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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오래된 관공서, 음식점 혹은 지하철 역사 내에서나 볼 수 있는 커피 자판기, 기사만 났다 하면 위생 상태가 최악 중의 최악이라며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들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커피 시장은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피 자판기에 대한 관심은 0에 수렴할 만큼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에게 잊힌 그 자판기를 2020년식으로 완벽하게 바꿔서 깨끗하고, 맛있고, 저렴한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경희대생이 있습니다. 그는 심지어 커피 자판기로 500억 원 이상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하기까지 하는데요. 스타벅스도 넘볼 수 없는 시장을 만들려는 플랜즈커피의 대표 최준혁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본 인터뷰에는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테크업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술 기반 전문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가 동석했습니다. 플랜즈커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를 유치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플랜즈커피 최준혁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준혁 안녕하세요, 무인 커피 자판기 플랜즈커피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최준혁입니다. 저희의 테이크아웃 머신 베타는 무인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기기입니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대부분 음료를 만들 수 있죠.
중희 저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플랜즈커피에 투자한 투자사 퓨처플레이의 대표 류중희입니다.
(왼쪽부터)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와 플랜즈커피 최준혁 대표
Q.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플랜즈커피가 테크업플러스라는 부동산 자산 운용과 관련된 투자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커피와 부동산 가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중희 보통 우리는 커피를 단순히 음료로 보지만, 사실 커피는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건물 가치가 올라가고요.
문제는 요즘 건물들이 몇십 층씩 되어서 무척 높다는 겁니다. 그런 건물의 삼십몇 층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아마 커피 한 잔 마시려고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야 하나 싶을 겁니다. 1층까지 내려갈 만큼 스타벅스 커피 맛이 최고인지 물어보면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을 거고요.
그런데 스타벅스보다 맛있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정말 훌륭한 바리스타들의 커피를 사무실에서 1분만 걸어 나가 회사 사람들과 같이 마실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스타벅스만 한 크기의 탕비실을 제공하는 것보다 공간 효율도 좋고, 그만큼 사무실의 가치도 올라갈 겁니다.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이지스자산운용 측에서 또 하나 열광하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플랜즈커피는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되게 작은 공간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건물에 스타벅스를 넣을지 말지를 정하는 의사결정은 하기 어렵죠. 큰 평수를 차지하니까요.
반면, 남는 공간에 플랜즈커피를 넣는 건 쉽게 해볼 수 있어요. 그로써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는지, 사무실의 가치가 올라가는지를 실험할 수 있죠. 그래서 제 생각에 플랜즈커피는 건물을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솔루션 아닐까 싶습니다.
Q. 준혁 님은 플랜즈커피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준혁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창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가격과 퀄리티로, 이 공간에서, 이 상품이 팔리는지 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냉장고를 넣고, 스티커를 붙인 깡통 기기 '알파'를 학교에 설치했어요.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실행 가능 제품)였던 거죠.
근데 정말 잘됐어요. 설치한 층 바로 위에 카페가 있었는데도 저희 기기의 커피를 마시러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시험 기간에는 100잔 이상 판매됐던 거로 기억해요.
중희 기계가 인간을 이긴 셈이네요. 저는 이 회사를 처음 봤을 때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카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대화할 공간을 제공해 주는 대신 아주 넓은 커피 바를 보유해야 하잖아요. 천문학적으로 비싼 기계도 있어야 하고요. 플랜즈커피는 그런 커피 공간을 값싸게 만들 수 있어 공간 사업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플랜즈커피 최준혁 대표 인터뷰
Q. 투자 유치를 했지만, 기계 배치, 업체 경쟁 등 사업 특성상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준혁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어려웠습니다. 저희 팀은 커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까지, 많은 것을 알아야 했는데요.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사업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지식에 대한 갈망이 컸어요.
코로나19도 큰 변수였습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카페 고립 지역인 대학교 위주로 초기 시장을 잡았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교 문이 닫히면서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어요.
두 번째로 발견한 시장은 사무실이었습니다. 사무실도 주변에 상권은 많이 형성되어 있지만, 카페를 기준으로 보면 고립 지역이라고 봤거든요. 또, 회사원들은 자기가 일하는 곳을 벗어나기 쉽지 않고요. 그 간극에서 생겨나는 커피 수요는 대체재로 충족되죠.
