고 저 좀일으켜 주십쇼.
김영태가 두한을 일으켜 주고 병실문을 연다.
김영태// 들어오십쇼.
하야시가 안으로 들어온다. 하야시와 두한의 시선이 부딪친다.
하야시// 미안하지만 김두한 오야붕과 단 둘이 이야기하고 싶소. .
김영태// .........? (두한을 보면) .......?
두한// (끄덕이며) 그렇게 하십쇼.
김영태//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직 몸도 성치 않으신데....?
두한// 괜찮습니다. 염려마십쇼.
김영태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간다. 하야시가 천천히 두한에게 다가온다.
두한// 형편이 이래서 누워있겠소. 앉으시오.
하야시// ...........
하야시가 두한을 보다가 무릎을 꿇는다. 두한의 눈이 커진다.
두한// 왜.... 이러시는 거요?
하야시// 내가 졌네. 자네의 처분을 따르겠네.
하야시는 고개마저 꺽는다. 너무나 의아한 두한의 그 얼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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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