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수도권에서 춘천 다녀오는 일은 간단하고 순식간이다. 하지만 산책 – 문학 – 만화 – 노을 - 닭갈비 – 커피 등의 매력적인 동선과 새롭게 문을 연 매력적인 숙박지들을 생각해 보면 느긋하게 1박 2일 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다. 미리 숙박 여행을 다녀와 보았다.
▶#1 호반 산책 <이디오피아집>, <상상마당 춘천>
춘천가는 기차는 두 종류가 있다. 용산역과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ITX 청춘열차와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수도권 전철이 그것이다. 여행의 즐거움을 높이고 싶다면 2층 객차가 있는 ITX를 권한다. 평범한 이동도 괜찮다면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제이드가든과 이어지는 ‘굴봉선역’이나 김유정문학촌과 가까운 ‘김유정역’에서 하차하기 위해서는 꼭 상봉역 전철을 이용해야 한다.
춘천 겨울 여행의 즐거움은 여느 지역 어떤 계절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눈 온 이틀 뒤라면 여행자의 오감은 호강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깊은 흥분을 맛볼 수 있다. 춘천의 겨울 산책 코스는 두 곳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호반이다. 춘천을 물의 도시로 만든 ‘의암호’에는 곳곳에 도보와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전용로가 있다. 어디든 산책하기에 그만이지만 겨울철에는 역시 공지천과 수변공원을 잇는 코스가 좋다. 약 2~3km에 이르는 호반 산책로는 언덕을 오르내리며 수시로 달라지는 호수의 수면과, 멀리 보이는 중도, 붕어섬 등에서 겨울잠에 들어간 나목들의 쓸쓸한 모습도 바라볼 수 있다. 춘천 시내로 연결되는 공지천교 근처의 명문 커피하우스 ‘이디오피아집’, 언덕 위의 벽돌집 ‘춘천상상마당 아트센터’ 등 겨울 풍경을 입은 몸을 단숨에 녹여주는 문화 공간들도 이곳을 춘천의 겨울 산책로로 추천하는 이유다.
공지천변에서 근 50년 동안 문을 열고 있는 ‘이디오피아집’은 특히 커피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소다. 1968년에 문을 열었는데, 그 유래는 한국전쟁에서 시작된다. 전쟁 당시 이디오피아는 UN 참전국의 일원으로 한국에 6000여 명의 군사를 보냈다. 그들은 춘천 일대 격전의 현장에서 253회의 전투에 참여, 121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당했다. 전쟁이 끝난 뒤 한국 정부는 이디오피아 참전 기념비를 춘천에 건립했는데, 당시 제막식에 참석한 ‘하일레셀라시에 황제’(훗날 혁명으로 실각)가 ‘이디오피아 기념관 건립’을 요청했고, 정부가 아닌 민간인인 ‘조용이, 김옥희’ 부부가 건축했다. 기념관이 개관하자 이디오피아 황제는 외교 행낭을 통해 몇 가지 선물을 보냈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이 즐겨마시는 ‘커피 생두 Green Bean’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 ‘원두를 볶고 갈아 그것으로 커피를 내려마시는’ 문화는 전무했다. 부부는 당황했다. 일국의, 그것도 전쟁을 도와준 국가의 황제가 보낸 원두를 격식없이 맞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방법을 아는 것도, 장비가 갖춰진 것도 아닌 상태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부부는 독학 끝에 생두를 프라이팬에 볶고 어렵사리 구한 그라인더에 갈아 여과지에 내려 마시는 방법을 개발한다. 부부는 드디어 ‘로스터리’(생두를 볶아 파는 커피 전문점)를 오픈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디오피아집’의 ‘이디오피아 커피’는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 집에서 이디오피아 원두를 맛볼 수 있는 메뉴로는 ‘하라드’, ‘이르가체페’(예가체프), ‘시다모’ 등이 있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이디오피아인 바리스타가 테이블에 직접 와서 내려준다.
