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돌
가까워 놓칠세라
멀어지면 못 닿을까
한 발짝 한 걸음씩 나붓이 놓여 있다
샛강에
맨발로 엎드린
그대 빈 등 밟고 간다
빈손
사흘 이어 나흘까지
네 몸 적셔 나를 감싼
길이 든 우산 하나
잃어버린 지난 봄날
하늘가 그 어디쯤에
날아가 계시는가
이 가을 낙엽비가
뜰 안 가득 내리는데
어깨를 받쳐줄 이
어디에도 없는 지금
허전한 가슴팍 같은
우산살이 어른댄다
잘 먹었다 하실 테지
마당귀 남새밭을 이제야 돌아보네
무성한 잡풀들을 낫 호미로 걷어내니
풋고추 가지 호박이 미끈하게 자랐네
가쁘던 숨소리를 당신 홀로 다스리며
봄 볕살 가려 골라 살뜰히 심은 모종
스스로 키를 높이며 열매 족족 달았네
흐려지는 눈시울을 애써 닦으면서
신접살림 그때처럼 무치고 볶았으니
이 저녁 놀빛을 타고 드시러 오시려나
자연학습
하관(下棺)이 끝난 뒤에
날아든 감잎 한 장
빙 둘러선 유족에게 인사말을 대신한다
그 아래
산도랑 물도
지줄대며 답례한다
- 시집 『이녁이란 말 참 좋지요』 시인동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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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순 시인 시집 『이녁이란 말 참 좋지요』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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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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