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길게 쓰셨네요. 할말이 많으셨나 보죠?
저도 어느정도는 동감하는 바입니다만...
이미 정형화된 틀을 깨라는게 과연 판랜에 있는 아마추어 분들에게 하는 질책의 소리로 가당키나 한지 따지고 싶네요.
판랜에 글을 올리는 작가분들의 대부분은 아마추어 입니다. 그건 알고 계시겠죠?
그리고 이미 독자 층 역시 돌킨이나 이영도님의 판타지 세계관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미 정형화 되어 버린 틀에 대해서 계속 "탈피하라! 창조하라!" 라고 하신다면 과연 독자를 얼마나 배려하는 글이 나올지 의심이 됩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라는 말이 괜히 나온건 아니겠죠. 아마추어 분들에게 창조의 중요성만을 강조하시다면 판타지의 순수성이 자칫 훼손될 염려가 있진 않을까요? 상상력이니 창조니 하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어느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아야만 나름대로의 맛갈나는 글이 완성되는 겁니다. 만약 둘의 중요성을 숫자적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저는 정형 : 창조의 비율을 7:3 정도로 보고 싶군요.
물론 감평을 하다보면 수준이하의 글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글을 잘 못쓴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너 장난하니?" 라는 식의 말은 던진다면 과연 그걸 옳은 길로 인도하려는 채찍질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재미로 쓰면 안됩니까? 이해가 안되는 군요. 진지하게 생각하고 수십번 고쳐서 탈고해야 만 그게 진정할 글입니까? 문학의 기능 중에는 분명 재미를 추구하고 여가를 선용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건 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기본 적인 내용입니다. 그게 독자든 필자든 간에 어느 한쪽이라도 '즐거움'을 느낀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글이라는 겁니다. 그걸 장난이나 우습게 봐서 하는 행동으로 생각 하셨다면 학교 공부에 충실하지 않은 분이라고 사료됩니다.
한가지 덧 붙이자면 이런 비난성의 글은 누구라도 써 낼 수 있습니다. 맘잡고 잡아 뜯어 보자면 님의 글 역시 곧곧에 감정이 서린 도발성 글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습니다. 이런 글로 충고를 하시겠다니요. 이미 님께서 이곳에 있는 분들을 '작가'라고 인정하셨다면 그에 상응하는 예는 갖추어 주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라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문학관에 사로잡혀 남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마십시요. 비난의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님에게 이런식으로 비난을 받을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것을 모니터가 아니라고 생각해 주셔도 좋다. 하지만 나는 이번 감평을 맡으면서 많은 글을 읽게 되었고, 그 모든 글을 읽게 되면서 느꼈던 점을 하나의 글로서 담은 것이다. 허심탄회하게 논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까페에서 글을 쓰고 계신 작가들에게 지적하는 바이다.
70년 대에 게리 가이객스와 데이브 이네슨 두 외국인의 상상에 의해 개발해 내었던 던전 앤 드래곤즈 (Dungeon & Dragons) 시스템을 기억하는가. 가상 중세 세계를 가상적으로 표현함으로서 많은 미국인들에게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게임으로도 등장하여 많은 게이머들의 밤을 새게 하였던 바로 그 TRPG 의 원조는 두 외국인에 의해서 개발되었던 것이다. 그것을 개발한 두 외국인 또한 자신의 창작의 댓가에 큰 이익을 보았겠지만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이끌어 내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창작은 많은 이들에게 칭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발더스 게이트나 디아블로 등의 여러 컴퓨터 게임으로 다시금 회고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환타지라는 상상력의 힘을 불어넣어 주었지만 궁극적으로는 D&D는 현대의 판타지에 대한 체계를 완벽하게 갖추어 버림으로서 결국 많은 이들의 상상력에 발목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즉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은, 판타지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엘프와 드워프 따위가 등장하는 그런 정형화된 장르로서 굳어져 버렸다. 아무도 톨킨 (J.R.R Tolkin) 처럼 새로운 종족에 대해 창조하는 수고를 거치려고 하지 않으며, 이미 통신소설 등을 통해 일상화되어 버린 외국 번역체 문제가 그대로 쓰여지는 등의 많은 문제가 이미 드러나 버렸다. 심지어는 자신의 소설의 특징을 가늠하는 문체 조차 아예 일기를 쓰듯 가볍게 써버리는 소설도 심심찮게 보아왔다.
물론 현재의 국내 판타지 소설 또한 그런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숱한 노력을 해 왔고, 이미 프로 판타지 작가로서 알려진 사람들 중에는 그러한 정형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리고 벗어난 시도를 많이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외향적인 영광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밑에서 무수하게 자리를 잡는 판타지 소설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울 만큼이다. 결코 문체에 대한 질책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판타지라는 공식을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상상이라는 것이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결여되어 있다.
비록 아직까지도 환타지라는 정의에 대해 명확하게 그 잣대를 댈 수 있는 기준이란 턱없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환타지라는 관점을 영어사전에서만 찾아보더라도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fantasy [Gk 환상의 뜻에서] n.
1 U,C (터무니 없는) 상상, 공상, 환상, 환각(->fancy); 변덕(whim)
2 공상 문학 작품; 心 백일몽; 樂 환상곡(fantasia)
과연 엘프와 드워프가 등장하는 것이 더이상 터무니 없는 상상이 될 수 있을 까. 그것은 이미 누군가가 저질렀던 일이고, 또한 많은 이들에게서 회고되어 소설로 옮겨진 것만 무수하다. 하다못해 우리는 엘프와 드워프에 대한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미 '드래곤 라자' 로 잘 알려진 이영도처럼, D&D 의 설정을 참고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인간과 다른 종족에 대해 정의한 소설을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어느 판타지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재미있는 말을 발견했다. 판타지 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서는 한 15년 간 어느 외딴 섬에서 소설만 쓰게 하고 푹 썩힌 다음에 판타지 소설을 쓰게 하면 아마 잘 쓸 것이라고.
판타지를 만만하게 보는가. 그냥 재미로 쓰는가. 그런 소설은 자신의 컴퓨터 파일로 썩혀도 충분하다. 재미로 쓰는 소설 따위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상상력 속의 거름이 되어 그들의 망각 속으로 뿌려진지 오래이다. 평소에 자주 쓰곤 하는 모니터에서 자꾸 작가들을 질책하는 이유도 그에 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글은 그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그저 재미로 쓰고 남이 읽어주기를 바란 것이라면 절대로 독자들은 그 글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을 두려워 하라. 독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생각을 초월한 절대적인 존재이다. 자신이 아무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다른 이가 생각한 것이고 이미 그것이 다른 이가 쓴 이상 자신의 글은 아무런 독창성 없는 글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판타지를 쓰는 많은 작가들의 귀감이 될 만할 것이다.
하다못해 자신의 집에서 한 번이라도 무심코 습작을 써본 뒤에라도 소설을 쓰길 바란다. 물론 그 습작들은 싹 잊어버릴 각오를 하길 바란다.
이젠 더이상 시덥잖은 글 읽어주기도 지쳤다. 물론 이런 말을 작가들에 대한 모욕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 글을 아직 채 반도 읽지 않은 채 곧바로 결말을 보고자 한 사람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하라. 하다 못해 나중에 써 놓고 시간만 버렸다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많은 생각을 하라. 그것은 당신에게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나 또한 그런 식으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작가 님들에 대한 충고이다. 쓴 약을 먹는다고 과연 배탈이 날 것인가. 아니다, 병을 낫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바로 쓴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