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특정 예술가들을 창작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작품 지원 심사나 광주비엔날레의 작품 전시를 비롯해 예술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지원을 총괄하는 정부 산하기관이 정부예산을 투입한 창작지원 정책에
전면적으로 '정치적 색칠'을 꾀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충격이 훨씬 크다.
예술위는 '2015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선정하면서 심사위원들한테 이윤택씨 등 특정작가들의 배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이 이에 응하지 않고 102명을 선정하자, 예술위는 이 가운데32명을 제외하고 70명을 지원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윤택 작가는 100점을 받아 희곡 분야 1순위였음에도 탈락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한 바 있다.
연극 분야에서 예술위는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연출한 작품을 선정하지 말아줄 것을 심사위원에게 요구했다.
심사위원들이 거절하자, 예술위 직원들이 박 교수를 찾아가 작품을 포기해잘라고 요구했다.
박 교수는 '수첩공주''시험컨닝' 등의 표현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듯한, 연극(개구리)를 무대에 올린 적이 있다.
특정 작가들의 선정 배제를 요구하다 안 막히자 심사 결과를 뒤집고, 행정기관 직원들이 작가를 쫓아다니면서
출품포기를 요구하다니, 이게 문화융성을 외치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대통령 심기 보호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을 관철하겠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이는 무모한 형태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를 분화정책의 규범으로 삼고 있다.
창작의 자유가 창작 여건의 핵심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예술위는 공공정책기본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식으로 하면 문화융성은 커녕 기왕의 문화경쟁력마저 악화할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선 정보기관이 반정부 성향 작가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방법으로 통제했다.
전두환 정권은 문화공보부 간행물 심의실 등을 통해 비판적 출판물을 통제했다.
지금 정부는 국가예산을 이용해 문화예술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비판 성향 활동을 체계적으로 억누르고 있다.
폭력을 동원하든 예산으로 통제하든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적 검열이란 점에서 본질은 다를 게 없다.
서울연극협회 같은 단체는 예술위 해체를 요구했다.
그런 요구가 자연스레 느껴질 정도로 문제는 심각했다. 20150914 한겨레신문 사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