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정년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한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년 연장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며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정부는 빠르면 이달 중으로 정년 연장과 임금구조 개편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고령화 속도 OECD 국가 중 가장 빨라
정부가 정년 연장을 언급한 배경에는 급증하는 고령화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인데요.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내년부터 10년간 노인 인구는 매년 평균 48만명씩 증가하는 반면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는 연 33만명씩 줄어듭니다. 이에 따라 올해 769만명인 노인 인구는 2025년이면 1051만명으로 급증합니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담해야 하는 노인 인구(노년부양비)도 급격히 늘어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20.4명인데요. 통계청은 노년부양비가 2067년 지금의 5배 수준인 102.4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청·중년층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셈이죠.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할 경우 노년부양비 증가속도가 9년 늦춰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정년 5세 연장을 가정하면 올해 노년부양비는 13.1명으로 지금보다 7.4명 감소합니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고령화 속도와 기간을 감안해 정년제도 등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실의 취업난과 멀지 않은 미래의 노인문제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인데요.
◇대법원 "육체노동자 가동연한 65세"…법적 정년은 여전히 60세
대법원은 이미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한 바 있습니다. 가동연한이란 사람이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나이를 의미하는데요. 불의의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물놀이 사고로 숨진 4살 남자아이의 유족이 수영장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다시 계산하라며 원심을 파기했는데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는 등 제반사정들이 현저히 변했기 때문에 가동연한 60세의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게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