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글꼴의 역사적 변천
1. 명조체(明朝體)란 말
“할아버지, 명조란 말의 뜻은 무어예요?”
“사전을 찾아보렴.”
“사전에 너무 많이 나와서 헷갈려요. 이걸 보세요. 일곱 가지나 돼요.”
“어디 읽어보아라.”
①명조1(名祖)=명조상.
②명조2(明條)=어떤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명문(明文).
③명조3(明朝)=내일 아침. ≒명단(明旦).
④명조4(明朝)=①[역사} 중국 명나라의 조정. ②[출판]=명조체.
⑤명조5(明詔)=명철한 조서(詔書).
⑥명조6(冥助)=모르는 사이에 입는 신불(神佛)의 도움.
⑦명조7(冥曹)=저승.
“네가 찾는 낱말의 뜻이 이 일곱에 없느냐?”
“④번의 ② '출판' 같은데요, 왜 아리송하냐 하면, 우리나라 한글 명조체가 왜 ‘명나라 조정’의 체냐 이거지요.”
“서양 글자는 파피루스에 새의 깃털 펜으로 글을 썼는데, 동양에서는 일찍이 종이를 발명하여 털붓으로 글을 써왔단다. 그러다가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활자를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명나라 시대에 중국에서 만든 한자체가 '명조체'란다. 현재의 명조체는 일본 명치(明治) 중엽에 요꼬하마(橫濱)에 있는 쯔쿠지활판제작소(築地活版製作所)에서 만든 체란다. 명치시대에 만든 체니까 일본사람들은 그대로 '명조체'(明朝體)라 썼는데 이게 우리나라에서도 관행으로 통하는 것이란다.”
2. 우리나라 글꼴 역사
“할아버지,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이 만드신 한글이 있는데, 한글의 활자체 역사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가르쳐주세요.”
“크게 세 시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①우리의 전통구조(놋, 무쇠) 활자와 나무활자를 사용하던 옛활자체 시대(1443~1863), 즉 훈민정음이 창제된 해부터 철종(哲宗) 말년까지.
②근대식 활판술과 납 활자를 도입하여 사용했던 새활자체 시대(1864~1949), 즉 근대를 맞는 고종 원년에서 한국동란 직전까지.
③원도(原?) 설계에 의해 조각활자와 사진식자 및 사진활자를 제작하여 사용하는 원도활자체 시대(1950~현재), 즉 한국동란 때부터 현재까지.
- 옛활자체 시대
먼저, 옛활자체 시대. 몇 기간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는데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무슨 체라는 말은, 가장 최초로 쓰인 한글 글자체 문서에 따라 이름을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①훈민정음이 창제된 세종 25년(1443년)에서 세종 말년(1450년)까지의 초기 8년간의, [정음체,동국체,석보체,월인체,용비체] 등이 있다.
②문종 원년(1451년)에서 세조 6년(1460년)까지의 10년 간, 이 기간중 대표적인 한글활자체는 [홍무체,강희안체] 등이 있다.
③세조 7년(1461년)에서 연산군 말년(1505년)까지의 45년 간, 이 기간중 대표적인 한글 활자체는 [정난종체,인경체] 등이 있다.
④중종 원년(1506년)에서 선조 24년(1591년) 임진왜란 전해까지의 86년 간, 이 기간 중 대표적인 한글 활자체는, [소학언해(小學諺解)체,사서언해(四書諺解)체] 등이다.
⑤임진왜란이 일어나던 선조 25년(1592년)에서 효종 말년(1659년)까지의 68년간에는 [훈련도감체]가 있다. 이건 좀 설명이 필요한데, 조선 전기에 발달했던 인쇄시설이 임진왜란으로 파괴되거나 소실, 혹은 약탈되었기 때문에, 조정에서는 훈련도감(訓練都監)의 인력과 물력을 이용하여 [나무활자]를 만들어 서책을 찍어내었는데, 주로 임난 전의 인쇄본들을 본떠서 활자를 새겼단다. 숙종 18년(1692년)에는 인조(仁組)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년)의 글씨를 자본(字本)으로 한글 및 한자 무쇠활자를 주조하여 썼는데 이때의 한글 활자체가 [원종체]이다.
