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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싶다.
저 먼 하늘을 날고 싶다.
보아라 저 푸른 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아라 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아름다운 형상들....
저것이 지구 본연의 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 하늘을 날고 싶다.
저 먼 하늘을 날고 싶다.
날자, 날자, 날자꾸나. 저 하늘을 날자꾸나
저 우주까지, 저 태양까지
내 자신이 태양빛에 타버려 재가 될때까지....
by zerogoon
the crazy hard
#.1
-슬퍼하는 것은 아니야.
그녀가 떠날때 남긴 말이다. 왜 떠났을까? 그녀의 냉랭한 눈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녀의 눈빛이 아직도...
아직도
나의 기억에 뇌리 새겨져 있다. 그녀를 사랑했다. 하늘아, 그녀는 하늘이다. 오! 푸른 하늘이여, 그대의 웃는 모습은 저 푸른 하늘에서 한 줄기 내리쬐는 햇빛이 거늘...
난 그녀를 잊지 못한다.
- zerogoon님으로 부터 메일이 전달되었습니다.
친구인가 보네? 훗,그녀와 헤어진것이 걱정이 된것일까? 아니면 내가 회사에서 짤린것이 걱정이 된것일까?
아 세상에 지독한 황금 만능 주의에 쩔어버린 세상에 너 땜에 내 여인이 떠나가는 구나. 너땜에 나의 꿈같은 미래가 깨지는 구나.
공장은 매연이 저 푸른 하늘을 메우는 구나.
탁해지는 하늘이여, 괴로워 하는 하늘이여, 너를 보며 위안을 얻는 나인테....어찌 나를 져버리는 것인가.
그녀는 떠나갔다.
"훗, 내가 그렇게 초라해보이는 것인가?"
돈 많은 남자에게 가버린 그녀, 재능이 있지만....빽이 없어 쫓겨내 버린 회사, 나를 올가매는 것들....저 하늘을....
날고싶다.
비상하고프다. 저 하늘을....시커먼 매연에 물들어버린 하늘이 하닌 푸른 하늘을 날고싶다. 날개야 돋아라, 난 날고프다.
하지만....
난 날수가 없다.
-zerogoon님으로 부터 화상메일이 왔습니다.
[야, 이자식아! 멜을 보냈으면 받아야 할것 아냐! 나와라, 내가 오늘 술 한잔 쏘마."
그래....나가자, 한번 알콜 기운으로 지금의 울적함을 달래 보자. 알콜의 몽롱함으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껴보자. 후후훗, 오늘은 거나하게 취해보자.
-타닥, 타닥.
-티이이잉
-zerogoon님에게 메일이 전달되었습니다.
-터덕, 터덕
의자에서 일어났다. 일어날때, 의자가 바닥을 긁어대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너무 듣기 좋은소리....나무와 나무가 긁히는 소리에 난 입가에 미소를 띈다.
나가야지?
오늘은 취하는거야, 맘껏 마시자, 잊자, 잊어, 나의 날개짓을 방해하는 지금의 올가미들을 오늘 한번 알콜 기운으로 잊어보자.
-끼이이잉
문에 달린 철제 이음새가 소리를 내었다. 듣기 좋은 소리, 구 시대적이지만 얼마나 좋은가? 말로 하면 열리는 문보다는 더욱 좋구나. 후후훗.
#.2
"여어, 왔냐?"
근처의 술집, 그 녀석이 와있다. 녀석은 자신의 안경을 매만지며 뻑뻑한 자신의 머리카락의 정리하고 있었다. 나두면 엉망이 되는 머리.
"왜 불렀냐?"
"허허허, 술마시자니까. 알며서 물어."
"누가 내는거냐?"
나의 물음에 녀석이 인상을 찡그렸다. 자식, 물을수도 있는것지. 오늘은 날고싶단 말이다. 알콜기운으로 날고프다구.
"좋아, 니도 상태가 그러니까, 내가 쏘지."
"후훗, 니가 메일로 쏜다고 하지 않았나?"
나의 물음에 녀석은 알았다는 식으로 손사래를 쳤다. 녀석은 말주변이 워낙없어 주먹으로 하는것이며 몰라도, 말로는 못하는 녀석이다.
"여어, 여기 맥주 10병!"
녀석이 손을 흔들며 주문을 한다. 자신감이 배여있는 목소리, 하지만 이녀석도 늘 올가미에 묶여산다. 그런 저녀석은 이젠 적응이 되었는지, 비상하고픈 꿈을 접어버렸다.
