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식물원 그리고 성(城)..거제 섬 전체가 거대한 테마파크 (시사저널=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 섬의 동남부 도장포만 일대에 명승으로 지정된 해금강(海金剛)이 위치한 도시이자,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전성기를 이끄는 조선해양도시다. 이처럼 다양한 이미지를 지닌 거제도지만, 무엇보다도 '거제 9경(景)' 중 6경에 해당하는 지심도를 비롯해 거제 정글돔, 숲소리공원, 매미성, 외도 보타니아 등을 언제라도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관광의 도시이기도 하다.
거제도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섬으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문화적으로 고유한 상징성과 의미를 품고 있다. 색다른 경험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거제도 여행을 가게 될 훗날을 대비해 이들 스폿을 구글맵에 미리 추가해 놓을 것을 추천한다.
'거제 9경' 가운데 여섯 번째 절경인 지심도 전경 ©거제시 ■ 동백나무로 뒤덮인 천혜의 섬, 지심도
지심도(只心島)는 면적 0.338㎢, 해안선 길이 3.5km의 작은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생긴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 해서 지심도라고 불린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인 천혜의 동백 숲이다. 12월초부터 피기 시작하는 동백꽃 빛을 감상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섬을 찾는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2021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 이야기섬'으로 지심도를 선정하기도 했다. 지심도가 거쳐 왔던 흔적들을 보면 가히 살아 숨 쉬는 역사박물관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과거 20세기 동아시아 해전의 아픈 기억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2시간 남짓 걸리는 탐방로 주변에는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설치한 포진지와 탄약 저장고, 포대 관측소, 서치라이트 보관소, 일본군 전등소장 사택, 일본식 적산가옥 등이 잘 보존돼 있다.
정글돔과 외부의 '비 내리는 정원' ©거제시 ■ 거제에만 있는 독특한 돔형 식물원, 정글돔
일반적으로 거제를 생각하면 바다를 떠올리지만 사실 거제 지분의 반은 식물원이다. 거제시 사등면과 거제면을 이어주는 두동터널을 지나 차로 잠시 달리다 보면 바다 고래를 형상화한 은빛의 대형 유리돔이 눈에 들어온다. 돔(Dome)형 열대 온실 식물원인 '거제 정글돔'이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됐다가 올해 2월 재개장했다. 거제의 정글돔은 거제시 농업개발원 4560㎡ 부지에 형성돼 있다. 세로는 길고, 가로는 짧은 타원형이다. 최대 높이 29.7m, 장축 90m, 단축 58m, 총면적 4100㎡에 달한다. 돔형 유리온실 식물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자칫 악천후로 여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7500여 장의 삼각형 유리를 이어붙인 돔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풍이 불어도 언제나 내부를 겨울 20도 이상, 한여름에는 32도 이하의 열대우림지역으로 유지한다. 여행 도중 하늘에서 무심히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실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계단을 오르면 유리온실 내부의 탁 트인 공간들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경들로 채워져 있다. 흔한 말로 '인생샷'을 건지기에 그만이다. 정글돔 내부의 2km 외길은 흑판수와 보리수나무, 카나리아야자, 미인수, 극락 조화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300여 종 1만여 주의 열대 수목이 자라고 있다. 또 중국의 '장자제'를 본뜬 석부작 계곡, 커다란 바위산과 동굴로 이뤄진 암석원, 10m 높이의 인공폭포와 조명이 어우러진 빛 동굴 등이 들어서 마치 태초의 원시림을 걷는 듯한 느낌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매력은 공중을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다. 하늘길을 걸으며 한눈에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열대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정글돔 밖에도 150여 종 2만여 주의 각종 식물 군락과 수변 정원이 조성돼 있다. 덥고 습한 정글돔을 빠져나오면 맞이할 수 있는 '비 내리는 정원'은 탐방을 마친 관람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상쾌함을 제공한다. 단순히 야생 열대우림을 체험하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떠나는 이의 기분까지 배려한 구도가 엿보인다.
거제 숲소리공원 양떼 목장에서 먹이를 주고 있는 가족 ©거제시 ■ 동화 같은 가족 힐링 공간, 숲소리공원
지난해 6월 개장한 거제 숲소리공원은 6개월여 만에 15만여 명이 다녀가 거제의 대표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폐쇄됐다가 올해 2월부터 예약제로 다시 운영 중이다. 출입자 명부 관리와 입장객 거리 두기 등 방역이 까다롭다. 숲소리공원은 한국관광공사의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경남 지역 7곳 중 한 곳이다. 테마가든과 숲속 쉼터, 키즈랜드, 가축 방목장, 동물 체험장, 곤충·표고버섯 체험장으로 구성된 힐링형 체험 공원이다. 푸른 초원과 순백의 20여 마리의 양이 어우러진 9622㎡ 규모의 가축 방목장은 숲소리공원의 대표적인 즐길거리다. 멀리 외곽으로 나가지 않아도 대관령을 연상케 하는 푸른 초원에서 먹이주기 등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좋은 곳은 단연 도토리 놀이터다. 도토리 모양의 미끄럼틀은 마치 대규모 워터파크를 연상시킨다. 곤충·표고버섯 체험장도 인기다. 테마가든에는 1만여 그루의 수국이 자리 잡고 있다. 개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입장료는 무료다.
매미성 전경 ©거제시 ■ 유럽 중세 시대를 연상케 하는 매미성
바닷가인 장목면 복항마을 끝자락에는 최근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거제의 대표 관광 명소로 뜬 매미성이 있다. 이곳에는 로맨틱한 포토존이 가득하다. 나무와 돌담이 어우러져 있어 카메라를 들기만 하면 멋진 사진이 프레임에 담긴다.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피해를 본 한 주민이 직접 돌을 쌓아 만든 성이다. 중세 유럽의 성곽을 닮은 이곳은 하나하나 손수 쌓아올린 돌담과 그 앞으로 펼쳐진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완벽한 그림을 연출한다. 성안의 통로는 인생 사진을 위한 명당자리다. 통로 안쪽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촬영하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생 사진이 완성된다.
매미성은 사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몇몇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과 생활정보 프로그램 등에 소개되면서 이제는 거제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 중 단연 1순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입구의 주차장이 완비되고,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도 속속 들어서면서 여행의 불편함도 사라졌다.
외도 보타니아 전경 ©거제시 ■ 한려해상국립공원 절경과 어우러진 외도 보타니아
외도는 거제의 시그니처 관광지다. 아름다운 경관과 이국적인 자연풍경 덕분에 외국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랜 시간 각종 방송과 영화 촬영지로 사랑받아 왔기에 모르는 이가 없을 테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젊은이들의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다.
이곳은 선샤인·야자수·선인장 등 740여 종의 아열대성 희귀식물로 채운 유럽풍 정원 비너스 가든과 천국의 계단, 플라워 가든, 바다 전망대 등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자연 절경과 어우러졌다. 그야말로 '환상의 섬'을 연출한다. 섬 어느 곳에서든 셔터만 누르면 사진은 곧 한 폭의 그림으로 변신한다. 비너스 가든은 지난해 새롭게 단장해 아름다움을 더했고, 식물원에선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다. 수령이 오래된 동백나무 숲이 섬 전체를 덮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