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세단+쿠페+SUV 소형 SUV 시장 ‘창조적 파괴’ 경차 캐스퍼 풀옵션보다 저렴
갓성비로 무장한 트랙스 크로스오버 “목숨 걸었구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처음 봤을 때, 가격이 공개됐을 때, 시승했을 때 놀랐다. 3번 놀란 이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뛰어넘는 갓성비(god+가성비) 때문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10월 단종된 트랙스의 후속모델에 해당하지만 성향은 완전히 다르다. 쿠페형 SUV 스타일을 추구한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다. 차명에 크로스오버를 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세단, 쿠페, SUV의 장점을 모두 추구했다. 세단·SUV 구매자 모두를 공략하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기존 트랙스의 정신을 계승했지만 ‘틀’은 파괴했다. 기존 트랙스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조적 파괴’에 나선 셈이다.
소형 SUV 시장 개척자인 트랙스 [사진출처=쉐보레] 이유가 있다. 기존 트랙스는 국내 소형 SUV 시장규모를 1만대에서 20만대로 커지게 만든 개척자다. 씨를 뿌렸지만 과실을 챙기지 못했다. 트랙스가 지난 2013년 첫선을 보인 뒤 르노코리아(르노삼성) QM3, KG 모빌리티(쌍용차) 티볼리, 르노코리아 XM3,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스토닉·셀토스 등이 잇달아 출시됐다. 소형 SUV는 트랙스 출시 이후 생애첫차 구매자를 겨냥한 높은 가성비, 차종 다양화에 SUV 대세까지 가세하면서 매년 급증했다. 소형 SUV 시장규모는 2013년까지는 연간 1만대 수준에서 2016년에는 10만대, 2020년에는 20만대를 돌파했다. 트랙스는 소형 SUV 시장을 개척했지만 막강한 경쟁차종 출현으로 전성기를 누리지 못한 채 단종됐다. 소형 SUV 패권 차지 위해 하극상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원조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면서 소형 SUV 춘추전국 시대의 패권도 차지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 모델이다. 이를 위해 ‘하극상’까지 저질렀다. 소형과 준중형 사이에 있는 트레일 블레이저와 GM VSS-F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크기는 더 키웠다. 전장x전폭x전고는 4540x1825x1560mm다. 트레일 블레이저(4425x1810x1660mm)보다 길고 넓고 낮다. 셀토스(4390x1800x1600mm), 코나(4350x1825x1580mm)보다도 길고 낮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700mm다. 트레일 블레이저(2640mm), 셀토스(2630mm), 코나(2660mm)보다 길다. 제원만으로 보면 실내공간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바디 스트럭처는 GM의 최신 설계 프로세스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설계됐다. 다양한 주행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하중이 실리는 부분은 보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무게를 덜어내는 설계 방식이다. 이를 통해 탄생한 고강성 경량차체는 뛰어난 운동성능은 물론, 연비와 안정성, 내구성까지 다양한 부분을 만족시킨다고 쉐보레는 설명했다. 외모에서는 투박했던 트랙스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날렵하고 역동적이다. 기역(R)이나 낫처럼 생겨 공격적이면서도 세련된 분리형 헤드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단은 좁고 얇게, 하단은 넓고 통 크게 디자인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역동적이다. 측면에서는 전고후저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 앞에서 뒤로 갈수록 좁아진 유리창이 질주 본능을 시각적으로 알려준다. 가로 획이 긴 피자(P) 형태로 망치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리어램프도 세련되면서 역동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한국인 선호사양으로 가성비 높여
