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살 때 세들어 살던 집 뒤뜰에 무궁화가 있었다. 일층은 집주인 영국인 노부부가 살고 2층에서 우리 가족이 살았다.
2백 년이 넘었다는 집이라 다소 낡았으나 집세가 저렴하고 기차역이 가까워서 마음에 든 집이었다.
2층 큰방 창문에서 뒤뜰을 내려다 보면 노부부가 정원을 정성껏 가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둘 다 마음씨도 고와서 7년 가까이 사는 동안 영국살이에 필요한 각종 정보 등 시민권 받기까지 여러 도움을 준 고마운 분들이다.
여름이면 정원 한쪽에 몇 그루의 무궁화가 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가 이 꽃이 한국의 국화라고 했더니 정말이냐며 깜짝 놀란다.
이후 부부의 무궁화 가꾸기는 더욱 정성이 담겼다. 영국에서는 무궁화를 rose of sharon이라 부른다. 샤론의 장미인 셈이다.
장미가 영국의 상징이기도 하듯이 무궁화도 이 집뿐 아니라 다른 집 정원과 여러 공원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외국 생활을 하면 애국자 된다는 말이 있듯이 영국에서 보는 무궁화가 특별해 보였음은 물론이다.
틈틈히 영국 곳곳을 다니며 무궁화를 찍어 블로그에 올리곤 했는데 다음 블로그가 문을 닫는 바람에 게시물이 전부 사라져서 아쉬울 따름이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 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 나라 꽃
어렸을 때 배웠던 동요 <무궁화>다. 그래서 나는 무궁화가 나라꽃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았다.
학교 담벼락 주변과 화단에도 무궁화 심기 운동 때문에 여름이면 무궁화가 피었다.
동무들과 숨바꼭질을 할 때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꽃
피고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너도 나도 모두 무궁화가 되어
지키자 내 땅 빛내자 조국
아름다운 이 강산 무궁화 겨레
서로 손 잡고서 앞으로 앞으로
우리들은 무궁화다
국민학교 때 아침이면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이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흘러나오던 곡이 바로 이 <무궁화 행진곡>이다.
조회 때마다 불렀던 애국가에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란 가사가 있다. 이렇게 내 몸 속에는 무궁화가 저절로 박힐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옛 문헌에도 한국을 군자국이라 일컬으며 근화초가 피는 나라로 불렀다.
이 외에도 약간의 표기만 다를 뿐 무궁화가 한국의 상징임은 여러 문헌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도 무궁화에 대한 시를 썼다.
붉은 무궁화 피어 가을 다시 재촉하니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고 다시 아침에 피네
서로 이어 끝없이 피고 지는 게 가련하지만
한번 가서 아니 오는 그리운 임보다는 낫다
그 유명한 절명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매천 황현 선생도 무궁화 세상을 한탄했다.
선생은 1910년 일본에 강제합병 당한 후 이 시를 읊고는 더덕술에 아편을 타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이 절명시 세 번째 수에 무궁화가 나온다.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요동치니
무궁화 세상 이미 망했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를 돌아보니
인간 세상 지식인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해방 이후 정부와 국회의 휘장도 무궁화꽃 도안이고 태극기를 다는 국기봉에도 무궁화가 새겨져 있다.
이렇게 무궁화는 당연히 나라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작년엔가? 뉴스에서 어느 시민단체가 국회를 방문해서 무궁화를 國花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벌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든 생각이 아니, 무궁화가 나라꽃이 아니였어?다. 알아 본 결과는 법제처에서 하는 말이 <무궁화가 국화로 공식 지정된 것은 아니다>였다.
지나 가는 사람 붙들고 우리 나라 꽃이 뭐냐고 물으면 과연 어떤 답변을 할까. 십중팔구 무궁화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공식적으로 나라꽃이 아니라니 내 자식이 분명한데 호적에는 못 올리겠다는 뜻 아닌가.
이 땅에 무궁화는 약 200여 종이 있다고 한다. 글이 너무 길어질까 더 이상 무궁화 설명은 생략하나 무궁화는 우리 민족을 닮았다.
벚꽃이 피었다 한꺼번에 지는 반면 무궁화는 여름에 피기 시작해 가을까지 피고지기를 반복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맛이 있는 무궁화, 나에겐 분명 사랑스런 나라꽃이다.
우리 집 앞에도 요즘 무궁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밥벌이 때문에 매일 종종거리며 사느라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자주 쳐다봐야겠다.
심수봉 노래 무궁화는 들을 때마다 가슴에서 뭔가 올라옴을 느낀다. 영국에 살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수없이 듣던 노래다. 여전히 좋다.
