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과거가 아닌 현실 . 그날 이후에 피는 꽃은 모두 조화(弔花)다. 이렇게 한탄했던 봄이 다시 내 앞에 당도했다. 단지 눈 벌건 조문객 행렬의 하나로 시간을 보낸 건 아닌지 추궁해본다. 어설픈 곡비(哭婢)만 자청한 건 아니었는지 당시보다 더 예리한 칼을 들이대 본다. 동조소비에 함몰됐는지, 윤리적 감정소비냐는 빈정거림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명백한 정의를 내지 못했다. 비극에 대한 개인의 진술서를 [슬퍼할 권리]라고 호도했다. 뭔가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욕망인지 참여정신인지 공감인지 자문을 거듭했을 뿐 자답은 하지 못했다. 하잘 것 없는 개인이면서 저들의 중심을 향해, 저들의 이마를 정조준해 돌멩이를 던지고 싶었다. 힘껏 던졌다. 파열음도,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은 들리지 않는다. . 우울증이 뒤섞여 발원지를 가를 수 없게 되었다. 나의 참혹은 선천적 기질에 의한 것이면서 동시에 세월호에서 비롯된 좌절이 가중된 결과다. 무기력을 달고 산다. 허방을 디디는 듯 울분에 잠겨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삐딱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탓이라고 자책하면서도 그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줄이지 못한다. 타락해도 그만이라 체념하다가 외면해도 타락할 순 없다고 나를 다잡는다. 끊임없이 불을 때면 구들이 가라앉는 것처럼 분노라는 불길이 나를 무너트리고 있다. 증오라는 독이 전신을 마비시키는 중이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눈에 힘을 주다가 담배를 꺼낸다. 용서는 게으른 신이나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눈을 감춘다. . 내게 동조하지 않는 지인들과 멀어지는 중이다. 잃고 싶지 않아서 세월호 이야기를 비극이라고만 말한다. 수긍하는 듯한 틈이 보이면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한 마디 얹어놓는다. 나는 수익성 형편없는 보험판매원이다. 지불만 할 뿐 원금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이 먼저 알고 내게 탈퇴하라 권한다. 탈퇴할 생각 없다. 미욱해서, 내가 더 부자임을 누가 입증해주길 기대하기도 한다. 꽃은 또 피기 시작하는데 꽃이라 부를 수 없다. 봄은 왔는데 이 땅에 봄이 오겠느냐고 반문한다. 나는 침몰도 부양도 아닌 상태다. 그 영혼들이 영원히 중음을 떠돌 것만 같은 것처럼.
- 전영관 시인의 글 ......................................................................................................................
ㅁ 과거가 아닌 현실 . 그날 이후에 피는 꽃은 모두 조화(弔花)다. 이렇게 한탄했던 봄이 다시 내 앞에 당도했다. 단지 눈 벌건 조문객 행렬의 하나로 시간을 보낸 건 아닌지 추궁해본다. 어설픈 곡비(哭婢)만 자청한 건 아니었는지 당시보다 더 예리한 칼을 들이대 본다. 동조소비에 함몰됐는지, 윤리적 감정소비냐는 빈정거림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명백한 정의를 내지 못했다. 비극에 대한 개인의 진술서를 [슬퍼할 권리]라고 호도했다. 뭔가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욕망인지 참여정신인지 공감인지 자문을 거듭했을 뿐 자답은 하지 못했다. 하잘 것 없는 개인이면서 저들의 중심을 향해, 저들의 이마를 정조준해 돌멩이를 던지고 싶었다. 힘껏 던졌다. 파열음도,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은 들리지 않는다. . 우울증이 뒤섞여 발원지를 가를 수 없게 되었다. 나의 참혹은 선천적 기질에 의한 것이면서 동시에 세월호에서 비롯된 좌절이 가중된 결과다. 무기력을 달고 산다. 허방을 디디는 듯 울분에 잠겨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삐딱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탓이라고 자책하면서도 그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줄이지 못한다. 타락해도 그만이라 체념하다가 외면해도 타락할 순 없다고 나를 다잡는다. 끊임없이 불을 때면 구들이 가라앉는 것처럼 분노라는 불길이 나를 무너트리고 있다. 증오라는 독이 전신을 마비시키는 중이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눈에 힘을 주다가 담배를 꺼낸다. 용서는 게으른 신이나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눈을 감춘다. . 내게 동조하지 않는 지인들과 멀어지는 중이다. 잃고 싶지 않아서 세월호 이야기를 비극이라고만 말한다. 수긍하는 듯한 틈이 보이면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한 마디 얹어놓는다. 나는 수익성 형편없는 보험판매원이다. 지불만 할 뿐 원금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이 먼저 알고 내게 탈퇴하라 권한다. 탈퇴할 생각 없다. 미욱해서, 내가 더 부자임을 누가 입증해주길 기대하기도 한다. 꽃은 또 피기 시작하는데 꽃이라 부를 수 없다. 봄은 왔는데 이 땅에 봄이 오겠느냐고 반문한다. 나는 침몰도 부양도 아닌 상태다. 그 영혼들이 영원히 중음을 떠돌 것만 같은 것처럼.
- 전영관 시인의 글 ......................................................................................................................
첫댓글 金家네, 子息들 77명 犧牲. 許家네, 3명추가.
가슴 아픈 일입니다!
팽목항에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22 23:08
어찌구조의때를놓첫는지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