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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곡물협정 탈퇴 뒤 우크라 해상 공격 강화
나토 회원·협력 8개국 인접..러와 충돌 위험
러 석유 수출 중단땐 유가 10~15$ 오를 듯
[노보로시스크=AP/뉴시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중단 뒤 흑해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플래닛 랩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지난 4일(현지시각)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에 정박 중인 러시아 상륙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에서 기름이 새 나오는 모습. 2023.0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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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항구를 출입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항구와 함정을 공격하면서 흑해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또 흑해 상공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투기와 정찰기 및 드론이 국제 수역 상공을 비행하면서 러시아군 정보를 수집하자 러시아군이 전투기를 집중 투입하고 있어 일촉즉발의 긴장이 상존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8개월에 이르도록 흑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접해 있음에도 예외적인 지역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곡물협정 중단 뒤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곡물협정 중단 뒤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와 다뉴브강 항구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특히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에 인접한 다뉴브항 공격은 자칫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충돌하는 위험을 높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주 이틀 연속으로 러시아 함정을 공격했다. 또 흑해상 러시아 항구 6곳을 전쟁 위험 지역으로 선언했다.
우크라 해군 “적 해안선에서 공격 차단하겠다”
올렉시 네이즈파파 우크라이나 해군 제독은 지난 5월 “적의 해안선에서 우리 해안 공격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흑해를 지배하는 러시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흑해에서 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과 곡물 시장에 큰 파장이 미치고 있다. 동시에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지 않으면서 흑해에서 자유항행을 보장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미국은 미국 지원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확전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각종 군사 정보를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묵인해왔다.
러시아는 수백 년 동안 흑해를 지배하려고 노력하면서 오스만 튀르키예 제국과 여러 차례 전쟁을 벌이는 등 다른 나라들과 충돌한 역사가 있다. 러시아는 흑해를 통해 유럽, 중동 등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투사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근 몇 년 동안 항구 증설과 휴양지 및 군사 기지 개발 등을 통한 흑해 지배력 강화를 추구해왔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를 점령한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몇 시간 만에 마샬군도 선적의 상선 야사 주피터호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우크라이나 항구 및 해안 지역에서 최소 3척의 민간 상선을 공격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 3곳을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해역에 기뢰를 집중 설치해 우크라이나 해군을 무력화했다.
흑해는 나토에도 중요하다. 튀르키예,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3개 회원국이 흑해에 접해 있고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 5개 협력국들이 접해 있기 때문이다.
나토가 러시아와 충돌을 회피하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흑해 공해 상공에서 정찰활동을 벌이면서 최대한 충돌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나토는 지난달 26일 나토-우크라이나 위원회 회의 뒤부터 흑해상 정찰 활동을 크게 강화한 상태다. 지난 3월 러시아 전투기와 미군 드론이 충돌해 드론이 추락한 사건과 같은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보스포러스 해협 군함 통과 금지로 러-나토 해상 충돌 불가능
다만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장악한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서방의 군함이 통과하는 것을 막고 있어 나토와 러시아간 해상 충돌은 가능하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지속적으로 러시아 해군을 노려왔다. 네이즈파파 우크라이나 해군 제독은 “소련 시대 ‘숫자와 화력’ 기반으로 편성한 해군을 서방식 ‘질과 필요성’ 기준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해군은 보다 크고 빠르고 은밀한 해상 드론을 개발해왔다. 시속이 80km에 달하는 드론, 최대 800km 이상을 항해하는 드론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일 오데사항에서 출발한 드론으로 800km 떨어진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을 공격했다.
전 세계 에너지, 곡물 시장에 악영향
한편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8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경제 보좌관 올렉 우스텐코가 “흑해를 오가는 러시아의 모든 것들이 정당한 군사 공격 대상”이며 이는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을 미사일로 공격하는데 따른 보복조치라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러시아의 주요 석유 수출로가 위협받음에 따라 러시아산 석유 운송 보험료가 급등하거나 보험 지원이 아예 사라지면서 석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마련해온 러시아에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지난 5일 러시아 유조선이 크름반도 인근을 지나다가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 공격을 당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하고 곡물을 공격해 수억 명을 굶기는 한 흑해와 아조우해에 안전한 해로와 항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발트해 노보로시스크항을 통해 전체 석유수출량의 3분의 1인 5900만 배럴을 수출했다. 이중 3200만 배럴이 유럽연합(EU) 국가로 가는 물량이다. 이 항구에서는 중유와 휘발유, 나프타 및 곡물도 선적된다. 노보로시스크항은 카자흐스탄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의 종착점으로 이곳에서 매일 130만 배럴의 카자흐스탄 석유가 선적된다.
전 세계 석유 운송량의 약 3% 가량이 흑해를 통해 이동한다. 미 국무부 에너지 담당관 출신 데이비드 골드윈은 흑해를 통한 러시아 석유 수출이 중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10~15 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