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하는 직장 얘기는 어제 한 경험담 만큼 스펙타클 하진 않긔.
재미없어도 어제의 정을 생각해서 봐주시긩ㅋㅋㅋ
이회사는 제가 20살시절 바야흐로 약 14년전의 이야기긔.
백수였던 저는 친구가 다니던 회사를 이어받아서 다니게되긔.
친구가 엄마일을 도와드리게 되서 관둬야 하는데 후임자를 못구해서 제가 들어가게된거긔.
후임자를 못구한 이유는 월급도 적고(월65만원) 하는일도 너무 없고..그냥 시간 죽이는 회사라서 였긔.
친구한테는 나 어차피 백수고 노느니 염불한다~ 너를 구원해주마~ 했지만
사실 저는 모태 월급루팡이긔. 그런 직장을 좋아하긔ㅋㅋ
사장님과 저뿐인 건설회사였는데 전자입찰을 통해서 입찰을 따내면 사장님이 그걸 큰 회사에 돈 받고 파는 그런 시스템이었긔. 사무실은 크지만 허름한 건물 2층 이었긔. 각층마다 사무실이 5~6개씩은 되는거 같은데 앞집 말고 다른 세입자들은 본적이 없긔
사장형은 그 당시 할아버지셨고, 저를 손녀처럼 생각해주셨긔.
아들이 화장품회사에 다닌다면서 어머니 드리라고 화장품세트도 주셨었긔.
브랜드는 생각 안나는데 영어로 STEP 이라고 써있었긔.
가끔 점심때는 걸어서 10분정도 걸리는 본인집에 데려가셔서 같이 점심도 먹고 그랬는데
집에서 점심 먹는날은 노인이지만..혹시 몰라서 집에 사모님이 계시는지 항상 물어보고 따라갔었긔.
어릴때부터 생각한게 남자들은 나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허튼짓을 할수있다고 생각했긔.
반찬은 늘 채소파티였긔...
그리고 밥먹으러 갈때마다 사모님께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긔.
사장님이 10분이상 졸고 계시면 얼른 깨우라고. 심장이 나빠서 멈춘걸수도 있다고.
실제로 한두번 너무 깊게 잠이 드셔서 깨워도 못 일어나시길래.
심장 멈춰서 돌아가신줄알고 저 눈물까지 흘리면서 119에 전화 한적도 있긔. 하지만 그분은..단지 깊은 잠에 드신거였긔.
진짜 십년감수했긔
사무실 문을 열면 바로 앞 사무실이었는데, 사장형이 혼자 사무실에 있을때는 꼭 문을 잠그고 있으라고 했었긔.
앞집이 깡패사무실이라고예.
그들이 깡팬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좋았긔. 그들은 중국집에서 거의 매일 음식을 시켜먹었는데
문앞에 그릇을 내놓으면서 쿠폰도 그냥 버렸고, 전 늘 그걸 주서와서 탕수육 소짜를 먹을수 있는날을 기다렸긔.
그날도 앞집 사람들이 밥을 먹고 나가는 소리를 확인하고 빈그릇에서 쿠폰을 챙기는데
갑자기 앞집문이 열렸긔. 그들은 나가지 않았던거긔...
쿠폰을 줍는 저를 봄과 동시에 그들이 말을 쏟아냈긔.
요즘도 거지있냐? 왜 밥그릇을 뒤지고 지랄이냐. 거지같지는 않아보인다. 좀 이상한애 아니냐...등등
시간이 길어지면 오해가 커질까봐.
얼른. 저는 앞집에 근무하는 이소드인데요.(지금 생각하면 이름은 왜 얘기했는지 모르겠긔ㅜㅜ)
거지는 아니고 쿠폰 주워간거에요. 어차피 버리는거같아서요. 이제 안주서갈게요. 라고 엄청 빨리 말하고
사무실로 들어왔긔. 그날 퇴근할때까지 긴장하고 있다가 6시땡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건물을 빠져나왔긔.
혹시 마주치면 그동안 모은 쿠폰 달라고 할까봐예..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날 점심시간에 누가 문을 두들겨서 나가보니 앞집이었긔.
아..올것이 왔구나.. 몇장만 더 모으면 탕수육이었는데 이제 다 끝났구나. 생각했긔. 허탈했긔.
근데 앞집 사람은 쿠폰을 다시 뺏으러 온게 아니라 음식 시켰으니까 같이 먹자는 거였긔.
아마 저를 엄청 가난하게 본거같긔.
일단 한번은 거절을 했긔. 2번째 물어봤을때 어쩔수없다는 표정으로 같이 먹었긔.
사무실을 보니 남자들만 6명이 있길래 제가 수작부리면 곤란하니까 각자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문간에서 먹겠다고 했긔.
