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기차를 타고 안인진 해변을 지나가 보면, 해녀들이 물옷을 입고 장작불에 불을 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나는 스쿠버 다이빙 전문가라서 그녀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금진항의 외갓집 고모도 해녀로 미역을 채취해서 살아가고 있기에 해녀는 항상 내 주변에 머믈러 있었다.
일본에서도 ‘아미’를 관찰하기 위해 내가 즐겨 찾아보는 곳이 아미가 많았던 시코쿠 지역이었다.
세계적으로 해녀는 제주도와 일본에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 연안 곳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해녀 역시 거의 다 제주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다.
1965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제주 해녀는 제주 인구의 약 9%를 차지해 2만 3,00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현재는 4500명 정도이며 대부분 예순살 이상의 고령이다. 앞으로 20여년 후면 더 이상 해녀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주도에서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해 ‘해녀’를 공식용어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해조류와 전복, 소라 등을 채취하는 사람을 ‘잠녀’(潛女)라고 부른 반면 일본에서는 ‘해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제주 해녀와 일본의 ‘아마’(海女)는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
일본의 아마는 몸에 줄을 묶고 5미터 정도의 얕은 바다에서 일하는 반면 제주 해녀는 줄 없이 20미터 이상을 수중 잠수하고, 또 고유의 공동체 문화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물질의 수준이 다르다.
바닷속 깊은 곳까지 잠수한 뒤 물 위로 떠올라 참았던 숨을 힘껏 내쉬는 소리, 바로 숨비소리다.
“호오이….”
제주 해변을 지나가다 보면 누군가 휘파람을 부는 것 같은 이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이 소리는 멀리서도 또렷하게 들린다. 아무런 산소호흡장치 없이 수심 20여미터를 내려가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은 뒤에 비로소 내쉬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숨비소리는 나 여기 이렇게 끄떡없이 살아 있다고 세상에 보내는 신호다. 숨비소리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