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에서 출발, 4년 만에 20개국에 수출
서린메디케어
경기도 성남 상대원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우림라이온스밸리 2차. 이곳에 미용의료기기업체인 서린메디케어가 있다. 창업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업체다. 이 회사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3억 원 수준이던 수출은 2년 만인 2015년 4배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2016년에는 상반기에만 벌써 작년 한 해 실적을 넘어섰다. 회사 브로슈어나 홈페이지는 영어 위주로 돼 있다. 생산제품을 대부분 수출하기 때문이다. 창업한 지 불과 4년이고 직원도 13여명에 불과하지만 벌써 20개국에 진출했다. 2013년 7월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 날. 경기도 성남공단 한복판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에 초등학생 둘이 들어섰다.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과 6학년 여학생이었다. 아빠를 도우러 온 것이었다. 이들의 아빠인 김병철 서린메디케어 사장은 ‘1인 회사’ 사장이었다. 말이 사장이지 근로자 겸 기술자였다. 그는 제품 배달을 위한 운전기사까지 ‘1인 10역’을 했다.
1인 회사로 시작… ‘1인 10역’에 가족까지 동원
아들과 딸이 공장으로 달려온 것은 일손이 모자라서였다. 아내는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채 일을 돕고 있었다. 아들은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딸은 포장을 했다. 납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람을 뽑을 돈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 이때가 창업한 지 1년 되던 해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중 때마침 주문이 들어와 눈코 뜰 새 없었다. 울릉도 출신인 김 사장은 부친이 빚보증을 잘못 서 가세가 기울자 전액장학금이 지급되는 금오공고 전자과를 다녔다. 해군 하사관 시절 야간 전문대를 졸업했고 기능장 자격증도 땄다. 학점은행을 통해 이공계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중소기업 연구소장을 거쳤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신제품 개발에 자신감을 갖고 창업했다.
이미 대출이 있는 소형아파트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1억 원의 종잣돈을 마련한 뒤 성남에서 창업했다. 하지만 자금은 금방 동났다. 김 사장은 “창업 후 몇 달 동안 집에 단 한 푼도 갖다 주질 못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친척에게 돈을 빌려 생활비를 조달했다. 문을 두드린 몇몇 투자회사는 1인 회사라는 말을 듣고 서류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돌려보냈다. 다행히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전문가가 기술력을 인정해 1억 원의 보증서를 끊어줬으나 이 역시 금형제작 등에 쓰니 봄바람에 눈 녹듯 금세 사라졌다.
연구소장 시절 20여 가지 제품을 개발… 현장경험 풍부
기술개발에는 자신이 있었다. 연구소장 시절 20여 가지 제품을 개발해봤고 현장경험이 풍부해 어떤 부품을 어디서 조달하는지 루트도 잘 알고 있었다. 창업 후 약 10개월 만에 전신피부관리기기인 ‘멀티세이프’를 개발했다. 이 제품의 반응이 좋아 한꺼번에 40대를 주문받았다.
가뭄 속 단비였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납품해야 했다. 제품개발은 끝냈지만 이를 생산하려니 부품조달, 조립, 스티커부착, 포장, 운송 등 할 일이 태산 같았다. 공간이 부족해 급한 대로 인근의 빈 사무실을 빌렸다. 한두 달만 쓰려고 사람을 뽑을 수도 없었다. 우선 아내와 친인척을 불렀고 그래도 손이 모자라자 초등학생 아들과 딸까지 전부 호출한 것이다. 그 뒤 LG전자로부터 ‘미세광량측정장치’ 개발 주문을 받아 한 달 만에 이를 완성하고 자금난을 넘겼다.
김 사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기계, 제어,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를 직접 다뤄봤고 한번 기술개발에 나서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제품개발에 몰두해 1주일 동안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신제품을 완성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열정이 힘을 발휘해서인지 막다른 골목에 부닥치면 지인을 통해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다. 수주를 도와줬고 부품업체를 연결시켜줬다.
고객만족으로 바이어들이 찾아오다
제품력을 인정받고 매출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자 몇몇 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의가 들어왔다. 김 사장은 이들 중 서린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2013년 말 투자를 받았다. 그는 “‘인류의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이 회사의 비전이 ‘안티에이징 사업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제 목표와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업장을 넓은 곳으로 옮기고 사명도 투케이코리아에서 서린메디케어로 바꿨다.
러시아 라잔국립무선공학아카데미에서 진공 및 플라즈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광운대 공대 교수를 지낸 이춘우 박사를 고문으로 영입해 연구인력도 보강했다. 이 박사는 금오공고 선배다. 김 사장은 “이 박사를 영입한 것은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체 직원 중 절반이 넘는 인력이 연구원인 것도 이 같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크게 네 가지다. 전신피부관리기기인 ‘멀티세이프’와 이를 소형화한 ‘멀티세이프 미니’, 얼굴전용 관리기기인 ‘프로페이셜’, 그리고 플라즈마를 이용한 피부미용 의료기기인 ‘플라즈마샤워’다. 김 사장이 만든 모든 제품에는 특허가 있다. 그 만큼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김 사장은 “멀티세이프는 고주파·공압·초음파기능을 결합한 비만관리 장비이며 ‘슈퍼펄스’라는 특허기술을 사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페이셜은 세안 등 네 가지 기능을 갖춘 복합기능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제품을 개발해 창업 초기에는 타사를 통해 수출했으나 2015년부터는 직접 수출에 나서고 있다. 직접 수출 초기에는 경험부족으로 어려움도 겪었으나 창의적인 제품, 기술력을 중심으로 고객에 대한 기술적 만족도를 제공함으로써 이제는 바이어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또한 ‘플라즈마샤워’는 플라즈마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로 국내 피부미용의료기기로는 최초의 제품이며 KFDA및 Medical CE를 2016년 7월이나 8월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현재 국내 및 해외에서 예약주문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2014년부터 국제미용기기전시회인 홍콩과 볼로냐의 ‘코스모프로’와 ‘두바이더마’에 출품해 바이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소량이지만 중국, 미국, 일본, 터키, 싱가포르, 태국, 인도, 이란 등 20개국에 수출했다”고 덧붙였다. 특허 5건을 비롯해 11건의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는 서린메디케어는 몇몇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능인 출신으로 다양한 경험 갖춰
김 사장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기능인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장려상을 받은 것은 비롯해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상도 받았다. 우수기능인(노동부 장관)으로 선발됐고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을 지냈다. 이런 과정에서 정보기술제품 및 산업용 장비, 의료 및 미용기기를 개발했다.
그의 꿈은 창의적인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용 및 안티에이징 기기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그의 자산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각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금오공고 출신 기술인력 네트워크, 그리고 뜨거운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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