⑥영조 원년(1725년)에서 정조 말년(1800년)까지의 76년간, 이 시기는 문예 부흥정책에 따라 역대의 인쇄정책이 계승, 발전되어 활자 인쇄문화가 크게 발달되었다. 특히 이 시기의 말엽에는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는 한글 활자체의 정형(定型)이 이루어진 점을 중시하여 이 시기를 '정형기'로 부르기도 한다.
⑦순조 원년(1801년)에서 철종 말년(1863년)까지의 63년간은 옛활자 시대의 마지막 기간으로 이를 [옛활자 말기]로 부른다. 이 시기의 대표적 한글 활자체로는 [장혼의 한글 나무활자체]가 있고, 1816년(순조16년) 박종경(朴宗慶)이 청(淸) 나라의 인쇄전용 활자체를 자본으로 주조한 [박종경의 한글 놋쇠활자체]가 있다.
- 새활자체 시대
①새활자체 시대는 고종 원년(1864년)에서 1945년까지 81년간이다. 최초의 새활자는 1880년(고종17년) 최지혁(崔智爀)의 글자를 자본으로 프랑스인 천주교 주교 리델(Ridel)의 영도아래 일본 요꼬하마에서 처음으로 주조해 왔다. 이 [최지혁체]는 1880년 일본 요꼬하마에서 간행된 [한불자전]에 최초로 사용되었다.
②1882년에는 존 로스(J. Ross)와 매킨타이어(J. MacIntyre)가 서상륜과 이응찬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순한글판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이 만주에서 나무활자로 간행된 후, 1883년에는 [마태복음], [마가복음]을, 그리고 1887년에는 최초의 순한글판 신약전서인 [예수셩교젼서]가 만주 봉천에서 간행되었다. 이들의 간행에 사용된 [예수셩교젼서의 새활자체](줄여서 [셩서체])는 4호 크기이며 활자체의 설계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③1883년 고종의 명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인쇄소인 박문국(博文局)이 신설되고 일본 쯔쿠지활판제작소의 수동식 활판기계와 명조체(明朝體) 호수(號數) 활자가 수입되어 인쇄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이렇게 수입된 한자 4호 활자로 순한자의 [한성순보(漢城旬報)]가 그 해에 발행되었다. 이 때에 사용된 활자체는 [한성체]인데, 1886년에 배재학당 인쇄부가 개설되면서 한성체는 성경 찬송가는 물론 [사민필지], [?도행젼주석], [텬로력졍] 등 각종 그리스도교의 출판물과, 국민계몽을 위한 간행물, 그리고 각종 교과서,신문,잡지 등의 본문활자체로 대단히 폭넓게 사용되었다. 한성체 역시 일본 쯔쿠지활판제작소에서 주조되었다. 이 한성체는 신구약 성경 본문으로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새활자 시대의 마지막 옛활자’인 셈이다.“
3. 인터넷 시대의 글꼴
“이걸 보아라.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이다.”
ㅡ 1988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폰트(font)'라는 말만을 사용했다. 이 말이 '자형'으로 바뀐 본격적인 시기는 마이크로소프트 잡지 1989년 1월호에 이찬진씨가 '글자 모양에 관한 글'을 연재하면서부터다. 다시 1년이 지난 1990년 4월호에 실린 최은혁씨의 글을 보면 '폰트를 순수한 우리말로 한다면 <글꼴>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면서 글꼴이라는 낱말을 쓰기를 권한다. 최은혁씨는 1990년 6월호 특집 ‘한글! 어찌 우리 잊으랴’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한글글꼴, 조합형글꼴, 완성형글꼴, 글꼴변환기 등과 같은 말을 넓게 사용했고, 한글중심의 <멋벼락쪽>의 보급운동과 언론매체의 특성을 타고 이 말은 곧 전국적으로 퍼져 사용되기 시작했다.
1993년 초에는 문화부에서 인쇄용어를 한글말로 바꾸면서 글꼴이름들도 함께 한글이름으로 바꾸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쓰던 '명조체'와 '고딕체'가 '바탕꼴'과 '돋움꼴'로 바뀐 것이 이때다. 각계의 심의를 거쳐 국어심의회 국어순화분과위원회에서 최종심의, 확정한 것인데, 명조체⇒바탕체, 고딕체=돋움체, 세=가는, 태=굵은, 중=중간, 환=굴림 등으로 바뀌었고, 그 외 많은 낱말들이 한글말로 바뀌었다.
출처 : 오소운의 블로그
첫댓글 아이쿠나.... 난 아직도 이런 생각들은 못하고 살았는데....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