첫댓글 무궁화꽃이 우리나라 꽃으로 대부분
알고 있지요 그런데 흰 무궁화는 백년에
한 번 보기 힘든 휘기종으로 알고 있는데
여긴 흰 무궁화가 천지뗏깔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무궁화 원조는 붉은 단심이 꽃 중앙에 새겨진 분홍색 꽃으로 보통 생각을 하지요.
요즘 무궁화는 개량을 해선지 흰꽃도 많이 볼 수 있더군요.
우리 집 앞에도 흰 꽃잎에 자주색 단심이 박힌 무궁화가 가장 많답니다.ㅎ
7월초부터 10월 중순까지 꽃을 피움.
흰색 분홍 자주 청색등 ...
잎길이4~6cm 비교적 추위에도 강하고 어린잎은 식용합니다
무궁화가 한국의 나라꽃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조선의 윤치호등의 발의로 애국가를 만들면서
후렴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이라는 구절을
넣음으로써 조선의 나라꽃이 되었다고 전해졌다 합니다
무궁화꽃~
잔잔하니 튀지도 않고 갠적으로도 좋아하는 꽃입니다..
칼라풀 님이 무궁화 박사십니다.
무궁화가 애국가 가사에 들어가 있다는
이것보다 더 확실한 나라꽃 인증이 어디 있겠는지요.
저도 무궁화를 볼 때마다 늘 정감이 가는 꽃이랍니다.
꽃은 오래 봐야 이쁘다니까 자주 볼려구 하네요.ㅎ
길가에도 피고지고 하는 무궁화
어릴적 다니던 학교 들어가는 입구에 양쪽으로 무궁화가 가득 심어져 있었지요
미술시간 많이도 그렸던 무궁화
글 읽으며 따라 불러보네요 ㅎ
홍실님 무궁화 닮은듯^^*
@칼라풀 제가요
왜 일까나 ㅎ
@홍실이 청초하고 가녀리고 수수하고^^
@칼라풀 은근 건강 ㅎ
며칠 전 청운동 갈 때 경복궁 역에서부터 윤동주 문학관까지 걸어서 갔거든요.
가는 길 일부가 무궁화 가로수 길이라 활짝 핀 무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무궁화 닮은 예쁜 홍실님께 그 날 찍은 가로수 사진 선물로 드릴게요.ㅎ
@유현덕 예쁜 무궁화
은근 센스쟁이 현덕님^^
담에 기대어 눈을 감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어릴때 저와 함께 자라던 놀이가 생각납니다
비에 젖었을 때도, 고운 햇살을 받을 때도
수많은 꽃송이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애정 애정하는 꽃입니다.
전혀 몰랐던
무궁화꽃 사연이 안타깝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유현덕님~ 더위에 건강하세요~
추천도 꾸욱~
앗! 유니님을 여기서 보네요.
엄청 반갑고 기분 좋은 댓글입니다.
유니님이야말로 이른 아침에 보는 청순한 무궁화꽃입니다.
저도 작년까지 무궁화가 나라꽃임을 철석같이 믿고 살았지요.
유니님과 어릴 적 놀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가끔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유현덕 네네~ 만날 기회만 찾고 있습니다 ㅎ
우연히 들렀는데,
글 잘 쓰시는 반가운 분이길래..
그냥 갈 수 없잖아요 응원해야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로움님 은근히 귀여운 데가 있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무궁화를 좋아하신다니 더 귀엽네요.^^
무궁화가 꽃도 이쁜데 열매까지 맛나게 열리면 다른 꽃들이 질투를 해서 아니 되옵니다.
그냥 이대로도 무궁화는 아주 사랑스러운 나라꽃이지요.ㅎ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
아~ 실수 장미 입니다
무궁화 입니다
부산 지하철 동래역 1번출구 무궁화 입니다
동래역에 핀 무궁화가 아주 깜찍하네요.
요즘 개량된 무궁화는 분재처럼 화분에서 기를 수 있는 종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겐 모든 무궁화가 다 예쁘답니다.
위에 올려 주신 아름다운 분홍 장미와 무궁화 사진도 기쁜 선물로 받겠습니다.
여기다 한꺼번에 모아서 답글 답니다.
멋진 큰언니 님, 꽃처럼 항상 고운 날 되세요.ㅎ
@유현덕 무궁화만 보면 뿅갑니다 이곳의 무궁화 키우시는분 한테 무궁화 구입했다 실패했어요 화분에선 안되나 봅디다
모 아니라도 우리 가슴에 우리나라 꽃이라고 생각하니 ㅎㅎ
내 말이 바로 그 말입죠.
어쨌거나 산에서든 길에서든 무궁화를 보면 유심히 보게 된다는,,
지존 형도 무궁화처럼 끈질기게 피면서 사시기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