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튼스, 시어스에 이어 허드슨베이까지 무너져
대형 백화점의 몰락…캐나다 쇼핑 트렌드 변화
캐나다의 대표 백화점 허드슨베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밴쿠버 다운타운 매장은 이미 폐점 분위기다. 입구에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었고, 직원들은 텅 빈 화장품 코너를 배회하고 있다.
한때 캐나다 쇼핑 문화를 이끌었던 허드슨베이는 과거 이튼스와 시어스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백화점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으며, 허드슨베이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현재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지만, 채무 부담이 커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만간 재고 정리 세일과 폐점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쇼핑 명소였던 백화점이 설 자리를 잃은 이유는 소비자들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 백화점은 의류, 가전, 가구 등 다양한 품목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굳이 백화점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특정 품목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면서 백화점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예를 들어, 시어스는 한때 캐나다에서 가전제품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미국 홈디포가 1997년 캐나다에 진출한 이후 밀려났다. 가전제품을 찾는 고객들은 가격이 비슷하다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점을 선택했다.
밴쿠버 기반 소매 컨설팅업체 DIG360의 데이비드 이안 그레이 대표는 “백화점은 한때 쇼핑의 중심이었지만, 소비자들이 더 편리한 대안을 찾으면서 의미를 잃었다”고 말했다.
현재 캐나다에서 살아남은 백화점 형태는 월마트 같은 할인점과 달러 스토어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허드슨베이처럼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판매하되 가격 경쟁력이 없는 백화점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반면 퀘벡 기반 패션·생활용품 브랜드 시몬스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백화점과 달리 자체 브랜드 위주의 제품을 판매하며 희소성을 높였다. 시몬스는 올해 토론토에도 새로운 매장을 열 예정이다.
쇼핑 방식이 변화하면서 과거 대형 백화점 모델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백화점의 낭만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