관건은 그 회사원들의 수요를 플랜즈커피가 얼마나 잘 충족시키느냐일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 저희는 R&D(연구개발)에 더 집중하고, 더 좋은 메뉴를 찾기 위해 신경 쓰고 있습니다.
플랜즈커피가 사용하는 케그 용기의 예시
Q. 그렇다면 플랜즈커피의 커피는 다른 커피 머신이나 카누 같은 인스턴트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요?
준혁 플랜즈커피의 모든 음료는 기존의 커피 머신이나 커피 자동판매기의 문제점을 고려해서 액상으로 나옵니다. 그 액상은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에게 직접 받은 것이고요.
왜 그렇게 하냐면,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 커피 머신에서 나오는 커피의 퀄리티 차이가 크게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커피 머신은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두를 그라인딩하고 추출하는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그 과정을 전자동 기기에 맡겨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잘해야 하는 일은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자’, ‘뛰어난 바리스타들의 커피를 액상으로 받은 그대로 고객에게 전해주자’라는 개념으로 기기를 만들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병에 아무렇게 담으면 위생적이지 않은 데다 커피가 금방 변질되기 때문에 생맥주를 담을 때 사용하는 케그(KEG) 용기를 사용해서 원액을 담고 있습니다.
전부 콜드 체인으로 유통해서 3개월 동안 맛과 향이 전혀 변질되지 않은 상태로 전문가의 커피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기도 해요. 혹시나 오해하실까 봐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희가 콜드 체인으로 유통하는 커피 원액은 카페에서 내린 커피를 그대로 받아서 담은 것이 아니에요. 위생은 철저히 지켜야 하니까요.
대신 전문 추출 업체를 통해 맛있는 원두로 유명해진 카페들의 원두를 추출하고 병입하고 있어요. 그래서 플랜즈커피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로스터리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랜즈커피의 테이크아웃 커피머신 '베타'
Q. 커피 시장이 한국은 엄청나게 크잖아요. 플랜즈커피를 통해 어느 정도의 시장 크기를 생각하고 계시는가요?
준혁 국내 커피 시장이 8~10조 원 규모가 될 정도로 시장이 크죠. 그중에서 저희가 보는 시장은 저가형 커피 시장입니다. 지금 저가형 커피 시장은 1~2조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요. 또 그 안에서 저희는 500억 원 이상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중에 무인 매장이나 점포 형태로 거리 진출을 하게 되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요를 차지할 거라고 봐요. 가능하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 저희 꿈입니다.
(왼쪽부터)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와 플랜즈커피 최준혁 대표
Q. 중희 님은 투자자로서 플랜즈커피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중희 저는 이 비즈니스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게, 플랜즈커피를 소매 관점에서 보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그림에 가깝죠. 그런데 소상공인인 바리스타 입장에서 보면 매장에 손님이 안 와도 내가 정성스럽게 커피를 만들어서 팔 수 있는 창구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 점을 미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플랜즈커피는 상징적인 회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의 사회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기계로 대치되고,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은 확장되는 쪽으로 진화할 거라고 믿으니까요.
Q. 10년 뒤에 우리가 커피를 향유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준혁 저는 지금 커피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방식이 사실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누군가 새롭게 나타나서 커피 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10년 후에도 그냥 그대로일 것 같고요. 그 와중에 변화를 시도하는 게 플랜즈커피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같은 회사가 잘된다면 미래에는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은 주로 카페를 이용할 것이고, 커피만 필요한 사람들은 베타 같은 머신을 통해서 커피를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요?
플랜즈커피의 테이크아웃 커피머신 '베타'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중희 준혁 대표님 꿈 중 하나가 블루보틀과 제휴하는 거라고 알고 있어요. 블루보틀이 팬은 많은데, 매장이 너무 적잖아요. 만약 플랜즈커피가 블루보틀과 제휴를 한다면 우리 사무실에도 블루보틀이 있을 수 있는 거죠.
준혁 네, 그런 꿈도 있고요. 저희는 지금까지 열심히 R&D를 했고, 올해는 시장에 진출하려고 해요. 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약 5년 동안 충분한 확장을 거쳐서 플랜즈커피가 비어 있는 모든 공간에 들어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6월 공개된 <커피 자판기로 500억을 벌겠다는 경희대생의 논리>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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