접어버리다.
접어버리다.
그래 저 녀석은 완전히 포기해버렸다. 다른 누구보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녀석이 포기해버렸다.
"그래, 그녀는 잘 있냐? 나올려면 같이 나오지."
"......"
"왜? 무슨일이 있어? 말다툼했냐?"
늘 다른 녀석보다 주워듣는것이 느른 녀석, 언제좀 신속하게 움직이려나, 느려터지도록 여유로운 놈이다. 이녀석은 지나치게 여유롭다.
여유롭다.
여유롭다.
그것을 닮고싶다. 언제나 조금하게 사는 나, 어쩌면 저 녀석처럼 여유롭게 사는것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유로움, 비상하고픈 맘, 패기....모든것이 없다.
나에게는.....
난 과연 날수가 있을까?
#.3
"뭐? 널 차버렸다구?"
"그래."
맥주를 나발불듯 마시던 녀석이 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귀찮아. 저 자식은 사소한 것에도 너무 놀라는 것이 탈이군.
"흠, 돈마니를 쫓아가다니.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더것 같던데."
돈마니....녀석의 단골 키워드다. 돈많고, 빽있는 녀석들을 칭하는 녀석의 고유의 칭호. 그런 녀석들이 들으면 주먹들고 쫓아올 일이지만 녀석은 꺼리낌없이 한다.
배짱.
자신감.
나에게 없는 저 두단어가 녀석을 그렇게 만든것 같다. 안되면 포기하고 다른방식으로 해나가는 녀석은 포기를 잘하는것 같지만, 어쩌면 포기를 않아는 녀석일지도....
어쩌면...
어쩌면...
포기를 잘하고 있는것은 나일지도, 그녀가 나에게 돌아올수 있게, 그 흔한 매달림도 하지 않은나, 회사에서 짤린후 다른 직장을 찾지 않고 침대에 누워 '시간아 가라'하며 빈둥거리는 나.
저 녀석은 어쩌면 세상의 온갖 풍파를 잘 견더낼 인간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그랬군, 그럼 새 직장은 찾았냐? 이것도 니가 직장에서 짤린것 같이고 축 쳐저 있을까봐 마련한 자리라고."
가족보다 나를 더 잘아는 녀석, 녀석은 내가 이일로 푹 쳐져 있는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같은 꿈을 꾸고, 사이좋게 달려왔던 사이.
하지만....
그렇지만....
왜 지금의 모습이 다른것일까?
녀석은 비상하여 자유로워 지고픈 마음을 접었는데, 저렇게 여유있고, 나는 비상하여 자유로이 저 하늘을 날고싶은데 이렇게 초조한것은.
강박?
내가 비상하는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런것일까?
내가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인가?
"뭘, 그리 고민해? 술마셔, 술!"
녀석이 뻘개진 얼굴로 술뚜껑을 따며 말한다. 무서운 녀석, 벌써 4명째 비우고 있다. 그런데도 뻘개진 정도라니, 나같으면 속에 있는것 다 토해낼 정도인데.
"후후훗, 그래 마시면 되겠지."
술이여, 난 너를 마시는 구나. 너의 알콜기운이 나를 몽롱하게 하고, 기 기분에 젖어 난 하늘을 나는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마시자, 온잦 자질구레한 것들을 잊고, 한번 거나하게 취해보자, 난다. 그래 나는 것이다. 알콜기운에 절어 비틀비틀 날아보자!
#.4
"어흑, 그럼 헤어져야겠군."
"그럼."
저 자식, 내가 한병 비울때, 8병을 나발불듯 마셔버렸다. 무서운 자식. 그래도 돈은 내가 안 내는 것이니까.
"잘가라, 멜보낼께."
8병을, 정확히 8병하고 반을 더마신 녀석은 약간 비틀거리는 것뿐, 그 이상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후훗, 어떤 학자가 인간이 술을 마시면 짐승처럼 군다고 했을까?
저 녀석은 죽어도 짐승이 안될녀석이다.
"그럼 간다."
비틀 비틀 거리며 반대편 인도로 걸어가는 녀석을 보며, 난 그 녀석과 반대의 길을 갔다. 왜일까? 내가 가고 있는 이길이, 하늘 같은지....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 기분이 드는지.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검은 실루엣이 깔린 하늘을 보았다. 오랜만에 별을 보는 군나.
