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절엔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듣는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다
그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맘에 드는 곡 메모도 하고 가수도 익히면서 음악을 들었다
외국 가수들을 텔레비전에서 쉽게 볼 수도 없었고
잡지나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얼굴도 익히고 하던 시절이다
몇몇 유명가수의 내한공연을 티비에서 녹화방송해주면
어른들의 눈총을 받으며 채널 뺏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엘비스의 음악을 꽤 들었던 것 같다
특히
<Love me tender>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솜사탕같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곡들을 좋아했다
우리나라의 모 유명가수가 다리 흔들며 요란한 복장으로 노랠 불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엘비스 프레슬리를 따라 한 것이었다
뭐~~ 좀 있어보이게 벤치마킹이라 해 두자
이 사진을 언뜻 보면 반항의 아이콘이었던 제임스 딘을 연상시킨다
내가 엘비스 프레슬리를 많이 만난 매체는 주로 주말극장에서 틀어주던
영화에서였다
많은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는 바람둥이 역이나
부잣집 도련님의 배경으로 멋진 차를 타고 다니며 돈을 물쓰듯 하는 역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가끔은 시골의 조그만 술집에서 노래하다가 어렵게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고...
화려하고 볼거리는 많았는데 그리 수준있는 영화들은 아니었다고 나름 평을 했던 것 같다
미국인들의 화려한 집, 집 안의 수영장, 멋진 여인들의 옷차림 등등에 눈길이 갔던 그런 영화들.
어느날 그의 사망소식이 뉴스에 나오고
그가 살던 지역이 멤피스라는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멤피스로 울며울며 찾아오는 수많은 팬들이 놓고간 꽃다발도 사진에 많이 등장했고
세상 슬픈 표정으로 울고 있는 여인들의 사진도 많이 봤다
엘비스란 영화에선 그의 음악이야기가 아닌
인생이야기가 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음악이 배제된 영화는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작부터 끝까지 엘비스의 노래는 계속 같이 하니까
성공스토리엔 불우한 어린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트럭을 운전했던 엘비스가 뮤지션으로 화려하게 등장하기까지엔
꼭 누군가 조력자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톰 행크스가 맡아 열연한 톰 파커라는 인물이 바로 엘비스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다
그냥 순수하게 뮤지션을 발굴해서 키우고 함께 돈도 벌고 하면 좋을텐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작은 욕심은 점점 탐욕으로 커지는 수순을 꼭 밟는다
지금으로 치면 노예계약으로 아이돌을 옥죄는 그런 악덕 소속사 사장같은 존재
어쩌면 톰 행크스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지금까지 엘비스를 못 잊는 수많은 팬들의 미움을 살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픽션과 논픽션, 현실과 영화의 인물을 혼동할 때가 있으니까.
그만큼 톰 행크스의 연기는 강렬했다
영화를 보면서 약물에 의존해야만 할 정도로 방종한 삶을 살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은 어느 평범한 가장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전용기에 딸 이름을 새길 정도로 아끼는 가족도
팬들의 사랑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엘비스는 무대에서 노래부를 때 만은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당신이 40이 되고, 내가 50이 되면 당신에게 다시 돌아올거라는 엘비스의 말
그는 그 시간을 다시 돌려받지 못하고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장면은 엘비스가 웃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슬프기만 했다
영화 '퀸'에서는 프레디 머규리의 공연장면을 재연했었다
피아노 위에 놓인 소품 하나하나
동선이나 마이크, 전선까지도까지 그대로 재연해서 나중에 실제장면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엘비스에서 선택한 마지막 장면은
실제 엘비스가 공연했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다
약물로 인해 살찌고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상태로
땀을 흘려가며 unchained melody 를 부르는 엘비스.
웃으며 혼신의 힘으로 고음을 쏟아내는 그의 노래 장면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앗 스포했다)
오늘, 친절한 어느 블로거가 메들리로 엮어 올려준 엘비스의 노래를 한참 들었다
솜사탕같은 목소리로 발라드도 부르고
빠른 비트로 다리를 떨어대던 그의 모습이 연상되는 록음악도 함께 섞여 나온다
그래
그냥 엘비스 프레슬리가 무대에서 노래 할 때는 정말 행복했을 거야 하고 생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