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오는 10월 치료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25일 밝히면서 한의계와 의·약계 갈등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이번 급여화로 환자 약값 부담 감소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추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찬성 목소리 뒤에는 내부적 반발 문제가 있다. 한의사 명예회장단이 현 한의협 집행부를 질타하며 첩약급여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자 한의협은 이와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자 공개토론회를 열고 투표를 했다.
그 결과, 서울시한의사회 회원투표(5월27~28일)에서는 찬성 34.8%, 반대 65.2%의 여론이 표출됐고, 부산시한의사회 회원투표(6월1~4일)에서는 한약사와 한조시약사의 완전 배제가 어렵다고 한 상황에서 찬성 20.5%, 반대 79.5%로 나타났다.
실상 첩약급여화 추진은 이전에 한의계 내부 반발로 무산된 적 있다. 지난 2012년 양승조 의원의 발의로 복지부가 노인, 여성을 대상으로 첩약보험 시범사업을 실시하려 했으나 한의협이 내부 문제로 사업에 불참, 시범사업 폐기를 요청한 것. 2012년과 현재 두 경우 모두 한의협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현재는 제주도, 광주시한의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위원회 및 시도지부 보험이사를 시작으로 경북, 대구, 전북, 대전, 전남, 충남, 인천, 경남지부 등은 강력하게 첩약보험 시범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한의협회장은 제제분업 전면중단을 선언하면서 첩약 보험화에 집중하겠다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또 반대하는 회원들에게 △15만원 이상의 관행수가 보전 △원내탕전 중심 △의약분업 불가 등 3가지 약속이 반영된 첩약 건보 시범사업의 최종안을 내걸어 검토 후 판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첩약 급여화를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김은주 한약정책이사는 "첩약의 안전성·유효성 확보가 환자에게 투약되는 약으로서 최소한의 가치를 가지는 것임에도 한의협의 ‘건강보험 급여가 되면 정부로부터 한약의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는 것’이라는 발상은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편법을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도 “한의협은 첩약의 건강보험을 주장하면서 한약재에 대한 원가 공개, 적정 행위료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고 그러한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며 "특히, 첩약 처방 용량 등의 내역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하니 이는 건강보험 체계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좌 부회장은 첩약이 현대적 시험을 통한 유효성·안전성 검사가 입증되지 않은 점, 첩약을 만드는 원외탕전실에 대한 인증 부재를 문제로 제기하며, 의약품 품목 허가 및 제조소 인가 의무화와 KGMP 적용을 통한 생산과 사후 관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기자회견을 통해 좀 더 강력하게 규탄했다. 시범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할 경우 전국의사총파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사업 추진 규탄 기자회견’에서 의협은 “강원의사회도 강원도 원격의료사업 실시를 모르고 있었다. 정작 진료를 할 의사의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면서 원격의료에 대해 절대 반대 의사를 내비췄다.
의협에 따르면 원격의료 시행지역으로 예고된 원주, 춘천을 포함한 강원도 내 의사단체에는 어떠한 정부의 협조 요청 받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강력하게 막기 위해 시범사업 구역 관계부처에게 반대의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멈추지 않는다면 전국의사대표자대회 등을 통해 제 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쟁에도 정부는 지속적으로 첩약 급여화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대회의실에서 ‘제2차 한약 급여화 실무협의체-첩약 분과’ 회의를 열었다.
이날 복지부는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약사회 등 첩약보험 유관단체와 시민단체와 함께 질병 진단 행위와 첩약 조제 행위, 첩약 비용에 관해 논의한 바 있다. 정부와 한의협은 추진방안에 대해 긍적적 논의가 이뤄졌지만 약사회는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보였다.
첩약 급여화에 대한 정부와 각 계의 협의가 엇갈리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