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중국 여행을 몇 번 해 보고 도로의 개통으로 중국에서 몇 년 안에 오지라는 곳은 사라지고 소수 민족의 문화도 급격하게 파괴될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도로와 철도가 서부의 오지까지 생기고, 한족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중국 소수 민족의 삶이 한족화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 민족들이 자신들의 정체성과 고유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우리 역시 서구 문명의 쓰나미에 우리 것을 잃고 국적 불명의 삶을 살고 있으니,사라져 가는 것들, 약하고 힘 없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은 후진국,개발도상국,선진국을 길지 않은 생에 다 겪은 우리 세대의 공통적인 느낌일 것이다.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자신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의 소수 민족들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여행자들은 더 좋은 곳이 있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니고 다르기 때문에,그 이국의 향기에 이끌려 길을 떠난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우리 여행자의 역할일 것 같다.
찡짱열차의 개통과 함께 서티베트는 관광지화 되면서 순수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려 이제는 티베트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면 동티베트를 가야 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선 중 다섯 번째로 소개 된 동티베트는 오지 중의 오지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접근성이 어려운 만큼 순수함과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다.
어떤 분은 야칭스의 수도승들을 보며 고산지대 막막한 심장에서 받은 티베트 불교의 큰 울림은 인도 다람살라 때 받은 감명 보다 더욱 크고 깊었다고 고백했고, 또 어떤 분은 동티베트 여행은 어느 순간 마음 여행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하느라 지쳐버린 우리의 몸과 마음에 동티베트 여행은 잠시 멈춤, 쉼, 비움, 충전이라는 선물을 줄 것만 같았다.
더 늦기 전에 그 곳에 가야만 했다.
7월 26일(1일째) 화요일
몇 년 전부터 하늘과 닿은 길에서 잠시 꿈을 꾸고 싶었다.
그래서 새벽 5시부터 집을 나서 리장으로 향했다.
3년 전 리장 여행을 했지만 고산증세를 완화시킬 목적으로 리장을 거쳐 샹그릴라로 가기로 했다.
오늘 우리는 김해공항에서 상해 푸동 공항을 거쳐 홍교 공항에서 리장 행 비행기를 탄다.
이번 우리 일행은 6인인데 나를 비롯해 비송님, 미경샘, 지영샘, 그리고 예전 윈난 여행과 실크로드 여행 때 만났던 촌장님 부부다.
어제는 오랫동안 집을 비우기 위해 집안일을 하다 저녁 먹고 배낭을 싸기 시작했는데 무더위로 인해 여행을 떠나니 전에 이미 탈진 상태가 되었다.
아무래도 티베트 오지에서 지친 몸을 쉬어줘야겠다.
한 학기 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나의 몸과 마음에 하늘 길에서 자연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다.
상하이 공항에서 홍차오 공항은 택시로 한 시간 걸린다.
여름의 상하이는 얼마나 더운지 한증막이라 숨이 막힌다.
홍차오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후 리장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산에서 상하이는 한 시간 이십분이면 도착하는데 상하이에서 리장까지는 거의 네시간 거리라 지난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처음부터 몇 시간을 병든 닭처럼 잠만 잤다.
겨우 눈을 떠보니 구름의 남쪽이란 지명답게 창밖은 온통 구름의 세상이 펼쳐져 있다.
생각보다 빨리 비행기가 도착하는 통에 픽업 나오기로 한 사람을 기다려서 상상 초월의 낡은 빵차를 타고 리장고성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미로 같은 골목길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니 운치 있는 전통가옥을 개조한 숙소인 일리우 게스트 하우스가 나온다.
짐만 방에 두고 리장고성의 수로를 따라 길을 걷는데 멋진 풍경에 계속 걸음을 멈추게 된다.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나, 나에게는 베니스 보다 더 운치 있고 아름다운 리장의 골목을 함께 간 일행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이며 좋아하니 내 기분이 더 좋아진다.
수로를 따라 계속 걷다 저녁을 먹기 위해 88호 나시 식당을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소문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좁고 정신없이 복잡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골목길 투어에 나섰다.
장미꽃빵 집이 즐비했는데, 몇 년 전 리장 골목에서 맛 본 장미꽃빵이 생각 나 깔끔하게 보이는 집에 들어가 사 먹어 보니 역시 맛있다.
바삭한 껍질과 입안에 퍼지는 장미향.
사방가를 돌아 리장 야경을 보기 위해 완고루 근처의 카페에서 차를 시켰는데 장미차 한잔이 60위안이나 했으니, 우리는 이날 해운대 달맞이 카페보다 더 비싼 차를 마셨으며, 중국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 난 가격의 경치비를 지불한 샘이다.
본전이 생각 나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새벽 네시부터 시작된 하루가 고달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름다운 리장고성의 골목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첫댓글 알찬 후기네요 ㅋ 이번에 리장에서 뵐수도 있었는데 아쉽네요
언젠가는 유니스님을 뵐 날이 있겠지요.
달마님과 클레어님은 부산 정모 때 만났답니다.^^
고성 숙소도 쓰만했고....
ㅎㅎ 지난 겨울 운남성 여행때 리장 고성에서 겨울 스카프 몽땅 사왔다우! 덕분에 추억 여행 시작합니다!
고산의 부담을 줄이시고자 리장으로 오신것은 현명한 선택이셨죠.
리장 1박으로 짧아서 아쉬웠겠네요...^^
일정이 있어서 그렇지 처음이신 분들은 2박도 좋았을거에요ㅎㅎㅎ
리장..
언제 가도 좋은 곳이라 난 2번을 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