트랙스 크로스오버 인테리어는 쉐보레의 차세대 디자인 언어를 통해 운전자 중심으로 디자인됐다. 전면 디스플레이는 플로팅 타입으로 8인치 컬러 클러스터와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듀얼 스크린이 탑재됐다. 중앙 터치스크린은 운전자를 향해 약 9도 기울어졌다. 오토홀드, 운전석 3단 통풍시트, 뒷좌석 에어밴트, 파워 리프트게이트, LED 방향지시등 일체형 아웃사이드 미러, ECM 룸미러, 무선 휴대폰 충전 등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사양도 적용했다. 2열은 넉넉하다. 센터터널이 없어 공간 활용성이 좋아졌다. 레그룸 공간도 체급에 비해 여유가 있다. 성인 2명과 어린이 1명은 넉넉하게 탈 수 있다. 평균 체형의 성인 3명도 다소 좁긴 하지만 앉을 수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운전을 안전하게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양도 체급 이상이다. 6에어백과 힐스타트 어시스트 기능을 지원하는 스태빌트랙(StabiliTrak)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이 탑재됐다. 스탑 앤 고 기능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과 저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헤드업 LED 경고등(RLAD),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을 채택했다.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시스템, 차선 변경 및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도 적용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뒷좌석에 탑승한 아동을 두고 내리는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뒷좌석 승객 리마인더를 기본 트림부터 적용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앞좌석 도어 안쪽과 센터페시아 굴곡들은 앞좌석을 비좁게 만든다. 루프와 유리가 만나는 안쪽 마감재는 살짝 들떠 있는데다 마무리도 거칠고 보풀도 있다. 계기판 위에 있는 커버는 올드한 느낌도 준다. 배기량 1.2ℓ는 단지 숫자일 뿐
트랙스 크로스오버 RS [사진출처=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오프로더 스타일의 액티브, 강렬하고 스포티한 RS, 기본기에 충실한 LS·LT로 나온다. 시승차는 액티브 트림이다. 1.2ℓ 가솔린 터보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139마력, 최대토크는 22.4kg.m, 복합연비(18인치 기준)는 12.3km/ℓ다.경쟁차종인 코나와 셀토스는 2.0ℓ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최고출력이 149마력, 최대토크가 18.3kg.m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을 채택했다. 연비는 코나(17인치)가 13.6km/ℓ, 셀토스(16인치)가 12.9km/ℓ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가볍고 통통거리는 몸놀림을 보여준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한 편이다. 승차감과 정숙성은 무난한 편이다. 고속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을 발휘한다. 3기통 1.2ℓ 엔진이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쭉쭉 뽑아내는 질주성능이 배기량을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게 만들어버린다. 고속 차체 안정성도 기대 이상이다. 제원성능이 알려주듯이 2.0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능력을 발휘한다. 고속에서도 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을 잘 차단하는 편이다. “더 비쌀 필요없다”…착한 하극상 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 [사진출처=쉐보레] 하극상을 저지른 크기와 사양, 2.0ℓ 가솔린 엔진 뺨치는 성능을 갖췄지만 가격은 ‘혜자’다. 가격(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은 ▲LS 2052만원 ▲LT 2366만원 ▲액티브 2681만원 ▲RS 2739만원이다. 가장 저렴한 LS 트림은 미국보다 700만원 가량 싸게 판매된다. 경형 SUV인 현대차 캐스퍼 풀옵션(2057만원)보다 5만원 저렴하다. 올해 출시된 강력한 경쟁차종인 신형 코나 2.0 가솔린(2468만원)보다도 400만원 가량 싸다. 가장 비싼 RS 트림 풀옵션을 선택해도 2000만원대다.
신형 코나(왼쪽)과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출처=현대차,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코나, 셀토스, 티볼리, XM3 등과 경쟁한다.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소형 SUV 판매 1위는 셀토스다.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8.8% 증가한 4만2983대에 달했다. XM3 판매대수는 1만9571대로 전년보다 19.5% 늘었다. 티볼리는 31.5% 감소했지만 1만1343대로 존재감은 유지했다. 코나는 31.5% 줄어든 8370대 판매됐을 뿐이지만 완전변경된 신형이 올해 내왔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만족도)를 추구한 코나와 셀토스에 ‘갓성비’로 도전장을 던졌다. 타깃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생애 첫차 구매자인 20~30대와 세컨드카 구매자인 40~50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