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3일째) 목요일
고산증이 약하게 오는 것인지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창밖엔 번개 불이 번쩍 거리고 억수처럼 퍼붓는 비 소리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결국 새벽 다섯시 좀 넘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룸메이트인 지영샘은 나보다 더 잠을 못 주무신다.
그런데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활기차게 다니시는걸 보면 타고 난 여행체질인가보다.
아침에 로비에 나가보니 어젯밤 늦게 도착한 이숙님이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우리 일행은 부둥켜안고 인사를 했다.
지난 여름 몽골 러시아 여행 때 만난 분으로 지난 가을엔 우리 일행 다섯명이 이숙님 전주집에서 하루 자고 함께 지내며 놀다 온 소중하고 고마운 인연이다.
오늘은 비타하이로 가기로 했다.
3년 전 윈난여행 때 가장 평화로운 기분에 빠졌던 곳.
비타하이는 입장료가 무려 258위안이나 되는데 너무도 넓어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총 네 군데의 트래킹 코스가 있는데 그중 첫 코스와 네 번째 코스가 제일 아름답기에 그 두 코스를 트래킹하기로 했다.
열시 십분 쯤 트래킹을 시작했는데 빵차 기사와 네 시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첫 코스는 속도해.
드넓은 호수와 원시적인 숲을 광활한 늪지대가 이어주고 있는데 온통 꽃으로 뒤 덮여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소들이 평화롭게 꽃을 따먹고 있었는데 위압적이지 않는 경치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자작나무와 가문비나무 숲 사이로 작은 실개천이 흘러 호수로 흘러들어 가는데, 일행 분들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에 감탄을 하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이 되는 곳이 이곳이다.
점심으로 준비한 과일과 커피 등으로 소풍 온 기분을 즐겼다.
첫번째 코스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해서 버스를 타러 가보니 줄이 엄청 길다.
삼년 전 왔을 때와 비슷한 시기에 왔음에도 사람이 서너 배는 더 늘어난 것 같은데, 비타하이가 이제 많이 알려져서인지, 아님 중국에 부자가 더 많이 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입장료가 중국 근로자 월급의 4분의 1 수준인데도 가족단위로 온 사람이 많을 걸 보니 중국 부자들이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 엄청 난 줄에도 불구하고 셔틀 버스가 많다보니 생각보다 빨리 버스를 타고 비타하이로 갈 수 있었다.
비타하이(벽탑해)는 속도해에 비해 거대한 호수와 늪과 꽃밭을 자랑하는데 나 뿐 아니라 일행들은 속도해의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풍경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러나 광활한 대륙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들에게는 비타하이의 호쾌한 풍경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바다가 없는 티벳은 드넓은 호수를 비타하이(碧塔海), 나파하이(納巾海)라 부르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비타하이는 해발 3천 5백 미터가 넘는 곳이라 오전만 해도 숨이 차서 걷는 게 힘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고도에 적응이 되어 어느 순간 나의 속도로 걸어보기로 했다.
트래킹 시작할 때만 해도 바람막이 점퍼에 경량 거위털 점퍼까지 입었다가 끝엔 얇은 등산 티셔츠만 입고 걷게 되었는데 땀을 흘리고 나니 컨디션이 좋아져서 힘이 넘치는 기분이다.
또한 비가 간간히 뿌리기도 했지만 구름 낀 날씨라 지치지 않고 장시간을 걸을 수 있었다.
비타하이 마지막 풍경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딱 어울릴 멋진 풍경이라 좀 더 있고 싶었지만 빵차 기사님과 만난 시각이 가까워져 아쉽게 멋진 풍경을 뒤로 한 채 버스를 타러 갔다.
약속한 것 보다 십분 늦게 주차장에 가니 풍채 좋은 기사님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두 사람 사이의 바디 랭귀지다.
기사님이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임.(네명 와야 하는데 왜 너 혼자냐?)
열심히 걷는 동작과 헥헥.(늦지 않으려고 열심히 걸었고 일행들도 헥헥 거리며 오고 있어요.)
저 멀리 일행들이 걸어오는 걸 확인 한 기사님의 얼굴에 그제야 웃음꽃이 핀다.
샹그릴라 고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본 나파하이의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은 햇살이 쨍쨍한데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 있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성에 가니 내가 그렇게 맛있게 마셨던 사방가에 있던 수유차 가게는 사라지고 없어 무척이나 서운했다.
샹그릴라 고성은 재건을 한다고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고성 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원에도 갈 생각이었으나 고산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비송님과 미경샘 때문에 포기하고 분위기 좋은 2층 카페에 가서 수유차를 마셨다.
< 3년 전 샹그릴라 고성(왼쪽) 현재의 고성(오른쪽)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날 수유차는 내가 샀는데, 여행 와서 일행들에게 뭔가를 베풀 때의 기쁨을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때문이다.
고산증의 고통을 따뜻한 수유차를 마시고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고성 구경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비송님은 두통, 미경샘은 두통을 동반한 구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미경샘의 심한 증세가 심해 침대에 드러누워 저녁을 굶기로 하여 우리끼리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부산에서 오신 정선생님이 깻잎, 콩잎, 부추김치를 가져오셔서 나는 밥을 두 그릇 이나 먹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과를 사러 뛰어 갔는데 숨이 차지 않은 걸 보니 내 몸은 3년 전처럼 고산에 잘 적응하는 듯하다.혹시 몰라 집 근처 병원에서 처방해서 가져 온 비아그라를 미경샘에게 드렸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길 간절히 빌었다.
왜냐하면 고산증이 심할 경우 내일 메리설산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무거운 밤이다.
첫댓글 실제풍경보다 그림이휠씬 좋네요.
우리는 샹그릴라의 숙소에 밤 12시에 도착했지요. 케이씨는 맛있는 송이를 먹기좋게 썰어놓고 기다려줬고요 ㅎㅎ 이번 여행이 특히 더 좋았던 점은 아름다운 사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는 것, 재란씨, 지영씨 고마워요!
집에서 밤 12시에 나와 이숙님, 창선님과 샹그릴라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었죠.
꼬박 하루걸려 피곤하게 도착했지만 케이씨의 송이로 피로감을 날려 버릴 수가 있었네요.
비타하이의 사진이 예술이네요. 바탕화면으로 방금 바꾸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