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4 – 12. 7 갤러리41 (T.02-744-0341, 삼청로)
갤러리41 기획초대전-그곳을 향하여
신재환 박사학위 청구전
글 : 김윤섭(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 미술사 박사)
신재환 조각은 자연의 원성을 잇는 인생염원의 탑이다
신재환의 조각은 하나의 탑(塔)을 연상시킨다. 1미터 이내 작은 탑의 형상엔 적지 않은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인간이면 누구나 삶과 죽음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 여정엔 답이 없다. 세월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과정만이 존재한다. 인생은 어디로부터 나서 무엇을 위해 다시 어디로 가는가, 라는 원론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신재환의 조각은 바로 그 인생염원의 탑(塔)이다. 자연의 원성(原性)을 그대로 지닌 돌과 유리만을 주재료로 사용한 정념의 탑인 셈이다.
돌과 유리를 여러 층으로 이어붙인 작업방식으로 인해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 빛의 역할 때문이다. 같은 작품이라도 바라보는 시간과 놓인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감성을 전해준다. 불투명한 돌은 다양한 형질을 지닌 대리석이고, 투명한 유리 역시 여러 색소로 독립된 성격을 지녔다. 이 둘의 상반된 재료가 연출하는 의외의 대비감과 통일감이 어우러진 매력은 조각의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냈다.
“나의 작품이 가진 특징은 두 가지의 이질적인 유리와 돌을 조립하고 가공해 추상적 미감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작품에서 돌과 유리라는 재료의 물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강조된다. 기하학적 구조와 패턴에 바탕을 두고 있는 작품은 고도의 형식미를 탐구해온 신고전주의적 미감과 통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신재환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돌조각 작품을 선보여 왔다. 돌 작업은 게으름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즉흥성이나 우연한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투자한 시간만큼만 작품의 완성도를 얻을 수 있다. 신재환은 이러한 역경을 극복하고 20년 이상 돌을 소재로 한 수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돌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한국 현대미술 석조각계의 대가인 전뢰진 작가에게 6년 간 별도의 사사 기간을 거쳤다. 유리작업을 병행하기 위해서도 별도의 관련 전공의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만큼 기초에 충실했던 과정은 고스란히 완결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말해주고 있다.
가령 70cm 높이 크기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꼬박 두 달 이상의 공력을 들여야 한다. 같은 돌이라도 수 많은 시간의 관찰과 고찰을 통해야만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돌과 함께 유리라는 매체를 통해 ‘신재환의 정체성 찾기’를 실현한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밝고 어두운 돌의 원성에 특유의 투명함과 불투명함이 교차되는 유리 재질이 하나의 몸에서 이상적인 조화로움을 갖추기까지 각고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을 신 작가는 ‘인간의 이중성과 순수성의 변질이란 메시지를 작품에 담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작품제목을 대개 〈그곳을 향하여>라고 한 것은 작품에 대한 진정한 탈바꿈을 지향하는 작가적 발견을 위함이다. 돌과 유리는 서로 생명감 없이 차가운 느낌을 전하고 있지만, 작가 스스로 의도한 바에 따라 물질의 본성과 작용을 조형적 형태로 구축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했다. 또한 돌과 유리라는 두 재료의 개체적 결합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와 이미지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 ‘굳이 이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을 경계하고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돌과 유리는 시각적으로 너무나 다르지만, 형질적으로는 한 몸이다. 신재환은 이 둘의 조형적 결합을 흥미롭게 이끌어냈다. 20년 넘게 천착해온 돌조각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2017년 이후부터는 유리조형과의 난해한 합치를 선보여 각광을 받고 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온갖 실험과 도전을 거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냈다. 아마도 돌과 유리의 ‘인위적 부조화’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사례는 국내 처음일 것이다. 실제로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유리전문 갤러리의 호평과 작품소장이 이어진 점도 그 반향일 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얻고 싶은 최상의 결과는 ‘작가와 작품의 이상적인 조우’일 것이다. 이로써 보는 이도 작품을 통해 ‘작가 내면의 나’ 혹은 ‘진정한 작가적 자아’를 만나게 된다. 신재환 역시 인류 예술사에서 수만 년 이상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많이 사용해온 돌이란 작품소재를 선택했음에도 ‘뻔히 짐작할 수 있는 돌조각’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자신을 쉼 없이 단련해오고 있다. 그 결과 이질적인 재료가 지닌 물성의 대비효과, 투명과 불투명 형질성의 조우, 자연적이고 인공적인 색상의 교감 등이 합일된 작품을 완성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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