산책길에 있는 ‘상상마당 춘천’은 춘천 시민들이 즐겨찾는 문화 공간이다. 한때 춘천어린이회관과 강원도체육회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어린이회관 자리에는 ‘아트센터’를, 체육회관 자리에는 호텔인 ‘상상마당 스테이’를 개관했다. 아트센터는 ‘공연’, ‘디자인’, ‘교육’, ‘시각예술’ 관련 공간이 운영되고 있는데, 여행자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전시장’, 독립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제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디자인스퀘어’, 커피전문점 ‘댄싱 카페인 Dancing Caffeine’이 있다. 건물 전체가 벽돌로 마감되어있고, 내부 디자인도 뛰어나 그냥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2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주는 애니메이션 박물관 & 인형박물관
춘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애니메이션 박물관’, ‘로봇체험관’, ‘인형박물관’ 등이다. 애들이나 갈 곳이라고? 전혀 그렇지 않다.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꿈들을 잊고 살아왔던가.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기억 저편에 있던 꿈을 이쪽으로 데려올 뿐 아니라 새해를 맞는 여행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하는 고마운 공간이다. 1895년에 처음 상영된 만화영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기술의 역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상상은 끝없는 나래를 펼치게 된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장은 만화영화 상영관, 만화가게 등 어른들에게는 추억 돋는 재현 공간으로, 아이들에게는 그저 신기하기만 한 판타지 세계로 인기다. 2층 전시실에는 세계인의 동심을 책임져 온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라별로 전시되어 있다. 크게 일본관, 유럽관, 미국관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일본관에서는 우주소년 아톰, 타이거마스크 등을, 미국관에서는 톰과 제리, 미키마우스 등을, 유럽관에서는 주로 꼭두각시인형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이웃해 있는 로봇체험관은 로봇 축구 경기, 로봇 공연 등 바쁜 일상에 빠져 사는 동안 부쩍 자란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신기한 곳이다. 로봇호기심천국, 놀이 체험로봇, 로봇 아바타, 상상의 로봇, 매직로봇유랑단 등의 시설이 있다. 이 가운데 어른들도 즐거워하는 곳은 ‘매직로봇유랑단’. 첨단 로봇에 ‘유랑단’이라는 극히 아날로그적인 이름을 붙인 이 공연은 애니메이션 주제곡에 맞춰 함께 춤추는 로봇 군무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다. ‘구름빵’ 가족이 진행을 맡은 것도 특이하다.
3D입체영상관에서 상영되는 구름빵, 시드라이트, 공룡랩터 관람, 어린이의 얼굴을 촬영해서 구름빵의 홍비, 홍시와 합성해 보는 ‘구름빵 앱체험관’ 장편 애니메이션 ‘숀더쉽’,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구름빵 애니메니션 체험’, ‘팜 에어바운스’ 등도 신나는 공간이다.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 다리 하나 건나면 나오는 ‘인형박물관’, ‘인형극장’ 방문도 권한다. 인형박물관은 작지만 깜짝 놀랄 만한 곳이다. ‘막대인형극실(Rod puppet)’, ‘손인형극실(Hand puppet)’, ‘줄인형극실(Ma rionette)’, ‘그림자 인형극실(Shadow puppet)’ 등 테마별 인형 전시실이 있다. 인형의 재료를 소개하고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인형극 재료실’, ‘체험관’, 그림자인형극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림자 터널’ 등도 둘러볼 수 있다. 또한 인형 역사관에서는 인형극의 시작, 인형극의 종류와 발달, 여러나라의 인형극, 현대의 인형극, 인형극의 국제교류 등 인형극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곳은 ‘전통인형극실’. 이곳에는 옛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공연이 이뤄지고 있는 남사당패의 ‘꼭두각시 놀음(KOGDOGAKSI – NORUM)’이 전시되어 있다.
▶#3 김유정문학촌
김유정문학촌을 2년만에 다시 찾았다. 문학촌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주변 환경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간이역 수준의 크기로 소박한 느낌을 주었던 예전의 역사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새단장 중이고 근처에 커다란 규모의 한옥 스타일 역사가 들어섰다. 예전에 한두 곳에 불과했던 음식점들도 이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문학촌 바로 앞에는 안내와 상업 용도의 한옥촌이 생겨 더 많은 음식점 등이 들어서게 되었다. 문학촌 전체 분위기는 다소 산만해진 느낌이다. 김유정문학촌 곳곳에는 교과서와 한국단편소설전집에서 읽었던 김유정의 살아있는 문장들이 구조물과 함께 설치되어 있다. 김유정문학촌은 1908년 이 마을에서 태어나 1933년부터 고향 이야기를 소재로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기 시작, 불과 5년도 채 되지 못하는 시간만에 50여 편의 작품을 통해 문학의 족적을 남긴 김유정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봄 봄’, ‘동백꽃’,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산골나그네’, ‘산골’, ‘만무방’, ‘금따는 콩밧’, ‘안해’, ‘가을’, ‘두포전’, ‘솟’ 등 12편의 작품은 바로 자신의 고향이자 언어의 샘터인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유정문학촌을 품고 있는 금병산과 실레마을은 그 모습이 마치 ‘떡시루’같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데, 김유정역 앞에서 김유정문학촌을 거쳐 금병산까지 다녀오는 ‘실레길’도 조성되어 있어서 등산과 도보여행 코스로도 애용되고 있다.