저런 밤하늘을 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날고싶다.
날고싶다.
걸어가며 하늘을 볼수록, 그 마음은 더했다. 하지만 날수없는것이 인간이다. 마음 만큼은 하늘을 날고있건만 왜 날수가 없는것일까?
한참을 가던 나의 눈에 높다란 빌딩이 들어왔다. 좋아, 저곳이라면 하늘과 가까워질수 있겠어. 좀 낮지만, 상관은 없겠지.
난 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내가 찍어둔 빌딩으로 돌렸다. 자, 가서 날아보자, 후후훗, 한번 날아보는 거야.
"날고싶구나, 저 하늘에.... 난 날수가 없는 것일까~햇빛이 내리쬐는 하늘을 날며, 구름침대에 자고 싶구나."
아무렇게나 중얼거리며 가던 난, 어느새 그 빌딩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눈을 번쩍떴다. 음, 다행이 경비가 보이자 않아서, 난 황급히 뛰어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맨꼭대기층을 누른 난, 점점 하늘과 가까이 다가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난 저 아래 사는 인간들을 내다 보았다. 밤의야경, 아름답지만....아름다울수 없는것.
-띵동
종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렀다. 근처의 비상구를 찾아, 난 약간 환희에 찬 표정으로 다가갔다.
-삐그덕
이음새의 소리와 함께, 비상구의 문이 열렀다. 신가하군....대부분이 전자동식 문을 달고있는데 이곳만은 구식문을 달고있다니.
옥상으로향하던 나의 눈에 전자동식 문이 들어왔다. 낭패다. 고지가 이제 앞인데....나아갈수가 없다니.
이상한것은 아직 문에 락이 걸어지지 않은듯 불빛이 녹색이라는 점이었다. 아마도, 구식문짝을 뜯어내고 전자동식 문을 다는 작업을 하다가 그냥 퇴근한것이라.
-기이이잉
기계음과 함계, 나를 저 하늘로 인도하여줄 천국의 문이 열렀다. 그리고 문을 지나, 옥상 난간으로 한걸음,두걸음 다가갔다.
난 어쩌면 이 세상에 적응을 하지 못한 부류일것이다. 지독한 아귀다툼의 현장에서 비상하여 자유로워지고픈 맘을 먹은것부터가 그럴수도 있겠지.
난간에 도착하였다. 아귀들이 모여사는 아랫세상이 보였다. 난간을 밟았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다. 다리를 구부렸다. 일련의 가정처럼 난 하늘을 날으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다리에 힘을 가했다.
난다. 나는구나. 하늘을 나는구나.
내가 꿈꾸던 비상[飛上]이야!
날개짓을 한다.
그래 지금 자유로워지는 거야.
난다, 난다, 날자꾸나.
나 이젠 비상하는 한마리의 새가 되는구나.
#.5
어두운 방 한구석, 밝게 빛나는 pc모니터에 한단어가 출력되었다.
-zerogoon님의 화상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모니터 화면엔 술에 취해 뻘개진 얼굴을 한 사내가 나오더니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야, 너 전화가 연결되긴 되는거냐? 회사에서 다시 나오란다. 사장이 너 같이 재능있는 녀석을 왜 짤랐냐면서, 과장파 애들 모조리 축줄했거든. 듣고있기는 하는거냐? 난 시키는 되로 했으니까, 나머지는 니가 알아서 해라]
모니터에 출력된 화면이 사라지자, 한동안은 빈공백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몇분이 지났을까? 또다른 메세지가 출력되었다.
-love kiss me님에게 음성 메이이 왔습니다.
[이상씨? 나야.....말하기가 뭣하네...후후훗, 내가 당신을 버렸던것 용서할수 있어? 당신만 허락한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이 메일을 들었으면 연락해줘, 언제가지 기다릴께, 안녕...그리고 사랑해]
그리고 다시 모니터엔 빈 공백만이 남았다.
날고 싶다.
저 먼 하늘을 날고 싶다.
보아라 저 푸른 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아라 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아름다운 형상들....
저것이 지구 본연의 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 하늘을 날고 싶다.
저 먼 하늘을 날고 싶다.
날자, 날자, 날자꾸나. 저 하늘을 날자꾸나
저 우주까지, 저 태양까지
내 자신이 태양빛에 타버려 재가 될때까지....
by zero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