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넷타임스 칼럼=이호룡]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월 13일,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0.25%p 내린 이후 4개월 째 기준금리를 현재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올 4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삼성 노트7 판매중단 사태와,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의 파업, 청년실업률 고공행진까지 잇단 악재로 내년 성장률도 하향 조정되었다.
소비, 투자, 수출, 고용 등 총체적인 부진으로 한국 경제에 깔린 짙은 안개가 좀처럼 걷히지 않는 가운데, 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세까지 부담으로 작용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금통위는 연내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나타냈다.
금리 인하라는 완화적 태도로 경기를 부양하고픈 마음이 있었겠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에 합의했다, 내년 1분기 까지는 경제 상황을 관망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불과 몇 달 앞으로 전망되는 지금, 금리인상이 금융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다시 한 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채권수익률 당분간 상승하지만...금리인상 이후 저가매력
지난달 본지의 칼럼에서 채권의 버블을 주장하면서, 매도 의견을 밝힌 이후로 채권 가격은 꽤 많은 하락을 보였다.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들은 손실을 나타내었다.
미국채 10년물 채권의 금리의 변화를 나타낸 차트에 따르면 9월 말 이후 1.5%였던 금리는 1.8% 까지 급등했다. 독일의 경우 마이너스였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플러스로 상승했고, 일본은 마이너스에 머물던 국채 금리가 제로금리 가까이 올라왔다. 적어도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이슈가 도래할 때 까지는 채권금리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 투자 상품의 손실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참고할 부분은 지난 12일 보스턴에서 자넷 옐런 의장의 연설에서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 운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압경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넘어서는 한편,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매우 타이트한 고용시장 상태를 말한다. 고용시장에 인력이 부족하면 임금상승률이 뛰어 오르고, 소비가 증가하며 이로 인해 리플레이션이 일어난다.
결국 FOMC 의장인 자넷 옐런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용인 또는 유도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저금리 기조를 한동안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올해 금리 인상이 이루어진 후인 내년에는 어느 정도 그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12월 금리인상이 이루어지거나 금리동결 시 채권금리는 다시 하락하며 채권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채권금리가 좀 더 높아진다면 저가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유도로 원자재 가격은 상승
원자재시장은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오르고 있다. 특히 유가는 40달러대를 넘어서 50달러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원유는 미국과 러시아의 국제관계에서의 치열한 대립도 한몫을 하고 있는데 최근 사우디가 미국과 돌아서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개선하는 부분이나 시리아에서 정부군에 SA-300 대공미사일을 지원하여 미국이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러시아가 좀 더 우세한 입장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셰일 업체와의 치킨게임에서 상처뿐인 영광을 얻었던 OPEC회원국들과 비(非) OPEC회원국들이 감산과 동결을 논의하고 있고, 유가의 안정화를 명분으로 분열되었던 OPEC기구의 단합을 이끌어내면서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가상승이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넷 얠런의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이슈는 원자재가격 상승에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셰일업체들이 생산을 재개하게 되면 공급과잉 이슈가 다시 나오겠지만 전문가들은 푸틴이 얘기한 60달러 정도를 적정가격으로 보고 있다.
금 가격 또한 달러 강세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오버 슈팅을 위해서는 달러를 약세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수혜를 얻는 원자재가 금이다. 따라서 원유, 금 등의 원자재와, 원자재 관련 업종 또한 내년에는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은 투자처이다.
농산물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라니냐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겨울은 한파와 폭설을 예고하고 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중남미와 동남아의 수온이 떨어지면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농산물가격까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내년에도 라니냐는 발생한다고 미국기상청은 예측하고 있다. 농산물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에도 불구하고, 저가 매력과 이상 기후 현상 그리고 인플레이션 오버 슈팅 이슈까지 나오면서 앞으로 상승여력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기적 부동산투자는 특히 주의해야 할 시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비교적 큰 타격이 예상되는 자산은 국내 부동산이다. 최근 들어서 부동산 관련 뉴스는 신규분양에 대한 프리미엄가격에 대해서만 이슈화되고 있다. 기존 주택의 가격이 상승했다는 소식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프리미엄가격의 상승이 충격적이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기존 주택 매매 시장의 불경기를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분양권 프리미엄에 대한 뉴스가 많아지면서 아파트 분양권 투기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분양권 매매는 파생상품의 선물/옵션과 많이 닮아있다. 실물(주택)을 인도(입주)할 날짜가 정해져있고, 계약금만으로 분양받을 권리를 갖는다. 이후 그 권리를 사고 팔며 입주 전까지 매매차익을 취하는 것이다. 3억 원짜리 집을 3천만 원의 계약금 분양권을 받아서 이를 6천만 원에 팔았다면 이는 두 배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므로 사행적인 성격이 강하다. 분양권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프리미엄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할 것 같다는 착각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큰돈을 잃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프리미엄이 많이 올랐어도 팔지 않는다. 양도세를 줄이려면 더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3년 뒤의 분양권가격과 부동산시장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대출자의 부담이 커지며, 연체율이 상승하고, 주택 매도물량이 급증한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고, 분양권 소유자는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계약금을 포기하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정부의 대출 규제 압박,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 하락 등 부동산 시장의 먹구름은 산재해 있다. 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투자자산임에 틀림없다.
어떤 부동산 전문가는 말한다. 2005~2007년 인플레이션 상승이 빨라지고 금리도 여러 번 인상했던 시기에도 부동산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고. 그러나 이때는 버블이 있었다 하더라도 글로벌, 국내 할 것 없이 경기 상황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뉴노멀’이라는 저금리 기조의 금융환경에서 금리인상이라는 한 번의 날개 짓이 우리 경제에 어떤 파도가 되어 불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처분소득이 축소되는 시기에 자산 충격까지 겹쳐져 IMF사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큰 위기를 불러낼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 투자는 이미 끝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확신을 가지고 투자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에게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전하고 싶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이호룡 곧은자산관리 대표이사 news@biznet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