그들은 절 비웃으면 그런일 없으니까 먼지날리니까 문을 닫자고 했지만
제가 서로 불쾌한 상황이 생기는거보단 사전에 방지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하며 문을 열고 먹었긔.
그날부터 앞집과 저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점심을 같이 먹는 사이가 됐긔.
문은 늘 열어놓고 먹었긔.
그리고 혼자 짜장면 시켜먹을때 쿠폰 3장씩 받을수있게 중국집에 전화해 미리 얘기해놔줬었긔.
그 쿠폰으로 나중에 친구 불러서 깐풍기 먹었긔ㅋㅋㅋ
사무용품도 좋은게 많아서 종종 갖다썼고. 저희 사무실에 팩스랑 복사기가 없어서 쓸려면
돈내고 관리사무실에가거나 근청 문방구를 가야했었는데
앞집형들이 아무때나 써도 된다고 사무실 열쇠까지 줘서 편하게 사무기기들을 이용했고,
라꾸라꾸같은것도 있어서 누웠다 나오고 그랬긔ㅎㅎ
맨날 얻어먹기만 하는거 같아서 팩스랑 복사기 쓸때마다 형들 책상청소도 해주고 그랬긔.
토요일에 소주마실때는 옆에서 족발 먹으면서 꽁으로 먹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그랬긔. 중학교때 장기자랑 나가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제 비장의 무기..
뿌요뿌요를 쌩라이브로 댄스와 곁들여서 그들에게 선보였긔..후후후...
앞집형들은 정말 즐거워했고, 집에 가져갈 치킨을 포장주문해서 퇴근길에 들고가게 해줬었긔..
그들은 사채업이랑 오락실을 한다고 했었긔.
오락실에서 일하면 월급말고 일비라고 하루에 2만원씩 현금으로 준다고 생각있음 취직시켜 준다고 했었고,
너 사는집은 있냐? 하면서 급전 필요하면 이자 안받고 돈도 빌려준다고 했었긔.
인신매매나 사람도 죽이냐고 하니까 그런건 안한다고 했지만..그때 막내형 동공 지진났었긔.
그래서 더이상 묻지 않았긔. 그냥 닥치고 짜장면 먹었긔.
간간히 자기한테 시집오면 사모님소리 들으면서 살수있다며 들이댔는데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혹시나..(의심병) 틈을 보이면 안되겠다싶어서 겁을 주려고
평생 누워서 살고 싶냐. 한번만 더 개수작 부리면 영원히 남이 떠주는 밥을 먹게해주겠다는 드립을 쳤었긬ㅋㅋㅋ
또, 수틀리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도 서슴치않고 했었긔.
아..지금 생각해보면 앞집형들 얼마나 제가 우스웠겠냐긔..
그렇게 몇개월동안 친분을 쌓았는데 2주정도 못보다가 오랜만에 같이 점심을 시켜먹었긔.
그날은 파격적으로 삼계탕을 시켜줬긔. 열심히 고기 뜯고 있는데 앞집형들중에 젤 맏형이
소드야. 여기 사무용품중에 갖고 싶은거 다 챙겨가라. 하는거긔. 사무실 정리하면서 새거로 다 바꾼다고요.
전 신나서 화일이랑 계산기, 종이컵,커피믹스등을 챙겼긔.
그러면서 저한테 탕수육 말고 뭐가 젤 맛있냐고 해서 갈비 좋아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랑 갈비사먹으라고 10만원을 줬긔. 저는 돈은 안받는다는 제 철칙때문에 거절했더니
그럼 시켜먹는 중국집에 10만원 맡길테니까 짜장면이랑 탕수육 시켜 먹으라고 했고
그 자리에서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시켜줬긔. 전 10만원은 너무 많으니 5만원어치만 먹겠다고 했긔.
그러고나서 며칠을 못봤는데
어느날 관리사무실 언니가 불러서 가보니 경찰이 있었고 자세한 얘기는 안해줬는데 저한테 그들이 늘상 오는 시간과 동선을 물어봤긔. 출퇴근 시간은 모르고 점심시간엔 늘 있었다고 얘기했긔.
혹시 앞집에 인기척이 나면 연락달라고 명함도 주고 갔긔. 경찰이 돌아간 다음에 관리사무실 언니가 말해줬는데
아무래도 큰 사고 친거 같다고 그래서 도망갔다고 근데 도망가는 와중에 임차료는 다 내고 갔다고 했었긔.
그 집은 월세가 비싼대신 보증금이 없었긔.
그러고 나서 앞집형들은 한번도 본적이 없긔.
그로부터 한달쯤 후에 저도 관뒀는데 관두는 날까지 그 중국집에서 볶음밥,짜장면 등등 식사류는 거의 다 먹은거 같긔.
사람의 양면성이라고 해야하나..
분명 나쁜놈들인데 저한테는 잘해줬기때문에 그들에 대해 뭐라 생각해야할지 모르겠긔.
아..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할지..모르겠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