▶#4 제이드가든
춘천 시내에서 승용차, 또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30~40분 정도를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유럽스타일의 수목 정원이다. 초록이 사라진 겨울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이 색다르다. 이탈리아 투스카니 스타일의 건축물들과 레스토랑, 카페, 리빙숍의 느낌도 매력적이다. 제이드가든은 승용차로 여행 중인 사람이 춘천 여행을 모두 끝내고 서울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는 게 유리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춘천 가는 길에 ‘굴봉선역’에서 제이드가든행 무료 셔틀 버스를 이용하거나 춘천 시내에서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
▶#5 구봉산전망대
뜻밖의 여행지라기보다는 카페촌이다. 이곳은 구봉산 중턱 5번국도 도로변에 있는 전망 좋은 곳인데 춘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의암호 건너편으로 보이는 삼악산, 계관산, 북배산, 가덕산, 몽덕산 등의 모습이 장관인 곳이다. 특히 낙조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어서 일년 내내 드라이브족, 산책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망 좋은 장소에는 여지없이 카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여행자들은 꼭 카페에 들어가야 그 전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카페 레스토랑 ‘산토리니’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은 카페의 넓은 마당에 그리스를 연상케 하는 종탑이 있기 때문이다. 입장료를 따로 받지는 않지만 꼭 커피 등 음료를 주문해야 들어갈 수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전망테라스에 투명 스카이워크를 설치했다.
▶#6 닭갈비골목
춘천 구도심 중심에 있는 닭갈비골목은 수십 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전국 최고의 닭갈비촌이다. 유난히 사람이 많은 맛집들도 있지만, 닭갈비골목 어느 집에 들어가도 평균화된 매콤한 닭갈비와 막국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래도 집집마다 맛의 차이가 있는 것은 양념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문할 때 맵기의 정도를 이야기하면 입맛에 딱 맞는 영양식을 맛볼 수 있다. 사진은 골목 안쪽의 ‘구미닭갈비’ 사진이다. 숙소 주인장이 강추해서 무조건 갔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구미닭갈비의 ‘구미’는 경상도 구미가 아닌 ‘구미를 당기는 닭갈비’라는 뜻이라고 한다. 033-252-9653
▶#7 춘천에서의 하룻밤 <썸원스페이지 & 읽은책 북카페>
취재 여행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이뤄졌다. 첫날은 시청 근처 모텔에서 6만5000원을 지불하고 잤다. 둘째날은 ‘모텔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썸원스페이지’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모텔을 개조한 만큼 도미토리가 아닌 ‘각방’이라는 점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1층에는 ‘읽은책’이라는 북카페가 있다. ‘읽은책’은 중고책의 다른 표현인데, ‘읽은책 북카페’에는 주인장이 서점에서 구입한 독립출판사 발행 단행본들과, 일반 서적, 숙박 손님이 기증한 ‘다 읽은 책’, 그리고 마니아들이 즐겨 읽은 잡지들이 비치되어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30대 여성 취향에 맞춘 분위기다. 더블 침대는 두 사람 잠자리로 넉넉한 편이고 시트커버, 이불 색깔도 새련된 느낌이다. 면 100%, 60수 린넨 침구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주로 호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촉감’이 아니던가. 객실에 따라 더블룸, 트윈룸, 2층 침대룸으로 나눠진다. 모텔을 개조했으므로 당연히 욕실과 화장실은 방방마다 따로 설치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정적인 분위기인데 왁자지껄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어서 다른 숙소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한국은행 춘천지점 바로 옆 골목 안쪽에서 있어서 밤이 내리면 거의 적막강산이 된다는 점도 ‘썸원스페이지’의 장점이다. ‘푹잠’이 가능하니 다음날 여행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용 시간 입실 15:30 / 퇴실 11:00
이용 요금 월~금 5만5000원 / 주말 7만원(성수시 요금 별도 적용)
1인여행자 주중 1만원, 주말 5000원 할인 / 재방문 5000원 할인 /
읽은 책 기증 권수 상관없이 객실 당 2000원 할인 / 중복 할인 불가능.
위치 춘천시 중앙로 27번길 9-1
예약 문의 010-4547-5401 / www.someonespage.com
여행정보
제이드가든 수목원
주소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개방 시간 09:00~17:30(입장 마감16:30)
입장료(12월~3월) 어른 6000원 중고생 5000원, 어린이 4000원, 문의 033-260-8300
애니메이션박물관
주소 강원도 춘천시 서면 박사로 854, 개방시간 10:00~18:00(입장 마감 16:00),
입장료 통합(애니메이션박물관+로봇체험관) 어른 8000원, 청소년 6400원, 어린이 6400원
애니메이션 박물관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4000원, 3D입체영화 2000원, 4D1관 3000원, 장면애니메이션 5000원,
로봇체험관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문의 033-245-6444
인형극장 & 인형박물관
주소 강원도 춘천시 영서로 3017, 인형박물관 개방시간 10:00~18:00(입장 마감 17:30) 월요일 휴관, 입장료 2000원, 문의 033-242-8466
이디오피아집
주소 강원도 춘천시 이디오피아길 7, 문의 070-7795-6972
상상마당 춘천
주소 강원도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22, 문의 033-818-3200
닭갈비골목 주차장
주소 강원도 춘천시 금강로 66-1 춘천지하상가주차장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